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비갤러리, '사색가방'에 담긴 평온…신혜선 개인전 'The PaperBag of Thought : Gentle Pause'

2026.04.22 13:42:58 12면

다음 달 16일까지 '멈춤' 상태서 드러나는 층위 탐구

 

헤드비갤러리가 다음 달 16일까지 신혜선 개인전 'The PaperBag of Thought : Gentle Pause'를 선보인다.

 

신혜선 작가는 감각의 속도를 늦춘 '멈춤'의 상태에서 비로소 드러나는 지각의 층위를 탐구한다. 

 

여기서 '멈춤'은 단순한 물리적 정지가 아니라, 관습적 시각의 속도를 늦춰 대상을 깊이 응시하는 과정이자 침묵을 매개로 내면의 사유를 길어 올리는 수행적 태도를 의미한다.

 

전시는 색면 위에 놓인 '사색종이가방'이라는 간결한 형상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사색종이가방은 관람객과 호흡하며 사유가 드나드는 열린 형식으로 기능하고, 상호작용 속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떨림을 증폭시키는 시공간의 공명 장치로 작동한다.

 

또 재현을 넘어선 층위의 변주와 세라믹 오브제의 물리적 개입을 통해 공간의 차원을 확장한다.

 

특히 수십 개의 캔버스를 정교하게 직조한 집합적 구성은 개별 작품의 고유한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각 작품이 지닌 내밀한 호흡을 선형적 리듬으로 확장한다.

 

 

형상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도 서로의 여백 속에서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며 새로운 서사를 구축한다.

 

얇게 겹쳐 쌓은 색면 회화는 흔적이 거의 남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게 포개어지며 시간의 축적을 드러낸다.

 

부드러운 미색의 공기감이 감도는 화면 위에서 시선은 층위 사이를 천천히 유영하며 잔잔한 맥락을 감지하게 된다.

 

중첩된 색면은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모호한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지각이 생성되는 깊이를 형성한다.

 

여기에 회화의 틀을 넘어 개입한 세라믹 오브제는 시간과 빛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동적 풍경을 제시하며 다각적인 감응을 이끌어낸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무미(無味)의 회화'로 명명한다.

 

이는 결여가 아닌 맑고 담담한 상태를 지칭하는 것으로, 특정한 의미나 감각으로 수렴되지 않은 채 열려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비어 있음은 결핍이 아니라 관계와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생성되는 지점이다.

 

이러한 의도적 비움으로 구축된 흐릿한 조형 언어는 고정된 해석을 제시하기보다 다양한 가능성의 장을 열어두며, 관람자의 감각이 머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이번 전시는 분주한 일상의 소음을 잠시 덜어내고 걸음을 멈추게 하며, 사유에 깊이 닿을 수 있는 시간을 제안한다. 관람객이 각자의 '사색가방'에 온화한 평온을 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 경기신문 = 서혜주 기자 ]

서혜주 judyjudy1017@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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