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은 지금 사면초가다. 기후 변화, 민주주의 위기, 인구감소와 지방 쇠퇴 등등, 총체적 난국이 아닐 수 없다. 이 복합적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모두가 나서야 한다. 인간은 종종 누군가가 우리를 대신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대신해 줄 사람은 없다. 그 사실을 직시한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고 우리의 잠재력 또한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늘의 폐기물로 내일의 물건을 만들고, 이 작은 지구에서 자원을 파괴시키거나 고갈시키지 않고 작은 아이디어로 건강한 삶의 방식을 만들 수 있다. 프랑스의 콜리브리(Colibris: 벌새) 운동은 이를 잘 보여준다. ‘벌새’의 이름에서 영감을 얻은 이 운동은 생태적이고 포용적인 사회 건설을 위해 지역민의 행동을 촉구한다. 즉 모든 사람이 생태적, 사회적 전환을 위해 자신의 역할을 다하면 변화는 반드시 찾아온다는 명제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전설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큰 산불이 났다. 모든 동물이 공포에 질려 그 참사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벌새는 포기하지 않고 부리에 물 한 방울을 물고와 불길에 던졌다. 그러자 아르마딜로 한 마리가 물었다. “벌새야, 벌새야! 설마 이
계몽주의 시대 파리 문학 살롱은 다양한 계층이 섞일 수 있는 장소였다. 여성도 초대되어 성별이나 사회적 지위, 그리고 재능이 다양한 사람이 모이는 진정한 향료 단지가 되었다. 또한 작가와 출판사를 연결하고 사상가와 다른 사상가를 연결하여 아이디어의 확산을 촉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였다. 미국 역사학자 J. W. 욜튼은 “사회적 침투성 때문에 살롱은 프랑스에서 혁명 이전, 사상의 중요한 포럼이 되었다. 궁정의 후원이 사라지고 출판 산업이 성숙되기 전, 살롱은 출판사와 후원자, 독자들이 작품을 제작하고 배포할 수 있도록 저자를 찾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도 했다.”라고 평가했다. 이 살롱의 중심인물은 안주인이었으며, 그들은 종종 감각과 권위를 갖춘 중년 여성이었다. 그들의 개인적인 매력과 사회적 야망, 조직력, 지성, 재치, 고상한 취향이 살롱의 분위기를 결정했다. 물론 안주인들은 매주 또는 격주로 열리는 모임에 초대할 사람을 선택하는 책임도 있었다. 전편에서 이미 살펴보았듯이 탕생 부인, 데팡 부인, 조프랭 부인은 이를 모두 잘 수행한 안주인들 이었다. 오늘은 그들의 후배이자 경쟁자였던 쥘리 드 레피나스(Julie de Lespinasse)가 운영한 살롱에 대한
3년 전 늦가을 챗GPT가 세상에 공개되었다. 이 인공지능(AI)은 약간의 오류가 있지만 거의 모든 주제의 텍스트를 단 몇 초 만에 생성할 수 있다. ‘금나와라 뚝딱’의 도깨비 방망이를 연상시킬 정도이다. 기계가 인간을 대신할 거라고들 했지만 그런 세상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이 기묘한 도구를 만든 건 미국의 OpenAI사. 그러나 이 도구를 가장 잘 이용하는 나라는 놀랍게도 아프리카의 케냐이다. 얼마 전 데이터 리포털(DataReportal)과 멜트워터(Meltwater)가 공동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1위 챗GPT 사용국은 케냐였다. 이 나라의 16세 이상 인터넷 사용자 중 42.1%가 챗GPT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아랍에미리트, 이스라엘, 말레이시아, 브라질 등 기술 선진국을 능가하고 러시아, 중국, 일본 등의 사용률 11%보다 크게 앞지른다. 케냐는 챗GPT 웹사이트 트래픽에서도 전체 방문자 수가 약 4.81%로 미국과 인도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케냐의 이런 성과는 어디서 연유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두 가지로 분석한다. 하나는 케냐의 중위 연령이 20세로, 전 세계에서 가장 기술에 정통한 젊은 세대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계 곳곳에서 의료 시스템이 압박을 받고 있다. 고령화 인구, 과부하된 응급실, 제한된 재정 자원, 의사 부족 문제 등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해결의 방안 중 하나로 원격 의료가 부상하고 있다. 이 분야의 선구자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스웨덴. 현재 이 나라의 1차 진료 10% 이상이 원격으로 진행된다. 원격 진료에 대한 의료보험 적용도 프랑스 보다 2년이 앞선 2016년부터 적용되고 있다. 이처럼 스웨덴은 원격 의료의 선구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우선 94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스웨덴의 21개 지역이 일반적으로 관할하는 원격진료율과 보험금 지급 조건을 설정하는 해결책을 찾아야만 했다. 이에 정부가 발 벗고 나서 전국적으로 보험금 지급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치 않았다. 민간의 협조가 필요 하였다. 마침 크리(KRY)가 원격 의료에 참여하게 되었다. 스웨덴 정부의 야심 찬 지원에 크리는 20명의 팀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하였다. 2015년 스웨덴 일부 지역에서 원격 진료 시범 사업을 시작한 크리는 2016년까지 약 100만 건을 달성하였다. 당시 스웨덴은 유럽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의료 불모지로 전락하던 중이었다. GDP의 1
이제 기후로 인한 대참사는 매년 있는 재앙이 되었다. 지난 6월 남유럽의 뜨거운 태양은 여러 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다. 스페인의 세비야는 43도까지 올라갔고 안달루시아는 그보다 더 한 46도까지 치솟았다. 이곳의 주민과 관광객들은 극심한 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부채나 모자를 써야만 하였다. 이 불볕더위는 스페인에서 최근 3년간 계속되고 있다. 포르투갈 역시 리스본의 최고 기온이 40여도를 육박하였다. 이러한 폭염은 육지만의 현상이 아니다. 바다에서도 수온계가 상승하고 있다. 한반도와 발레아레스 제도의 해수는 기록적인 수치인 26도를 넘어섰고, 지중해의 다른 지역에서도 28도의 표면 온도가 측정되었다. 해안의 바닷바람이 덜 상쾌해져 폭염을 더 견디기 힘든 것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반복되는 폭염은 지구 온난화의 명백한 지표로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나고, 길어지고, 심해질 전망이다. 유엔의 기후 전문가 그룹 역시 1950년 이후 폭염의 빈도와 강도, 폭염 기간이 증가했고 지구 온난화로 인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경고다. 기후 이변은 폭염만이 아니다. 7월 들어 지구촌이 홍수로 난리다. 얼마 전 미국 남부에 내린 집중 호우는 텍사스를 황폐화시켰고 100명
18세기 프랑스의 문학 살롱은 계몽된 사상을 전파하는 혁명의 요람이었다. 살롱에서 손님들은 당시의 시사, 철학, 문학에 대해 토론을 하며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내곤 하였다. 귀족적 사교에서는 문학적 오락이 핵심이었다면, 살롱에서는 자제력이 필수 자질이었다. 모든 사람은 다른 손님을 존중해야 하며, 대화가 격렬해지면 살롱 여주인이 나서서 상황을 진정시키고 대화를 계속 진행시키는 기술이 중요하였다. 살롱의 손님은 여주인이 엄선하여 초대하였다. 따라서 살롱 여주인의 권한과 영향력은 대단히 클 수밖에 없었다. 이는 전편에서 랑부이예 부인이나 탕생 부인을 통해 이미 살펴본 바 있다. 이들의 뒤를 이은 마담 조프랭(Geoffrin) 역시 그러하였다. 조프랭 부인은 부르주아 가문 출신의 재치 있는 여성이었다. 꽤 부유한 그녀는 일찍부터 자기 집을 문학과 예술을 위한 만남의 장소로 만들 길 열망하였다. 노년에 즐거운 사교와 명예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살롱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그녀가 이런 생각을 품고 있을 즈음 파리에는 유명한 살롱 여주인이 있었다. 탕생 부인이었다. 그러나 후자가 1749년 세상을 뜨자 조프랭 부인은 바야흐로 ‘조프랭 부인의 시대’를 열어
디지털 기술, 커넥티드 의료! 원격 상담은 시민과 의사의 일상을 개선하고 의료 사막을 퇴치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단, 원격 진료는 기존 의료 서비스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이라는 점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 원격 상담실을 설치하도록 당국이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모든 환자가 원격 의료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3세 미만의 어린이는 이용할 수 없다. 대부분의 경우 의사는 필요한 도구를 갖추고 있다. 의사는 심장이나 폐를 진료하기 위한 청진기, 화면에 표시된 비디오를 사용하여 멀리서 환자의 목이나 귀를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 동북부의 루즈(Louze)는 주민 300명이 살고 있는 작은 지자체다. 2년 전, 주민의 염원을 받아들여 원격 진료가 시작되었다. 시청 입구의 벽에 붙여 놓은 다섯 개의 의자가 진료 대기실 역할을 한다. 복도 끝에는 의료 장비가 완벽하게 갖춰진 방이 있고 그곳에는 진찰대, 급수대, 무엇보다도 원격진료 컴퓨터 키트가 있다. 진료실에서는 여 간호사 한 명이 거의 모든 일을 보고 있다. 그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진료의 운영 시스템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지난 5월 지역균형 발전 사업 평가 위원으로 경기 북부 ‘삼천(동두천, 포천, 연천)’을 방문하였다. 프리미티브한 대자연이 펼쳐진 이곳에 발을 디디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손상되지 않은 자연, 신선한 공기, 풍부한 먹거리, 사람이 살기에 이 보다 좋은 곳은 없으리라. 한 가지 흠이 있다면 큰 병원과 문화시설이 빈약하다는 것. 이 점만 잘 보완하면 ‘삼천’은 지상낙원이라 할 수 있다. 부족한 의료 시설은 원격 진료센터를 설치하여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서구에서는 저밀도 지역의 부족한 의료시설을 원격 진료센터 설치로 보완 중이다. 프랑스는 2001년부터 이 방식을 추진해 왔지만 사회적인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그러나 2018년 오메디스(Omedys)라는 회사가 설립되면서 상황이 반전되었다. 두 전직 응급의학과 의사가 원격 상담 전용 진료실 두 곳을 오픈한 것이다. 금상첨화로 이해 9월부터 원격 진료가 의료보험의 적용을 받게 되고 코로나 19가 확산되면서 바야흐로 원격 의료의 시대가 시작됐다. 원격 의료는 병원 응급실의 부담을 덜어주고 특히 시골, 교외 등 의료 인력이 부족한 지역에서 의사와 쉽게 접촉할 수 있는 접근성을 높여 준다. 또한 환자와 의사의 진료 시
살롱의 대모 탕생 부인이 1749년 세상을 뜨자 데팡 부인, 레피나스 양, 조프랭 부인 등의 살롱 시대가 시작 되었다. 이 여인들은 자신의 살롱에서 당대의 작가들이 금융가, 장관, 방문 외국인들을 만나 정기적으로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였다. 여기서 피어난 아이디어들은 세상 곳곳으로 퍼져나가 혁명의 자양분이 되었다. 이 세 여인의 살롱 중 가장 활기를 띤 곳은 데팡 부인(Madame du Deffand)의 것이었다. 데팡 부인의 본명은 마리 드 비시 샹프롱(Marie de Vichy-Champrond)으로 1696년 부르고뉴의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는 비시 백작 가스파르 2세였고 어머니는 부르고뉴 의회 초대 의장의 딸이었다. 데팡 부인은 1718년, 스물두 살의 나이로 친척인 장 바티스트 자크 뒤 데팡 후작과 결혼하였다. 하지만 이 부부는 취향이 잘 맞지 않았다. 남편은 매우 지루한 대령으로 전원생활을 좋아한 반면, 부인은 당시 유럽에서 가장 큰 도시인 파리의 유흥가에서 사교모임을 즐기길 원하였다. 결국 부인은 남편에게 별거를 제안했고 이는 곧 받아들여졌다. 미모와 재치, 느슨한 도덕성의 소유자인 데팡 부인은 곧 유명세를 날렸고 추종
윤석열 정부가 불명예 퇴진하고 새 정부가 탄생하였다. 대통령실은 퇴근도 마다하고 매진하는 모습이다. 지난 정부와 대조적이어 흡족한 미소를 짓는 국민이 많다. 그러나 절대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 현재 한국 정치는 녹록지 않다. 망가진 국가 시스템을 재건해야 하고 경제도 살려야 한다. 골이 깊은 국민들의 정치적 갈등은 어떻게 할 것인가? 새 대통령의 갈 길은 험난하기 그지없다. 이런 내 걱정에 혹자는 “누가해도 윤석열 보다 나을 텐데 뭔 걱정?”이라고 말한다. “그야 그렇지만!”이라고 맞장구를 치지만 맘은 여전히 놓이지 않는다. 국정 운영은 결코 대통령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간 뿌리 내려온 한국 정치 문화를 거스르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만 있다면 정치 혁신은 어느 정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그 혁신의 첫 단추는 아마 적절한 인사배치일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누가 이 말을 만들었는지 정말 명언이다. 이재명 정부가 지난 정부들과 큰 차별화를 꾀한다면 인사를 파격적으로 단행해야 한다. 지난 정부들, 특히 윤석열 정부처럼 ‘끼리끼리’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서울대 출신으로 도배를 한다든지 그런 일을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