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조대사전(韓國現代時調大事典)이 발간된다. 코로나의 엄중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현대시조의 종가인 (사)한국시조시인협회에서 3년 동안 준비기간을 거쳐 한국시조의 결정판을 발간하게 된 것이다. 협회는 한국현대시조 대사전 작업 이외에도 현대시조창작교육센터의 설립, 중앙일보의 학생시조 백일장과 시조 낭송대회 개최, 백수문학상과 백수문학축제, 시조창작교육지도사(1급, 2급, 전문가) 자격증 제도 신설과 승인 등 많은 일을 진행하였다. 2020년에는 많은 행사가 축소되었지만 이번에 가장 중요한 대사전 사업의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했지만 현대시조의 발전을 위해서 필자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조를 자연스레 접하고 익힐 수 있는 문화풍토의 조성과 세계화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문화풍토는 단순히 어느 한 부분이 좋아져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일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가장 서둘러야 할 일이 바로 한국현대시조대사전(韓國現代時調大事典) 발간과 현대시조창작교육센터 설립이라고 볼 수 있다. 어느 분야의 대사전을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대사전으로 꾸밀 만큼의 문화 역량이 결집되었냐는 조건을 충족하고, 이를 보존하고
한해를 보내면서 진도 한춤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었다. 오판주 진도 문인협회 지부장을 통해서 였다. 학예사 문제로 만나 협의를 하던 중 갑자기 타이 가봐야 할 때가 있다면서 나를 끌고 나서는 거였다. 평소에 워낙 조용하신 분이라 무슨 일인가 싶어 따라 나설 수밖에 없었는데 찾아간 곳은 다름아닌 진도한춤 보존회였다. 대강당으로 꾸며진 곳에 김해숙 보존회장이 회원 한 분과 춤 동작을 하나씩 연마하고 있었다. 갑작스런 방문에 당황하셨는데 인사를 나누고는 이내 방문해주셔서 고맙다고 하시면서 차를 직접 끓여 오셨다. 진도는 삼별초의 항몽 유적지인데 이 삼별초의 유적지가 있는 군내면 용장사지와 지산면 안치 인근 마을 여성들의 춤사위를 채록한 춤이 바로 진도 한춤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진도한춤을 진도 유배지 춤이라고 하는 것은 십분 이해가 된다. 오선생의 간청으로 바로 그 자리에서 진도한춤의 시연을 볼 수 있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춤의 도입부는 완만하면서도 애처로움이 묻어났다. 힘들게 견뎌나가는 생활의 부분을 묘사하기 때문으로 생각되었다. 마음의 어지러움을 가라앉히고 손끝에 외로움을 풀어 허공에 흩기도 하다가, 뱅 돌면서 자신의 모습을 한탄하는 듯도
한국의 교육에서 예술교육(art education)은 교육의 중요성에 비하여 너무 소홀히 취급되고 있다. 초·중등교육이 모두 입시교육으로 집결화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에 대한 중요성을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술교육의 목적은 인간 형성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한 인간에 바르게 서기 위해서는 예술교육이 근본을 이루어야 한다. 예술이 갖는 창조적 상상력과 정서적 안정감을 통하여 감각능력이나 활동능력을 기를 수 있다. 인간의 정서와 감성을 계발함은 물론 세련시키는 것은 오로지 예술만이 갖는 독특한 의미와 경험을 통하여 가능하다. 더욱이 요즈음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시 되고 있는 청소년들의 집단 폭력이나 극단적 개인주의 성향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예술교육이다. 예술교육은 도덕성 함양은 물론 세련된 즐거움의 태도와 기호를 앙양함으로써 현대인이 갖추어야할 인격의 기초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예술은 유교에서는 예술은 ‘조화’로 마르탱(Martain,J.)은 ‘지성의 표현’으로 듀이(Dewey,J.)는 ‘경험의 표현’으로 보았다. 군자를 양성하는 데도 시와 음악·회화·가무 등이 중요시되었으며 공자나 왕양명(王陽明)
지난 11월 7일에 제40회 가람문학상 시상식이 가람 이병기 선생의 생가인 익산의 수우제에서 열렸다. 날씨가 깊은 가을의 운치를 보여주어서 정감이 있고 따사한 축제 자리가 되었다. 전국에 많은 축제가 있지만 전국 어느 곳에도 없는 행사가 이곳에는 있다. 바로 인근 여산리 주민들이 직접 만든 음식으로 점심을 제공한다는 사실이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하여 식당 3곳으로 분산되어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그렇지만 주민들이 행사에 참여하여 지역의 주민과 함께하는 축제임을 보여주었다. 가람선생은 1932년 <東亞日報(동아일보)>에 「時調(시조)는 혁신하자」라는 글을 발표하였다. 선생은 이 글에서 본격 문학으로서의 시조의 계승과 그 실천의 구체적 방법에 대하여 적고 있다. 가람 선생이 얘기한 여섯 가지 시조 혁신 방안의 내용은 우리가 주지하는 바와 같이 ① 실감실정(實感實情)을 표현하자 ② 취재의 범위를 확장하자 ③ 용어의 수삼(數三) ④ 격조(格調)의 변화 ⑤ 연작을 쓰자 ⑥ 쓰는 법 읽는 법 등이다. 이는 시조가 갖고 있는 주제나 소재의 비현실적이고 한정적이며 관념적인 면을 지적한 것으로 요즘의 많은 작품들은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와 성찰의식, 시적대상에 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변해지는 생활 풍경이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서로 만나서 얘기하는 일이 극도로 제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직접 만나서 얘기할 사항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전화나 다른 교통수단으로 해결하게 된다. 관공서 출입구가 주 출입구 하나로 통제되고 대부분 바이러스 체크 장소로 바뀌었다. 불편하지만 누구나 마스크를 쓰고 있고 열화상 체크나 손 소독 등 정해진 지시에 순응한다. 누구 하나 이렇게 불편하게 시비를 걸거나 탓하는 사람이 없이 자연스런 일상이 되고 있다. 심지어 어떤 곳은 대민 상담 장소를 야외에 설치하여 텐트에서 민원인들과 마스크를 쓰고 민원 응대를 하기도 한다. 아마 이렇게 적극적으로 도와서 서로 간에 조심하는 공중보건 의식으로 말미암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드물게 방역 수범국가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정치를 하시는 분들은 자신들이 정책을 잘 펼쳐서 모범국가가 된 것으로 착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많은 선진국들이 다시 코로나 감염자 수가 폭등하고 재차 팬더믹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상황을 보더라도 이것은 정치하는 사람들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
촛불은 제 눈물을 녹이며 혼자서 탄다. 문학적 상상력은 혼자의 외로운 작업이라는 점에서 촛불의 미학과도 같다. 문학만이 그러한가. 미술도, 음악도 무용도 연주도 마찬가지다. 누구도 도울 수 없는 혼자만의 외로운 작업이라는 점에서 촛불과 같다. 혼자 타오른다. 누가 뭐라 해도 굳힘도 없이 꿋꿋이. 혼자만의 절대적인 힘이 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그것으로 주변을 밝힌다는 사실이다. 자신을 죽이며 어둠을 밝힌다. 어둠이 없다면 촛불은 초라해진다. 있는지 없는지 그 존재를 알기 힘들다. 소란한 곳에서는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촛불은 죽음과도 같은 침묵을 지녔다. 빈소에 촛불을 켜는 순간 빈소는 거룩해진다. 망자를 위하여 누구도 험한 말을 하지 않는다. 지나온 날을 반추하며 아름다운 시절을 회상하게 한다. 어디 함부로의 죽음이 있는가. 다 사연이 있고 아픔이 있는 것이 죽음이다. 촛불은 신성한 힘을 지녔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신화시대와 같은 절대 권력을 지녔다. 촛불 앞에서 큰 소리로 말하지 말라. 큰소리를 하는 순간 촛불은 꺼진다. 촛불은 조용하면서도 수직으로 상승하는 힘을 지녔다. 옆으로 눕지 않는다. 빛을 발하며 어둠을 밝힌다. “불꽃
온라인 수업으로 한 학기가 끝났다. 대학원 수업이나 실험 실습이나 예술 체육 교과목은 대면수업을 하기도 했지만 수강생이 30명 이상인 대부분의 많은 학부 강의들은 온라인 수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종전에는 휴강으로 한두 번 온라인 강의를 해본적은 있었지만 한 학기전체를 다하는 것은 아무래도 힘이 들었다. 시간이 곱절 이상 들었다. 강의안을 PPT로 준비하고 낯선 컴퓨터 장비들 혼자서 앞에서 떠든다는 것이 어색하기만 했다. 심지어 한 시간 반 정도 열심히 얘기를 해서 강의를 마치고 탑재하려고 하는 순간 다 날아가 버려 허둥지둥 하던 때도 있었다. 모두 일시에 온라인으로 집결되니 끊김 현상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 데이터 트래픽이 최소한 수십%에서 100%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5G의 최강국인 우리나라는 이미 1년 전부터 인프라를 구축해오던 중이여서 그나마 더 나았으리라 생각한다. 각 대학은 이를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 많은 예산을 투여했고 우리대학교도 기민하게 움직여 별다른 큰 사고 없이 한 학기를 마치게 되었다. 벌써 2학기까지도 온라인으로 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번 강의를 통해 다시 한 번 자각하게 된 것은 모든 일은 시작
얼마 전 우리의 시야를 뜨겁게 붙잡은 보도가 있었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2020년 6월 11일 제주도 남방큰돌고래 조사에서 죽은 새끼를 등에 업고 다니는 어미 돌고래의 행동을 촬영했다며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이 과학원 고래연구센터는 제주시 구좌읍 연안에서 어미 돌고래가 이미 죽은 새끼 돌고래를 수면 위로 올리려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포착했다. 태어난 직후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새끼 돌고래의 사체는 꼬리지느러미와 꼬리자루를 제외하고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패한 상태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과학원 김현우 박사의 얘기다. 죽은 새끼의 크기나 상태를 고려할 때 어미 돌고래가 2주 이상 이런 반복적인 행동을 보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라. 자신의 몸에서 새끼의 사체가 떨어지면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와 새끼를 주둥이 위에 얹거나 등에 업고 유영하기를 반복하는 어미 돌고래의 모습을. 그런데 이러한 가슴 뭉클한 이야기에 아프게도 지방의 한 도시에서 일어난 9세 아이를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끔찍한 사건이 오버랩 된다. 여행 가방에 갇힌 A군은 계모를 향해 “숨쉬기 힘들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갇혀있는 여행용 가방에
“비 맞은 닭이 구시렁구시렁 / 되똥되똥 걸어와 후다닥 헛간 볏짚 위에 오른다 / 그리고 아주 잠깐 사이 / 눈부신 새하얀 뜨거운 알을 낳는다 / 비 맞은 닭이 구시렁구시렁 미주알께를 오물락거리며 다시 일 나간다” 이시영 시인의 「당숙모」라는 작품이다. 당숙모는 종숙모라고 부르는 5촌으로 시골에서는 흔히 ‘아지매’라 부르기도 했다. 새끼를 여러 마리 품고 있는 암탉의 사진들을 종종 보듯 여기 ‘당숙모’는 그런 암탉으로 그려져 있다. 암탉이 집밖에 나갔다가 꼬꼬댁거리며 집안에 들어오듯 밭일을 나갔다가 당숙모가 집에 들어온다. 아이들이 난장판을 벌이며 놀고 있다. “이놈 새끼들아 제발 좀 어지르지 말고 치우면서 놀아라.” 구시렁거리면서 얼른 부엌으로 들어가 따뜻한 밥을 차려 내온다. 집안에 할머니에게도 차려주고 애들도 먹고 자신도 한 술 뜨는 둥 마는 둥 다시 일을 나간다. “싸우지 말아라. 흙 장난질 치다 옷 버리지 말고…” 또 구시렁대며 밭일을 간다. ‘미주알께’를 오물락거리며. 미주알은 항문을 이르는 말이니 정말 우스꽝스럽지 아니한가. 다소 수다스럽지만 생활력이 강한 푹 퍼진 아지매의 뒷모습이 저절로 그려진다. 몸배바지를 입고 뒤똥거리며 일 나가는 모습이
17세의 나이에 소아마비에 걸린 사람이 있었다. 너무 심하게 마비되어 사지를 움직이지 못하였다. 어머니에게 의사가 아침까지 못 버틸 거라는 소리를 하는 것을 몰래 들었다. 어머니는 그 때문에 슬퍼했지만 그는 오히려 딴청을 피웠다. 오히려 자신의 침대를 옮겨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어머니가 슬퍼할 겨를을 갖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였다. 그러나 그는 의사의 말대로 이내 혼수상태에 빠졌다. 신의 도움이었을까. 사흘 후에 기적적으로 그는 의식을 찾을 수 있었다. 여전히 사지는 움직일 수 없었지만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제발 몸을 움직이게 해주세요” 그런데 마음이 간절히 요구하던 것이 기적 같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그는 마침내 일어나게 되었다. 그가 바로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로 유명한 밀턴 H. 에릭슨(Milton H. Erickson, 1901년 12월 5일 ~ 1980년 3월 25일)이다. 그는 어떻게 몸도 움직이지 못하는 극심한 소아마비에서 이런 최고 영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 그는 아무 것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누이와 부모님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식구들의 손동작과 얼굴 표정, 제스처와 호흡패턴, 말투를 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