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강보험을 지키는 현실적 해법, 사무장병원(약국) 특사경

2026.04.12 14:58:47 11면

 

보편적인 공공의료보험체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국가들에서는, ‘가난한 사람은 아프지도 말아야 한다’는 자조 섞인 표현이 회자되곤 한다. 이는 의료 접근성의 격차가 개인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실제로 의료비 부담이 크고 공공의료의 역할이 제한적인 미국의 경우, 비교적 흔한 맹장수술조차도 수천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사례는 공공의료 체계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제도를 통해 의료비 부담이 크게 완화되어, 경우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본인 부담은 백만 원 내외 수준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는 세계적으로도 모범 사례로 평가받을 만큼 성숙한 제도이며, 소득과 계층을 넘어 누구나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이 제도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적인 사회안전망 중 하나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끊이지 않는 사무장병원(약국) 문제는 그 신뢰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사무장병원(약국)은 의료인(약사)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실질적으로 운영하며 건강보험 재정을 편취하는 불법의료기관으로, ‘25.12월 기준 약 2조 9,162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보험재정이 누수되고 있으며, 그 부담은 결국 선량한 국민의 보험료 인상과 보험급여 보장성 약화로 되돌아온다.

 

더 큰 문제는 단순한 불법 행위를 넘어, 건강보험 재정의 구조적 누수를 초래하여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데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대응 체계는 여전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공단)은 2014년부터 사무장병원(약국) 단속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사무장병원(약국)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전문기관이지만, 직접적인 수사권이 없어 수사기관에 의뢰하는 간접적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시간적 공백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이 과정에서 수사는 지연되고, 증거는 인멸되며, 사무장병원(약국)은 조직화·지능화되어 재등장하고 있다.

 

악순환의 고리를 근절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며, 사무장병원과 같은 불법개설 의료기관에 한정해 공단에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현재의 구조적 한계를 개선할 수 있는 실효적인 수단으로 평가된다.

 

물론 공단은 수사를 담당하는 사법기관이 아니기에, 전면적인 수사권한을 부여하자는 건은 아니며, 제한적인 권한 부여, 예컨대 ‘불법개설 여부 확인을 위한 최소한의 수사, 증거 확보, 신속한 사건 송치’ 등을 중심으로 운영하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무분별한 권한 확대가 아니라, 전문성과 공공성을 갖춘 기관에 제한적 권한을 부여해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특사경 제도는 이미 환경, 관세, 식품안전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여러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제도적 효과가 검증되어 왔다. 건강보험 재정 보호 역시 고도의 전문성과 현장 이해가 필요한 분야라는 점에서 공단 특사경 도입은 제도적으로 충분한 타당성을 갖고 있다.

 

또한 특사경 도입은 단속 강화를 넘어, 예방 중심의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사무장병원(약국)에 대한 실질적 억지력을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사전 차단과 사후 관리가 병행되는 구조로 발전할 수 있다.

 

사무장병원(약국) 문제 해결은 국민의 보험료를 지키고, 건강보험제도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핵심과제이기도 하다. 공공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고려한 제도 개선을 통해, 공단의 특사경 권한 도입에 대해 책임 있는 사회적 논의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청래 ㈜통일감정평가법인 경기중앙지사 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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