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태원 참사 이후 대책으로 마련한 ‘안전예방 핫라인’의 안전점검 신청 건수가 크게 늘고 도민들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소식이다. 주민들의 안전 의식을 높이는 동시에 정책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여서 고무적이 아닐 수 없다. 일상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안전사고 위험성을 신고하고 지방정부가 이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체계야말로 바람직하다. 정책을 더욱 효율적으로 다듬고 발전시켜갈 가치가 충분하다. 김 지사는 지난 2022년 이태원 참사에 따른 후속 대책으로 같은 해 11월 관련 부서에 안전예방 핫라인 도입을 지시했다. 핫라인이 도입되면서 곧바로 안전점검 신청 건수가 큰 폭으로 증가한 데 이어 2023년 이후에도 연평균 증가율을 20%대 이상 유지하고 있다. 경기도가 밝힌 도민들의 연도별 안전점검 신청 건수를 살펴보면 2022년은 225건, 2023년은 324건, 2024년은 384건, 2025년은 473건이다. ‘안전예방 핫라인’은 활용 증가율이 높아지는 동시에 정책 서비스에 대한 도민들의 만족도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에 따르면 안전예방 핫라인 만족도 조사 결과, 응답자(201명) 중 매우 만족이 50%, 만족이 32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 초기 내란 수습과 경제 회복의 기세를 몰아 수도권 집값 난제 정면 돌파를 천명하고 나섰다. “15년 동안 안 먹고 모아야 집 한 채 살 수 있다”는 대통령의 신년 발언은 다주택자 양도세 면제 불가 방침과 맞물리며 여론의 뜨거운 쟁점이 됐다. 정책의 성패를 가를 공론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주체는 단연 언론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초 우리가 목격한 것은 권력을 감시하고 사실을 검증하는 언론의 모습이 아니라, 특정 이익집단의 언어를 무비판적으로 복제하는 ‘확성기’의 모습이었다. 발단은 지난 2월 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배포한 보도자료였다. 영국의 이민 컨설팅 업체 헨리앤파트너스의 자료를 인용해 ‘한국 고액 자산가 2400명이 상속세 부담 때문에 해외로 유출됐다’는 자극적인 내용을 담았다. 연합뉴스·조선·중앙·동아일보를 비롯한 도하의 수많은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부자 탈출’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쏟아냈다. 그것도 취재원이 요청한 2월 3일 12시 "상속세 60% 낼 바에 한국 떠납니다"(이데일리)류의 기사였다. 비판적 검증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이 ‘기사’들의 실체는 며칠 만에 처참하게 드러났다. 해당 보고서는 이미 2025
대한민국 사회연대경제(SSE)가 거대한 전환의 파도를 맞이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정책 기조가 급변하며 사회적경제에 대한 지원 체계가 재편되는 시점이다. 누군가는 위기를 말하지만, 20년 이상 이 현장을 지켜온 전문가의 시각에서 지금은 오히려 보조금 의존에서 벗어나 ‘자립’과 ‘연대’라는 본연의 가치를 증명해야 할 진정한 승부처다. 이러한 격변의 시기에 경기도 안산에서 들려온 ‘2030 안산사회연대경제 비전 선포’ 소식은 경기도를 넘어 대한민국 사회연대경제가 나아가야 할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2026년 1월 21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 모인 200여 명의 사회연대경제 주체들은 ‘안산을 경기도 사회연대경제의 모범도시로 만들자’는 기치 아래 2030년까지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선포했다. 이번 선포식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구호에 그치지 않고, 정책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실천적 과제들을 매우 구체적이고 도전적으로 설정했다는 점에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조직화의 규모’다. 안산은 2030년까지 안산시 인구의 15%인 약 10만 명을 사회연대경제 조합원으로 조직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사회연대경제가 특정 소수의 활동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팔란티어의 창업주 피터 틸의 <제로 투 원>(한국경제신문, 2014)에 나오는 내용이다: 사람을 채용하려고 면접을 볼 때 내가 자주 하는 질문이 하나 있다. “정말 중요한 진실인데 남들이 당신한테 동의해주지 않는 것은 무엇입니까?”(13면) 좋은 대답은 다음과 같은 형식을 취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X라고 믿지만, 진실은 정반대예요.”(14면) 흔히들 믿고 있는 잘못된 믿음을 찾아낼 수 있다면 반대로 그 뒤에 숨겨진, 통념과는 다른 진실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21면). 잘못된 믿음인지는 알 수 없지만 흔히들 받아들이고 있는 믿음이 있다. 인공지능이 모든 전문직을 대체할 것이고, 법률가들도 대체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벌써부터 이러한 믿음에 따라 변호사 시장의 신규 채용이 줄어들고 있다는 뉴스가 나온다. 국내 10대 로펌의 신입 변호사 채용 인원이 작년에 비해 23.3% 감소했는데, AI 확산의 영향이라고 한다. 미국 노동통계국장도 “앞으로 법조계로는 절대 진로를 정하면 안 된다”, “로펌들은 인공지능에 리서치를 시키면 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고 한다(해럴드경제, 문과 전문직 ‘사망 선고’ 나왔다... “법조계 진로 절대 안돼”, 2026.
기다릴 수 있음은 행운입니다. 기다림의 반대편에는 조급함이 있고, 체념이 있고, 재촉이 있습니다. 얼핏 어울리지 않는 단어 같지만, 조건에 따라 기다림의 반대편에 서는 건 제각각입니다. 기다림이 시간을 의미할 때, 반대편에 서는 건 조급함입니다. 기다림이 희망을 품은 상태라면 체념은 절망에 짓눌린 상태이고, 기다림이 배려로 쓰일 때 코웃음을 날리는 건 재촉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다림은 불행이기보다 다행에 가깝습니다. 다행이기로는 기다릴 수 있는 사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은 떠남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봄을 기다릴 수 있음은 겨울을 떠나보낼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어떠십니까. 당신도 나처럼, 그늘진 시간을 뒤로 하고 온기가 머무는 계절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그렇다면 나와 당신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적어도 우리의 일정표에는 모든 날, 모든 순간이 기다림이라는 두근거림으로 빼곡할 테니까요. 올겨울은 유난히 춥습니다. 그래서겠지요. 겨울과 작별하려는 사람 또한 많습니다. 그들에게 겨울은 꽁꽁 얼어붙은 땅과 하늘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전쟁과 기아는 계절과 상관없는 겨울입니다. 그 겨울이 지구별 곳곳에 눈물 폭탄을 투하
지속 가능한 개발과 안전은 공동체 발전의 중요한 두 축이다. 특히 생명과 직결된 안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우선 가치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경기도와 경기주택도시공사가 K-컬처밸리 아레나 사업의 안전성을 들어 사업 기간을 조정한 점은 아쉽지만 불가피한 상황이기에 긍정 평가한다. 경기도와 경기주택도시공사는 지난해 10월 세계 최고 수준의 공연 기획사인 라이브네이션 컨소시엄을 K-컬처밸리 아레나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협상을 진행해 왔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라이브네이션 컨소시엄은 2월 20일 기본 협약을 체결하고, 17%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아레나 구조물을 인수해야 한다. 그리고 그 구조물의 원형을 유지해서 아레나를 건설하게 돼 있다. 그런데 최근 라이브네이션 측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하자를 완벽히 차단하고, 국제적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기존 구조물에 대한 정밀 안전 점검을 요구했다. 이에 경기도와 경기주택도시공사는 기술적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사업 성공에 필수불가결 하다고 판단하고 라이브네이션 의견을 수용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기존 구조물 점검에만 그치지 않고, 흙막이 시설과 지반 등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점검 요소들을 전
미술사는 더 이상 하나의 연속된 서사로 설명되기 어렵다. 지금 우리는 분명한 전환점에 서 있다. 의미와 해석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온 미술사 전기(前期)와, 발생과 귀속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미술사 후기(後期) 사이의 경계다. 미술사 전기는 재현, 형식, 개념이라는 질문의 축으로 요약된다. 무엇을 그릴 것인가, 어떻게 보이게 할 것인가, 왜 예술인가라는 물음이 미술의 방향을 이끌어왔다. 이 시기 예술의 중심은 의미 생산이었고, 작가는 해석 가능한 메시지의 주체였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이 전기의 말미에서 의미의 해체와 상대화를 수행했지만, 질문의 구조 자체를 전환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예술은 더 이상 ‘무엇을 말했는가’라는 질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구조가 작품이 되고, 조건이 이동하며, 그 결과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 발생하는 작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 지점에서 미술의 질문은 달라진다. 무엇을 의미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열어버렸는가, 그리고 그 이후의 결과는 누구에게 귀속되는가라는 질문이다. 이것이 미술사 후기가 작동하기 시작한 지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이론적 가설이 아니라, 이미 현장에서 실천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필자는 이 과정을 구조, 조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