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통일교로부터 샤넬 가방 2개를 받았다고 인정했다. 김 씨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로부터 두 차례 가방 선물을 받았다. 부적절한 처신으로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 깊이 반성한다. 저의 부족함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신중히 처신했어야 함에도 부적절한 처신으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린 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변호인단 입장문을 통해 금품 수수 사실을 처음 인정했다. 지난 4월 30일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이어진 특검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받은 적 없다”고 강력 부인하다가 6개월이 지나서야 자백을 한 것이다. 그러나 김 여사는 “어떠한 청탁, 대가 관계도 존재하지 않았고 그라프 목걸이 수수 사실은 명백하게 부인한다”고 밝히면서 자백의 진정성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12일로 예정된 자신의 보석심문과 재판을 염두에 둔 전략일 뿐이라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여론이다. 우선 전성배 씨 등 사건 관련자들의 실토가 이어지자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간 통일교 측 선물을 잃어버렸다고 주장해왔던 전 씨는 재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전후 김 여사 측에 전달한…
트럼피즘(Trumpism)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에서 나온 말이지만 단지 한 정치인의 스타일을 뜻하지 않는다. 그 안에는 오늘날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이유가 담겨 있다. 트럼피즘은 제도나 법보다 감정과 분노가 앞서는 정치다. 트럼프가 가짜 뉴스를 반복해서 외칠 때마다 흔들린 것은 언론이 아니라, 세상이 무엇을 진실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기준 그 자체이다. 트럼피즘은 사실보다 감정, 제도보다 충성, 대화보다 확신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 사회 전반에 퍼진 불신의 징후다. 비슷한 일이 이미 존재했다. 1950년대 미국에서 퍼진 매카시즘(McCarthyism)이 그 예다. 당시 상원의원 조지프 매카시는 “정부 안에 공산주의자가 숨어 있다”라고 주장하며 사회의 불안을 자극했다. 그 결과 수많은 사람이 아무 증거 없이 빨갱이로 몰렸다. 할리우드 배우, 작가, 기자, 교수까지 의심받았고, 일자리를 잃거나 평생 낙인이 찍혔다. 매카시즘은 단순한 정치 탄압에서 끝나지 않고 공포가 이성을 이기는 사회를 만들어냈다. 그 후 미국 사회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가 남았다. 사람들은 말하기를 두려워했고 다른 의견을 내는…
두 시간 동안 서서 ‘독서와 인생’이라는 이희승 선생의 수필을 깜냥에 열강 했다. 지친 몸 이끌고 가서 ‘덕진호수’ 곁 임자 없는 의자에 궁둥이를 얹었다. 수중(水中) 도서관 서쪽 분수대에서 내뿜는 분수 쇼가 볼품이었다. 호수 주변 나무들은 때 늦은 단풍잎과 노을빛이 조화롭게 선명도를 연출하고 있었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구름다리를 건너오고 가는 젊은이들 모습은 한가한 낭만 그 자체이었다. 누군가와 함께 걸을 때가 좋았는데… 하고서 노을이 잠기는 호수의 면면을 보고 있자니 한영애 가수의 ‘옛 시인의 노래’가 생각났다. ‘마른나무 가지에서 떨어지는 작은 잎새 하나/ 그대가 나무라 해도 내가 내가 잎새라 해도 우리들 사이엔 아무것도- 얼마 후 한국 『고전해학』에 나오는 ‘희청군성(喜聽裙聲)’의 한 대목이 뒤를 잇는다. 송강 정철과 서애 유성룡이 같이 있다가 막 헤어지려는데 백사 이항복과 월사 이정귀, 일송 심희수가 동석했다. 술이 은근히 취하자 서로 문장에 대한 품격을 나름대로 논하게 되었는데, 먼저 송강이 말했다. “밝은 밤, 밝은 달빛, 다락 위에서 구름을 가리는 거문고 소리가 제일이지. 그러자 심일송이 “만산홍엽인데 바람 앞에 원숭이 우는 소리가 제격일 걸세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제대로 기획되고 추진되는 축제에서는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지역사회의 결속력과 유대감을 형성, 공동체 의식을 강화시킨다.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며,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 생산·소득·부가가치 유발, 고용 창출 효과가 크다. 그 가운데에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이 있다. 2006년 첫 개최된 이래 올해 20회를 맞은 펜타포트는 K록의 상징이자 아시아 대표 록 페스티벌이 됐다. 그동안 전설적인 무대와 음악적 유산을 남겨 ‘대한민국 록 페스티벌의 교과서’라는 이름도 얻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글로벌 축제 지원사업’ 및 ‘2024~2025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명실상부한 국제적 음악 축제로서의 위상을 높였다. 지난 8월 1일부터 3일까지 송도 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2025 인천펜타포트 락페스티벌에는 국내외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아티스트 60 팀 가량이 참여해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시작부터 ‘대박’의 조짐이 보였다. 주최 측이 11일 공식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인터파크에서 블라인드 티켓을 판매했는데 순식간에 블라인드 티켓이 전석 매진됐다고 한다.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파이낸셜뉴스와 한국리서치가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으로 올
아파트에 입주하고 몇 년이 경과하면 외벽이나 발코니 쪽에 실금처럼 보이는 균열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균열의 폭이 큰 경우에는 당연히 이를 하자라고 주장할 수 있고, 실제 하자 소송에서 이러한 균열은 하자로 많이 인정되고 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0.3mm 미만의 미세한 균열의 경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미세한 균열에 대하여 시공사 측에서는 "0.3mm 미만의 미세한 균열이고 누수도 없으니 기능상 문제가 없다"라며 표면만 덮는 '표면처리공법'으로 보수하면 된다고 주장을 합니다. 특히 최근 아파트 하자 소송에서는 '층간균열'이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층간균열은 시공 과정에서 층과 층 사이 접합부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균열을 말합니다. 입주자들은 이것이 단순한 미관상 결함이 아니라 건물의 내구성과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하자'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시공사 측에서는 표면만 덮는 '표면처리공법'으로 보수하면 된다거나 누수를 막는 '방수키'가 시공되어 있으니 하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아파트 하자소송에서 중요한 기준이 되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건설감정실무'(2016년 개정판)에서는 '층간균열'을 일반 균열과는 다르게 취급합니다
APEC이 막을 내렸다. 이번 APEC의 성과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외교는 과정보다 최종 결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잠수함 보유 논의를 진전시킨 점은 주목할 만하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성과 여부는 추후 판단해야 한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역시 양국 발표 내용에 차이가 있어 현재 시점에서 평가는 유보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번 회담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적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장면이 있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바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선물 교환 과정에서 나온 대통령의 발언이다. 정상 간 선물 교환은 단순한 의례를 넘어 외교적 메시지를 담는다. 선물에 담긴 상징성은 양국 관계의 맥락과 의도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금관이 그의 '꿈'을 상징했듯이, 이번에 시진핑 주석에게 전달한 바둑판 역시 깊은 의미를 지닌다. 이는 11년 전 시 주석의 방한 당시 선물한 바둑알에 이은 것으로, 그의 취미를 고려한 맞춤형 선물이자 외교 관계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지점은,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선물을 전달할 당시에 양국…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국가핵심기술 유출 사건이 폭증하면서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핵심기술 유출은 피해기업이 경쟁력을 잃는 것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국부(國富)가 유출되는 중대한 부작용을 불러온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급증을 막기 위해서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사법 체계의 허점을 바로잡고 핵심기술 퇴직자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등 종합대책이 필요하다. 기술자원을 다 잃고 나면 우리나라는 살아나갈 길이 영영 막히고 만다. 경찰청에 따르면 해외 기술 유출 사범 검거 건수는 2022년 12건에서 지난해 27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2021년 1건에 불과했던 국가핵심기술 유출 사건도 지난해 11건으로 폭증했다. 디스플레이·반도체 등 첨단기술이 표적이다. 최근 삼성 SDI 전기차 배터리 국가핵심기술을 해외에 유출시킨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방위사업 산업기술범죄수사부 조정호 부장검사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국가핵심기술 국외유출 등),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국외누설 등),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회사 실제 운영자와 삼성SDI 협력사 직원 등 4명을 구속기소했다. 또 이들과 공범 관계인 과장, 삼성SDI 출신인 대표이사 등 9명과 코스닥 상장사 회사법인 2곳 관계자 등 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