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도시가 기지개를 켜듯, 봄은 일상에 서서히 활기를 불어넣는 시기다.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시민들의 문화 향유 욕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야외활동이 늘고 일상이 활기를 되찾는 시기에 맞춰 수원문화재단은 전통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기획공연을 마련했다.
계절의 변화와 함께 일상 속 문화적 경험을 확장하려는 흐름 속에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수원문화재단이 다음 달부터 6월까지 정조테마공연장에서 전통예술의 현대적 확장을 주제로 한 기획공연 4편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 시리즈는 판소리, 음악극, 아동극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전통예술의 동시대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시민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전통의 원형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 국악의 새로운 형식적 실험, 해외 예술단체와의 협업, 가족 단위 관람객을 고려한 콘텐츠까지 균형 있게 구성해 관객 저변 확대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 판소리와 피아노의 감각적 만남, '고영열 피아노 병창: 춘향'
먼저 다음달 25일 오후 4시에는 소리꾼 고영열이 선보이는 ‘고영열 피아노 병창: 춘향’이 무대에 오른다.
‘피아노 병창’은 전통 판소리와 서양 악기인 피아노를 결합한 새로운 공연 형식으로, 국악이 지닌 음악적 확장성과 현대적 수용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시도다.
해당 작품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공연예술 지역유통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공연은 판소리 ‘춘향가’를 기반으로 구성되며, 1부에서는 전통 판소리의 소리 구조와 서사의 깊이를 충실히 전달하고, 2부에서는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음악적 서사로 풀어낸다.
동일한 이야기를 서로 다른 음악적 언어로 구현함으로써 전통과 현대의 미학적 대비를 선명하게 드러낸다는 점이 특징이다.
고영열은 온나라 국악 경연대회 판소리 부문 금상 수상자이자 팬텀싱어3 준우승팀 크로스오버 그룹 ‘라비던스’ 멤버로 활동하며 국악의 대중화에 기여해온 인물이다.
작사·작곡·연주를 아우르는 음악적 역량을 바탕으로 클래식, 재즈, 팝 등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을 이어왔으며, 이번 공연에서는 라비던스 멤버이자 성악가 존 노가 함께 참여해 무대의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다.
◆ 노래의 힘으로 공동체를 잇다, '무당호랑이 쿵이'
이어 5월 9일 오후 4시에는 국립남도국악원의 어린이 국악극 ‘무당호랑이 쿵이’가 공연된다.
이 작품은 국립국악원 ‘2026 국악을 국민 속으로’ 공모사업 선정작으로, 전통 연희와 음악극을 결합한 가족형 공연이다.
작품은 흑룡에게 빼앗긴 세상의 노래를 되찾기 위해 소고를 든 무당호랑이 ‘쿵이’가 진도로 떠나는 여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극 중에서는 착호갑사의 추격, 진도 아이들 미루와 마루의 모험, 미루 할매의 씻김굿 등 다양한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되며 이야기의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강강술래와 씻김굿 등 진도 지역의 전통 소리가 서사의 핵심 축으로 작용하며, 공동체가 함께 부르는 노래를 통해 상처를 치유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어린이 관객에게 전통문화의 정서와 공동체적 가치를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하는 동시에,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도 의미 있는 문화적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 전통 판소리, 유태평양이 다시 쓰다 '유태평양: 판을 깨다'
5월 16일 오후 4시에는 소리꾼 유태평양의 단독 공연 ‘유태평양: 판을 깨다’가 진행된다.
이번 공연은 전통 판소리의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형식적 경계를 확장하려는 실험적 시도를 담고 있다.
유태평양은 ‘국악 신동’으로 주목받은 이후 조통달, 성창순 명창에게 사사하며 전통 판소리의 정통성을 탄탄히 다져온 인물로,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을 통해 자신만의 음악적 영역을 구축해왔다.
공연은 그의 예술적 성장 과정과 향후 방향성을 하나의 ‘판’으로 구성해 제시하며, 전통을 기반으로 하되 변화와 확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예술적 철학을 무대 위에서 구현한다.
또 다수의 공연 경험에서 축적된 표현력과 장악력을 통해 관객과의 정서적 교감을 강화하고, 판소리를 동시대 공연예술로 확장하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 국경을 넘어선 문화의 확장 '더블엑스와 신기한 여행가방'
마지막으로 6월 27일에는 오후 2시와 5시 두 차례에 걸쳐 ‘더블엑스와 신기한 여행가방’이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한국 극단 ‘북새통’과 덴마크 극단 ‘바티다(Batida)’가 공동 제작한 국제 협업 공연으로, 문화적 경계를 넘어선 교류와 공존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번 작품 역시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공연예술 지역유통 지원사업’ 선정작이다.
‘여행가방’이라는 상징적 오브제를 중심으로 한국을 상징하는 소녀 인형과 덴마크를 상징하는 테디베어가 만나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교감하는 과정을 그린다.
특히 모든 출연진이 배우이자 연주자로 참여하는 라이브 음악극 형식을 통해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는 감각적 소통을 시도한다.
한국어와 덴마크어, 음악이 결합된 무대는 어린이 관객에게 다양한 문화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과 이해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극단 ‘북새통’은 2002년 창단 이후 아동·청소년극 창작과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지속해온 단체이며, 덴마크 극단 ‘바티다’는 1985년 창단 이후 45개국 투어를 진행한 국제적 아동극 전문 단체다.
양 극단의 협업은 예술적 완성도뿐 아니라 문화적 다양성과 국제 교류의 의미를 함께 담아낸 사례로 평가된다.
공연별 관람 연령은 36개월 이상부터 8세 이상까지 작품에 따라 상이하며, 티켓 가격은 전석 2만 원에서 3만 원 사이로 책정됐다.
예매는 놀(NOL)티켓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며, 수원시민 할인과 정조테마공연장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공연 관련 상세 정보는 수원문화재단 공식 누리집과 정조테마공연장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수원문화재단 관계자는 “이번 기획공연은 전통예술을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동시대적 가치로 확장해 시민과 공유하기 위해 기획됐다”며 “어린이 국악극부터 젊은 예술가들의 실험적 무대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공연예술의 매력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연이 진행되는 정조테마공연장은 2023년 9월 개관한 수원시 한옥 전통공연장으로,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17에 위치해 있다.
전용 주차장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관람객은 인근 공영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며, 전통과 현대, 미래를 아우르는 공연과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역 문화 거점 공간으로서 시민 참여형 콘텐츠를 확대하고, 전통예술의 현대적 계승과 확산을 위한 다양한 기획을 이어가고 있다.
[ 경기신문 = 서혜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