‘나이롱 환자’ 줄이기 속도 ···경상환자 ‘8주룰’ 대비

2026.01.28 11:34:50 4면

보험개발원,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에 ‘8주룰’ 카드
경상환자 관리 시스템 도입으로 과잉 진료 여부 확인

자동차보험 누수를 막기 위한 이른바 ‘8주룰’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경상환자 조건별 적정 치료 일수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통계 기반 시스템이 구축된다.


보험개발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진행해온 경상환자 치료 데이터 통계분석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성별·연령별·상해 급수별 통상 입·통원 일수와 적정 최대 치료 일수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다음 달 중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시스템은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 보상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경상환자의 치료 패턴을 객관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교통사고로 12~14급 경상을 입은 환자의 경우, 치료 방법(양방·한방), 치료 기간, 총진료량 등을 세분화해 통계 기준을 마련함으로써 과잉 진료 여부 판단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는 지난해 금융당국이 발표한 ‘자동차 부정수급 제도개선 방안’의 후속 조치다. 경미한 사고에도 장기간 치료를 받는 이른바 ‘나이롱 환자’를 줄여 자동차보험금 누수를 방지하고, 보험료 인상 요인을 억제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2월 경상환자가 8주를 초과해 치료를 받을 경우 보험사에 추가 서류를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를 발표했으며, 같은 해 6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교통사고로 경상을 입은 환자가 8주 이상 치료를 요구할 경우, 법에서 규정한 심의기관이 장기 치료의 필요성을 판단하게 된다.

 

보험업계는 경상환자 치료 데이터를 보다 쉽게 조회·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으며, 이번 보험개발원의 시스템 개발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객관적인 통계 기준이 마련되면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고, 합리적인 보상 판단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보험개발원이 제시한 통계 기준은 ‘8주룰’을 시장에 연착륙시키는 과정에서 참고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강제 기준이 아닌 합리적 판단을 돕는 보조 지표로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도 제도 시행에 대비해 지난해 말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을 사전 예고한 상태다.

 

다만 의료계, 특히 한의사 단체를 중심으로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치료 기간을 획일적인 통계 기준으로 제한할 경우 개별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제도의 세부 내용과 적용 방식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거쳐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보험업계의 수익성 악화는 제도 개선 논의에 속도를 붙이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대형 손해보험사 4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6.1%로, 최근 6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4년 연속 이어진 자동차보험료 인하와 함께 경상환자의 과잉 진료로 인한 보험금 지급 증가가 손해율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어 ‘8주룰’과 통계 기반 심사 시스템이 보험료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경기신문 = 성은숙 기자 ]

성은숙 기자 beaurea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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