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나이가 든 모양이다. 한평생 잘 살다 가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우니 말이다. 과거에는 명성이 높거나 돈을 많이 벌어 화려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더러 선망했다. 요즘은 시류에 물들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다 간 사람들이 더 멋져 보인다. 영화배우 로버트 레드포드는 내게 그런 사람이었다. ‘위대한 개츠비’, ‘아웃 오브 아프리카’, ‘흐르는 강물처럼’ 등, 숱한 히트작으로 세계 영화 팬들을 사로잡아 부와 명성을 얻었지만, 그는 스타로서의 화려함보다 가치 있고 보람된 자신 만의 삶을 추구했다. 그런 그가 지난 16일 미국 유타주 선댄스 자택에서 영면했다. 89세로 마감한 그의 인생은 ‘칼로스 카가토스(καλὸς κἀγαθός)’ 그 자체였다. 즉, 아름다움과 지성을 겸비한 숭고한 삶이었다. 그는 배우로서 신중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감독으로서 관대하고 진취적이며 낭만적인 영화를 제작했다. 그의 영화 대부분은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 것이었다. 그는 또한 그 정체성을 바꾸고, 새로운 재능을 발굴하며, 유토피아를 찾고자 열망했다. 1936년 8월 18일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에서 태어난 레드포드는 청소년기 학교를 결석하기도, 술을 마시기도 해 퇴학을 당한
파리의 문학 살롱은 프랑스 혁명이 가까워질수록 급진화 되고 정치화 되어갔다. 혁명 초기, 살롱은 어떤 의미에서 클럽과 아카데미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즉. 다양한 프로젝트가 기획되고 개발되는 정치적 영향력이 발휘되는 장소였다. 오퇴유에 있는 엘베티우스 부인(Madame Helvétius)의 살롱이 가장 대표적이었다. 이 살롱은 저명한 철학자이자 작가였던 클로드 아드리앙 엘베티우스(Claude-Adrien Helvétius)가 1760년 파리 생탄 거리에 열었던 서클의 후신이라고 볼 수 있다. 철학자는 자택에 서클룸을 만들어 당대의 고귀한 지성인들과 백과사전파를 맞이했다. 이들은 엘베티우스의 집에 1년 중 넉 달 간 매주 화요일 모여 ‘철학적인 점심’을 함께 나누고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1771년 엘베티우스가 사망하자 그의 부인이 뒤를 이어 받았다. 아름답고 재치 있는 그녀는 오퇴유 거리 59번지에 위치한 한 저택으로 이사하고 그곳에 오퇴유 서클(Cercle d'Auteuil)을 설립했다. 남편이 사용하던 ‘서클’이란 단어를 그대로 사용했지만 안주인이 여성이었기 때문에 훗날 ‘엘베티우스 부인 살롱’으로 불려졌다. 오퇴유는 파리 외곽에 위치한 매력적인 마을이었다
‘글로벌 수무드 함대(Global Sumud Flotilla).’ 국제 해상사업을 벌이는 비정부기구(NGO)이다. 이 단체는 글로벌 팔레스타인 귀환캠페인, 자유함대연합, 마그레브 수무드 호송대, 그리고 동남아시아 누산타라 수무드 이니셔티브, 이 네 개의 연합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수십 척의 소형 민간선박에 인도적 지원 물품을 싣고 팔레스타인을 향해 항해 중이다. 이스라엘의 불법 봉쇄를 뚫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구출하기 위해서다. 함대이름 수무드(ṣumūd)는 아랍어로 ‘인내, 확고부동함’을 의미한다. 이스라엘 식민지화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저항정신을 상징한다. 인내의 표상인 수무드 함대는 과연 종착역에 도착할 수 있을까? 50여 척의 배로 구성된 글로벌 수무드 함대는 지난달 31일 카탈루냐 항구에서 일부가 출발했고, 이번 달 4일 시칠리아, 튀니지, 그리스의 항구에서 또 다른 일부가 출발했다. 여기에는 44개국 출신의 독립활동가, 구호활동가, 시민사회 지도자들 수백 명이 타고 있다. 그 중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미국 여배우 수잔 서랜던, 평화 운동가 겸 배우 리암 커닝햄과 같은 유명인과 수많은 무명의 국제 시민이 함께 타고 있다. 글로벌 수무
지구촌은 지금 사면초가다. 기후 변화, 민주주의 위기, 인구감소와 지방 쇠퇴 등등, 총체적 난국이 아닐 수 없다. 이 복합적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모두가 나서야 한다. 인간은 종종 누군가가 우리를 대신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대신해 줄 사람은 없다. 그 사실을 직시한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고 우리의 잠재력 또한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늘의 폐기물로 내일의 물건을 만들고, 이 작은 지구에서 자원을 파괴시키거나 고갈시키지 않고 작은 아이디어로 건강한 삶의 방식을 만들 수 있다. 프랑스의 콜리브리(Colibris: 벌새) 운동은 이를 잘 보여준다. ‘벌새’의 이름에서 영감을 얻은 이 운동은 생태적이고 포용적인 사회 건설을 위해 지역민의 행동을 촉구한다. 즉 모든 사람이 생태적, 사회적 전환을 위해 자신의 역할을 다하면 변화는 반드시 찾아온다는 명제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전설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큰 산불이 났다. 모든 동물이 공포에 질려 그 참사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벌새는 포기하지 않고 부리에 물 한 방울을 물고와 불길에 던졌다. 그러자 아르마딜로 한 마리가 물었다. “벌새야, 벌새야! 설마 이
계몽주의 시대 파리 문학 살롱은 다양한 계층이 섞일 수 있는 장소였다. 여성도 초대되어 성별이나 사회적 지위, 그리고 재능이 다양한 사람이 모이는 진정한 향료 단지가 되었다. 또한 작가와 출판사를 연결하고 사상가와 다른 사상가를 연결하여 아이디어의 확산을 촉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였다. 미국 역사학자 J. W. 욜튼은 “사회적 침투성 때문에 살롱은 프랑스에서 혁명 이전, 사상의 중요한 포럼이 되었다. 궁정의 후원이 사라지고 출판 산업이 성숙되기 전, 살롱은 출판사와 후원자, 독자들이 작품을 제작하고 배포할 수 있도록 저자를 찾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도 했다.”라고 평가했다. 이 살롱의 중심인물은 안주인이었으며, 그들은 종종 감각과 권위를 갖춘 중년 여성이었다. 그들의 개인적인 매력과 사회적 야망, 조직력, 지성, 재치, 고상한 취향이 살롱의 분위기를 결정했다. 물론 안주인들은 매주 또는 격주로 열리는 모임에 초대할 사람을 선택하는 책임도 있었다. 전편에서 이미 살펴보았듯이 탕생 부인, 데팡 부인, 조프랭 부인은 이를 모두 잘 수행한 안주인들 이었다. 오늘은 그들의 후배이자 경쟁자였던 쥘리 드 레피나스(Julie de Lespinasse)가 운영한 살롱에 대한
3년 전 늦가을 챗GPT가 세상에 공개되었다. 이 인공지능(AI)은 약간의 오류가 있지만 거의 모든 주제의 텍스트를 단 몇 초 만에 생성할 수 있다. ‘금나와라 뚝딱’의 도깨비 방망이를 연상시킬 정도이다. 기계가 인간을 대신할 거라고들 했지만 그런 세상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이 기묘한 도구를 만든 건 미국의 OpenAI사. 그러나 이 도구를 가장 잘 이용하는 나라는 놀랍게도 아프리카의 케냐이다. 얼마 전 데이터 리포털(DataReportal)과 멜트워터(Meltwater)가 공동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1위 챗GPT 사용국은 케냐였다. 이 나라의 16세 이상 인터넷 사용자 중 42.1%가 챗GPT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아랍에미리트, 이스라엘, 말레이시아, 브라질 등 기술 선진국을 능가하고 러시아, 중국, 일본 등의 사용률 11%보다 크게 앞지른다. 케냐는 챗GPT 웹사이트 트래픽에서도 전체 방문자 수가 약 4.81%로 미국과 인도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케냐의 이런 성과는 어디서 연유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두 가지로 분석한다. 하나는 케냐의 중위 연령이 20세로, 전 세계에서 가장 기술에 정통한 젊은 세대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계 곳곳에서 의료 시스템이 압박을 받고 있다. 고령화 인구, 과부하된 응급실, 제한된 재정 자원, 의사 부족 문제 등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해결의 방안 중 하나로 원격 의료가 부상하고 있다. 이 분야의 선구자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스웨덴. 현재 이 나라의 1차 진료 10% 이상이 원격으로 진행된다. 원격 진료에 대한 의료보험 적용도 프랑스 보다 2년이 앞선 2016년부터 적용되고 있다. 이처럼 스웨덴은 원격 의료의 선구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우선 94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스웨덴의 21개 지역이 일반적으로 관할하는 원격진료율과 보험금 지급 조건을 설정하는 해결책을 찾아야만 했다. 이에 정부가 발 벗고 나서 전국적으로 보험금 지급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치 않았다. 민간의 협조가 필요 하였다. 마침 크리(KRY)가 원격 의료에 참여하게 되었다. 스웨덴 정부의 야심 찬 지원에 크리는 20명의 팀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하였다. 2015년 스웨덴 일부 지역에서 원격 진료 시범 사업을 시작한 크리는 2016년까지 약 100만 건을 달성하였다. 당시 스웨덴은 유럽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의료 불모지로 전락하던 중이었다. GDP의 1
이제 기후로 인한 대참사는 매년 있는 재앙이 되었다. 지난 6월 남유럽의 뜨거운 태양은 여러 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다. 스페인의 세비야는 43도까지 올라갔고 안달루시아는 그보다 더 한 46도까지 치솟았다. 이곳의 주민과 관광객들은 극심한 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부채나 모자를 써야만 하였다. 이 불볕더위는 스페인에서 최근 3년간 계속되고 있다. 포르투갈 역시 리스본의 최고 기온이 40여도를 육박하였다. 이러한 폭염은 육지만의 현상이 아니다. 바다에서도 수온계가 상승하고 있다. 한반도와 발레아레스 제도의 해수는 기록적인 수치인 26도를 넘어섰고, 지중해의 다른 지역에서도 28도의 표면 온도가 측정되었다. 해안의 바닷바람이 덜 상쾌해져 폭염을 더 견디기 힘든 것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반복되는 폭염은 지구 온난화의 명백한 지표로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나고, 길어지고, 심해질 전망이다. 유엔의 기후 전문가 그룹 역시 1950년 이후 폭염의 빈도와 강도, 폭염 기간이 증가했고 지구 온난화로 인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경고다. 기후 이변은 폭염만이 아니다. 7월 들어 지구촌이 홍수로 난리다. 얼마 전 미국 남부에 내린 집중 호우는 텍사스를 황폐화시켰고 100명
18세기 프랑스의 문학 살롱은 계몽된 사상을 전파하는 혁명의 요람이었다. 살롱에서 손님들은 당시의 시사, 철학, 문학에 대해 토론을 하며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내곤 하였다. 귀족적 사교에서는 문학적 오락이 핵심이었다면, 살롱에서는 자제력이 필수 자질이었다. 모든 사람은 다른 손님을 존중해야 하며, 대화가 격렬해지면 살롱 여주인이 나서서 상황을 진정시키고 대화를 계속 진행시키는 기술이 중요하였다. 살롱의 손님은 여주인이 엄선하여 초대하였다. 따라서 살롱 여주인의 권한과 영향력은 대단히 클 수밖에 없었다. 이는 전편에서 랑부이예 부인이나 탕생 부인을 통해 이미 살펴본 바 있다. 이들의 뒤를 이은 마담 조프랭(Geoffrin) 역시 그러하였다. 조프랭 부인은 부르주아 가문 출신의 재치 있는 여성이었다. 꽤 부유한 그녀는 일찍부터 자기 집을 문학과 예술을 위한 만남의 장소로 만들 길 열망하였다. 노년에 즐거운 사교와 명예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살롱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그녀가 이런 생각을 품고 있을 즈음 파리에는 유명한 살롱 여주인이 있었다. 탕생 부인이었다. 그러나 후자가 1749년 세상을 뜨자 조프랭 부인은 바야흐로 ‘조프랭 부인의 시대’를 열어
디지털 기술, 커넥티드 의료! 원격 상담은 시민과 의사의 일상을 개선하고 의료 사막을 퇴치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단, 원격 진료는 기존 의료 서비스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이라는 점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 원격 상담실을 설치하도록 당국이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모든 환자가 원격 의료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3세 미만의 어린이는 이용할 수 없다. 대부분의 경우 의사는 필요한 도구를 갖추고 있다. 의사는 심장이나 폐를 진료하기 위한 청진기, 화면에 표시된 비디오를 사용하여 멀리서 환자의 목이나 귀를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 동북부의 루즈(Louze)는 주민 300명이 살고 있는 작은 지자체다. 2년 전, 주민의 염원을 받아들여 원격 진료가 시작되었다. 시청 입구의 벽에 붙여 놓은 다섯 개의 의자가 진료 대기실 역할을 한다. 복도 끝에는 의료 장비가 완벽하게 갖춰진 방이 있고 그곳에는 진찰대, 급수대, 무엇보다도 원격진료 컴퓨터 키트가 있다. 진료실에서는 여 간호사 한 명이 거의 모든 일을 보고 있다. 그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진료의 운영 시스템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