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전 조선왕조 천주교 신유박해(1801년) 사건 때 정약용 선생은 일가족이 천주교에 연루되어 집안은 풍지박산이 되고, 정약용 선생은 전남 강진에 유배를 간다. 그 곳에서 선생은 용기를 내어 자신의 열정을 학문으로 승화시키게 된다. 지방 수령과 목민관이 지켜야 할 올바른 마음과 몸 가짐의 자세, 업무지침에 관련된 내용의 '목민심서'를 1818년에 지었다. 이 책에서는 12 편의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 중에서 필자는 목민관들의 마음을 다스리는 규율인 ‘율기(律己)’에 관심이 있다. 먼저 바른 몸가짐(칙궁(飭躬), 청렴한 마음(淸心), 집안을 다스림(齊家), 청탁을 물리침(屛客), 씀씀이를 절약함(節用), 절약한 자금으로 백성들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樂施)으로의 내용이다. 또 '목민심서'의 서문에 보면 선생의 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오늘날의 백성을 다스리는 자들은 오직 거두어들이는 데만 급급하고 백성을 부양하는 방법은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지위가 낮은 아랫 사람들은 여위고 병들어 줄지어 굶어죽은 시체가 구덩이를 메우지만, 다스린다는 자들은 바야흐로 고운 옷과 맛있는 음식에 자기만 살찌고 있으니, 어찌 슬프지 아니한가.” 위 서문과 같이…
경기도교육청이 객관성과 신뢰성을 갖춘 평가시스템 구축을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서·논술형 평가 시범 운영 연구회’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서·논술형 평가는 공정성 논란과 함께 교사들의 과중한 업무부담 문제로 교육계의 골치 아픈 숙제로 여겨져 왔다. 아울러 시대에 맞는 교육 시스템 확보를 위해서 인공지능(AI) 기술의 접목은 뜨거운 이슈로 떠올라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우수한 AI 평가모델 구축으로 선진 첨단교육 시스템을 개척해내길 기대한다. 경기도교육청이 운영을 시작한 시범 운영 연구회는 인공지능 기반 서·논술형 평가를 주제로 학교 현장 적용을 위한 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정책실행연구회다. 학교급별 인공지능 서·논술형 평가시스템을 시범 적용하고 검증하며 개선점을 마련하고 교과별 서·논술형 평가도구(루브릭)를 개발해 학교 현장을 돕는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진행한 연구회 공모에는 모두 29개 학교가 지원했으며 특히 고등학교는 7.5대 1의 경쟁률을 보여 많은 관심을 받았다. 도교육청은 공정한 심사를 거쳐 학교 단위로 모두 7개(초 2, 중 3, 고 3) 연구회를 선정했다. 교육청은 이들 연구회의 연구 결과를 자료로 제작해 도내 모든 학교에 확
최근 학교 현장의 논쟁 중 하나는 교실 내 CCTV 설치다. 일부 학부모 단체와 정치권은 교사의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학부모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교실마다 CCTV를 설치하자고 주장한다. 일부 정치권도 이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교사로서 나는 이런 변화가 과연 교육을 위한 방향인지, 여전히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교실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수많은 감정과 관계가 오가는 살아 있는 공간이다. 교사를 포함한 매일 수십 명의 아이들이 실수하고 질문하며, 울고 웃는 곳이다. 교사는 아이들의 표정을 살피고, 눈빛을 마주하며 수업의 흐름을 조율한다. 아이가 울먹일 때 조용히 옆에 앉아 어깨를 다독이기도 하고, 실수한 아이의 속상한 마음을 말없이 받아주는 순간도 있다. 교실에 카메라가 설치되는 순간, 교사는 더 이상 아이만 바라볼 수 없다. “지금 이 말투가 오해를 부르지는 않을까?”, “이 장면이 문제가 되진 않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스스로를 검열하게 된다. 수업은 점점 ‘기록을 위한 문제 없는 장면’으로 바뀌고, 교실은 배움의 공간이 아닌 방어의 공간이 된다. 교사는 완벽하지 않다. 부모가 집에서 늘 최선일 수 없는 것처럼, 교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백 ]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경기도가 360° 언제나돌봄 정책의 일환인 ‘언제나 어린이집’을 1일부터 5개에서 11개로 확대 운영한다고 밝혔다. 맞벌이 부부에게 유사시 아이를 맡기고 일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은 절박한 민생이다. 육아에 얽매어 별도의 시간이 필요한 일체의 사회적 활동을 차단한 채 살아야 하는 젊은 부부들에게 ‘언제나 어린이집’은 획기적인 새로운 개념의 보육 복지 사각지대 해소책이다. 망국적 저출산 풍조 해소책과도 직결된 이 정책은 대폭 확대 발전돼야 한다. 경기도가 도입 시행하고 있는 ‘언제나 어린이집’은 평일과 토·일·공휴일 및 주·야간(새벽) 등 연중(24시간) 운영하는 보육시설로, 일시적·긴급상황 발생 시 영유아 자녀를 맡길 수 있는 긴급돌봄시설이다. 도에 거주하는 영유아(6개월 이상 7세 이하 취학 전)를 둔 부모(보호자)라면 가정에서 자녀를 양육하거나 어린이집·유치원을 다니거나 ‘언제나 어린이집’과 거주지역이 달라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도는 지난해 6월 1일 부천시(아람 어린이집), 남양주시(시립힐즈파크 어린이집), 김포시(시립금빛하늘 어린이집), 하남시(시립행복모아 어린이집), 이천시(이천시 24시간 아이돌봄센터 ‘아이다봄’) 등 5개 시군 별로 1곳씩 ‘
만학도로 유학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 한국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건 하늘의 별따기였다. 실력보다 커넥션이 중요한 사회의 공고화는 상상을 초월했다. 호구지책을 위해 모대학의 모교수에게 강의를 주실 수 있는지 타진하는 손편지를 보냈다. 다행스럽게 답신이 와서 나는 그 교수를 만나러 학교 연구실로 찾아갔다. 모교수는 내가 전공한 여론과 여론조사에 대해 궁금한 게 많다면서 여러 질문을 하셨다. 나는 프랑스 사회에서는 여론의 개념이 매우 중요하며 그 개념에 입각해 여론조사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한국이 여론조사로 공천을 하는 것은 매우 잘 못된 일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여론조사를 공천에 사용한 민주당의 2002년 대선이 얼마나 잘 못된 것인지도 설명 드렸다. 여론조사란 오차범위가 존재하고 그 오차범위 안에 있는 후보들은 우열을 매길 수 없는 것인데 0.01%라도 앞선 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되는 룰은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한국 사람들 너무 겁이 없다”라는 말까지 드렸다. 그러자 그 교수는 웃으면서 “방법이 없어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방법이 없어서라고? 난 이 말에 동의
국내 체류 외국인 유학생이 지난해 처음으로 20만 명을 넘어섰다. 2024년 4월 기준 대학의 학위과정이나 어학연수 과정에서 수학 중인 유학생은 20만8962명으로, 이는 국내 4년제 대학과 전문대 재학 중인 전체 학생 233만 명의 9%에 해당하는 규모다. 아시아 지역에서 온 유학생들이 전체 유학생의 90.8%를 차지하며, 그 뒤를 유럽(5.1%), 북미(25), 아프리카(1.4%), 남미(0.5%) 등이 잇고 있다. 국적 분포를 살펴보면 중국에서 온 유학생이 34.5%로 가장 많고, 베트남(26.8%), 몽골(5.9%), 우즈베키스탄(5.8%)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정부의 본격적인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정책 ‘스터디 코리아 프로젝트(Study Korea Project)’가 처음 시행되었던 것은 2004년이다. 그보다 앞서 1967년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사업(GKS, Global Korea Scholarship)이 시작되었지만 당시 정책 기조는 지금과 많이 달랐고, 1990년대까지만 해도 ‘유학생’이라 하면 해외로 나간 한국인 유학생을 지칭하는 말로 주로 사용되었다.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언어가 담아내는 의미와 내용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교육부는 20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가슴에 이름표를 달고 웃고 있는 조카의 사진을 한참 동안 들여다봤다. 얼마 전 초등학교 입학식에서 찍은 것이었다. 사진을 보며 나의 초등학교 입학식 풍경을 떠올렸다. 학교 건물 벽에는 반과 아이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벽보가 붙어있었다. 우리는 반이 표시된 운동장의 깃발 아래로 모였다. 나란히 줄을 맞추느라, 앞으로 뒤로 옆으로 몇 걸음씩 우르르 옮기며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추위가 가시지 않은 3월의 운동장에서, 코를 훌쩍이며 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입학식이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쓸 줄 아는 글자는 겨우 내 이름뿐이었다. 자음과 모음의 순서도 모르고 쓰는 글씨는, 그림에 가까운 상형문자였을 것이다. 선생님이 읽어주는 책을 따라 읽고, 공책의 네모 칸을 한 글자씩 채우며, 새로운 세상 속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학교에서는 ‘받아쓰기경시대회’라는 것을 했고, 나는 백점을 맞았다. 선생님은 상 받을 몇 명의 아이를 호명하며 교탁 앞에 세웠다. 그리고 우리를 한 명씩 돌아가며 업어 주셨다. 이름밖에 쓰지 못했던 나를 보고는 더 기뻐하셨다.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라.” 우리는 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