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과 '백'.
이를 대립이 아닌 연결의 언어로 두 색을 풀어내며, 그 사이에 존재하는 회색의 세계로 관람객을 초대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수원시립미술관이 소장품 주제 기획전 '블랑 블랙 파노라마'를 선보이며 올해 시작을 알렸다.
이번 전시는 고산금, 김두진, 석철주 등 18묭 작가의 회화, 조각, 사진, 공예, 영상 등 10여 점의 소장품을 통해 흑과 백의 색채적 대비를 섬세하게 조명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어두운 배경과 함께 파노라마 형식으로 진열된 구성과 핀조명 아래 집중되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반짝이는 윤슬 같기도 하고 일렁이는 파도 같기도 한 최수환 작가의 '빔_바다'는 '빛' 자체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관객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검은색 배경에 뚫린 구멍 속 LED 빛이 통과하며 형상을 이룬다. 전원이 꺼지면 사라지는 작품의 특성은 '존재'와 '부재'의 공존을 암시하며 시각화한다.
그 옆으로는 유승호 작가의 '세월아 돌려다오'가 이어진다. 매우 작은 단어들이 더해지고 합쳐져 하나의 풍경화를 완성한다.
가까이 다가가면 보이는 반복되는 글자 형태들은 텍스트와 이미지, 형상과 추상의 경계를 드러낸다.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는 노인의 모습과 대비되는 '세월아 돌려다오'라는 문구는 관객들에게 감상의 재미를 더한다.
반복적인 행위에 집중한 이여운 작가의 '복사하기 2'는 도시와 건축의 형태가 지닌 구조적 리듬에 주목한다.
먹이 잘 올라가지 않는 특성을 지닌 '천' 캔버스 위에 먹을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스며들기까지 반복한다.
미디어의 발전과 '복사'라는 행위가 쉬워진 세상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노동집약적인 행위에 집중하며 인간다움에 대해 말한다.
계속해서 조명을 따라 걷다보면 유혜숙 작가의 '무제 1(머리)'가 발걸음을 붙잡아둔다.
검은색 안료만을 사용한 작품은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빛의 결에 따라 달리 보이는 형상이 특징이다. 반복적인 선의 표현과 채도가 다른 먹색들이 레이어를 쌓으며 머리카락이라는 형상을 완성한다.
전시장 한 가운데에는 박미라 작가의 영상 설치 작품이 재생된다.
4분 20초 정도의 러닝 타임을 지닌 영상은 일상 속 소재들이 등장해 표면적으로는 연결되는 듯 보이지만, 각 장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흐름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작품의 특성은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며,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이어 김두진 작가의 '대지-엄마의 땅'은 고어틱하면서도 어딘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드러내며 관람객을 압도한다.
대지의 여신 케네스의 형상 위에 사슴의 뼈를 얹은 작업은 3D 프로그램을 활용한 작품이다.
영생을 의미하는 동물의 뼈 아래 잔해만 남은 모습은 풍요를 상징하는 대지의 여신과 대비되며 '생'과 '사'의 연결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벽면에 걸린 작품들을 지나 이수경 작가의 '번역된 도자기'가 등장한다.
백색의 도자 표면 위에 균열과 파편을 금색으로 덧칠해 결합한 작품은 도자가의 새로운 형태와 층위로 완벽한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숨기기보다 드러낸다.
이외에도 침의 원리를 이용해 예술적 시각으로 표현한 이순종 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고산금, 김수철, 석철주, 이배 등 여러 작가의 세계가 하나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상적인 작업에서 추상적인 작업의 세계로 연결되는 이번 전시는 오는 3월 1일까지 수원시립미술관 1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 경기신문 = 서혜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