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신문 = 황기홍 기자 ]
지난 3일은 24절기 중 첫 번째로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이었다. 그러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라곤 하지만 온기를 전혀 느낄 수 없는 강추위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어이없는 계엄령 선포 이후 더욱 냉각된 우리나라의 정치와 경제, 사회 분위기 등이 날씨에도 영향을 끼친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당연히 그럴 리야 없겠지만. 이처럼 혹한이 지속되면서 질병청은 저체온증과 동상·동창 등 한랭질환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저체온증의 경우 생명까지도 잃을 수 있는 심각한 한랭질환이다. 대부분의 한랭질환의 84.5%가 저체온증이라고 한다. 매년 300~400명의 한랭질환 환자가 발생하는데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2월 2일까지 한랭질환자는 233명으로 집계됐다. 대표적인 저체온증 고위험군은 노숙인이나 쪽방촌 주민, 저소득층 노인 등이다. 이들은 음식섭취나 의복 난방 등 보온이 충분하지 않아 건강상태가 우려되는 사람들이다. 한파는 이들에게 치명적인 위협이다. 이에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부터 강추위에 취약한 쪽방촌 주민들에게 밤 추위 대피소 이용권을 지급하고 있다. ‘동행목욕탕’은 동네 목욕탕을 활용한 사업이다. 난방이 충분하지
역사책을 살피면, 사회적 혼란과 정치적 불안이 심화하는 시기마다 미신과 초자연적 신앙이 위기를 극복할 방안으로 여겨지곤 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인간의 심리는 이해할 수 있으나 비합리적 믿음이 국가 운영과 정치적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면 그 결과는 대개 국가의 붕괴나 사회적 혼란으로 귀결되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타난 사례들은 미신적 사고가 정치에 미치는 위험성을 경고하며 현대 사회에서 이를 배제해야 할 필요를 시사한다. 미신적 신앙은 예언서나 도참서를 통해 특정 인물이나 사건이 도래할 것을 암시하며 통치자와 민중에게 미래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후한 말기 중국에서는 도참 신앙에 힘입어 황건적의 난이 일어났고, 이는 후한의 몰락을 예고하는 사건이었다. 조선 후기에도 민중 사이에서 정감록에 대한 믿음이 퍼지며 왕조에 대한 불안을 부추겼다. 이처럼 비이성적 신앙은 단기적으로 사회적 불안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지만, 일종의 진통제와 같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정치적 혼란을 심화시키고 통치의 정당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신에 의존한 통치의 문제점은 명확하다. 비합리적 믿음은 과
1300년 전, 그는 당나라의 2대 황제(598-649)였다. 후대로부터 중국 5천년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군주로 평가받는다. 통치기간은 627년부터 649년까지. 24년간이었다. 당나라는 정치 경제 문화 예술 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당시 세계최강의 제국이었다. 그의 치세(治世)를 역사가들은 ‘정관지치’(貞觀之治)라고 칭송했다. ‘세상을 올바르게 본다’는 뜻의 ‘정관’(貞觀)은 태종의 연호다. 그는 공자를 존경하고 따르면서도 노장사상에 심취하여 무위지치(無爲之治)가 최고의 정치라는 것을 깨닫고 실천했다. 도교(道敎)를 국교로 삼은 것이 그 증거다. 불교를 공부한 후에 역시 큰 깨달음을 얻었다. 지체없이 유불도 삼교정립(儒佛道 三敎鼎立)을 국가의 사상적 정체성으로 정립(定立)시켰다. “철학자가 군주가 되거나, 군주는 철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플라톤의 철인정치론에 합당한 인물이다. 그의 위대한 리더십을 기록한 ‘정관정요’(貞觀政要)는 노장공맹(老壯孔孟), 그 2천년 스승들의 핵심사상이 체화된 품격정치의 바이블이다. 아래의 인용문들은 ‘정관정요’에 나와 있는 태종의 사람됨과 그의 정치에 관한 내용이다. “그는 현명하고 유능한 사람을 뽑아서 일을 시켰다. 그들
[ 경기신문 = 황기홍 기자 ]
출산 기피 풍조가 불러온 인구소멸 위기에 맞서 정부와 지자체가 기울여온 총력대응의 결과로 그 효과가 희미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경기도가 임신 전·임신 중·출산 후 시기별 지원정책을 차별화하는 등 대응책을 강화한다. ‘국가소멸’ 초래라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대재앙 가능성이 여전히 살아 있다. 경기도의 적극적인 정책적 대응이 괄목할 만한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작은 긍정적인 조짐에 함부로 긴장을 허물 때가 아니다. 경기도는 올해부터 모든 20~49세 남녀를 대상으로 필수 가임력 검사 비용 13만 원(여성), 5만 원(남성)을 최대 3회 지원한다. 또 가임기 여성과 임산부에게 철분제와 엽산제를 지원하고 모유 수유 교육 등 임신·출산·육아 관련 건강서비스를 제공한다. 임신 중 정책으로는 난임부부와 임산부를 대상으로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도지회 또는 동국대일산병원에서 전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해부터 동국대일산병원에서는 경기도 임신출산교실을 운영해 부부 동반으로 임신·출산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 4월부터 분만취약지역(연천·가평·양평·안성·포천·여주) 거주 임산부에게는 카드 포인트 형태로 교통비 최대 100만 원을 지원한다. 또 19대
사람이 태어나서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하고 끝까지 헤어지지 않고 인생의 마지막까지 함께 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연인이 되고 부부가 된다는 것, 부모와 자식이 되고 친구가 된다는 것을 잘 생각해보면 기적 같은 일이다. 그런데 기적 같은 만남을 이루고도 많은 사람들은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어떻게 해야 그 기쁨을 누릴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며칠 전 짜장면을 먹었다. 나무젓가락을 쫘악 자르면서 이번에는 힘조절이 잘되어 나무젓가락이 똑같이 이등분으로 잘라졌구나 하면서 그 시시한 만족을 느끼다가 문득 젓가락이 나에게 주는 메시지를 듣고야 말았다. 나무젓가락의 입장에서 만들어지고 쓸모있게 사용된 후 버려지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보니 거기에 진리가 있었다. 한몸으로 붙어있던 젓가락은 본디 하나의 뿌리에서 자라 뿔뿔이 가지가 갈라져도 서로를 놓지 않고 있었을 것이다. 젓가락으로 만들어지기 위하여 나무의 몸이 깎일 때 젓가락 두짝은 똑같은 이름으로 태어나기 위해 생사이별의 위기마다 잡은 손을 놓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완성된 젓가락은 하얀 종이 옷 속에서 자신의 소명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소명을 이루기 위해서는 쫘악 하고 뼈를 껶는 고통
겸손한 인품과 성실한 생활태도를 가치덕목으로 삼고 살던 시대는 나의 스승과 함께 가버린 것 같다. 오늘날은 바람의 오염과 세상의 소음이 이명(耳鳴) 증상 같이 두뇌를 울리고 있다. 하여 고하(古河) 선생의 '시조로 본 풍류 24경'을 꺼내어 보니 '청정한 소나무여, 솔바람 소리여'가 펼쳐진다. "산골짜기에 가까운 집 오는 사람 드물어/ 홀로 국화꽃 따 들고 돌밭에 앉아 있네." (幽居近壑人來少유거근학 인래소 ⭑ 獨採黃花坐石田독채황화 좌석전). 성수종(成守琮1495-1533)의 칠언절구를 만나게 된다. 그런가하면 ‘누워서 듣는 맑은 퉁소 같은 바람 소리 파도처럼 흩어지는 솔바람 소리 (臥聽晴賴散松濤 와청청뢰산송도)라고도 했다. 수필가 윤오영은 소나무를 들어 ‘공기를 청신하게 하고 폐를 깨끗하게 해주는 점에서 다른 나무들이 당할 수 없다,’고 했고, 솔바람 소리는 ‘청아한 냄새가 신선한 향기를 퍼뜨린다.’했다. 십여 년 전 남편을 잃은 친구 부인과 부인의 시댁 당숙뻘 되는 내 친구와 그의 자동차로 모악산이 멀지 않은 곳으로 갔다. 그곳에서 점심을 먹은 뒤, 친구 부인이 차를 대접하겠다고 하여 간 곳이 ‘대바람 소리’라는 찻집이었다. 부인의 시댁 당숙은 나이 차이
오산시 안전정책과가 언제부터인가 좌천식 인사부서나 기피부서로 전략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이 있지만 그건 인적 자원들이 훌륭할 때나 가능할 것이다. 오산시 안전정책과는 그야말로 각종 재난에 사전대응 운영체계로써 오산시의 재난대응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매년 여름 홍수나 수해 겨울철에는 대설·한파에 대응하기 위해 재난대응 상황점검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여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중요부서다. 최근 국내·외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재난 사고를 분석하면 규모는 커지고 빈도는 잦아지는 형태를 보이고 있어 오산시 또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인력과 대응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시점이다. 하지만 시는 시민 안전체계를 강화했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인 증원 없이 매년 똑같은 과(課)·실(室)만 운영 할뿐 전문성은 현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매년 '좌천식 인사부서'로 낙인찍혀 있다는 것이 내부 평가다. 특히, 이 부서에 발령받거나 인사이동 소식이 들릴 때마다 내부에 불만의 목소리가 빈번하기때문이다. 오산시는 이제부터라도 조직 쇄신의 필요성이 절실할 시점이다. 시는 재난상황과 처리상황을 전문부서로 만들어 전 부서가 공유할 수
이제 대한민국을 단일민족국가라고 주장할 수는 없게 됐다. 국내에 체류하며 우리사회를 구성하는 외국인 수가 240만 명 이상이다. 이에 따라 이주배경 초·중·고등학교 학생, 즉 다문화학생도 크게 늘어났다. 2013년 5만 5780명 정도였으나 2023년엔 3배가 넘는 18만 1178명으로 증가했다. 우리나라 전체 학생 521만 8000명의 3.5%나 되는 숫자였다. 2024년 다문화 학생 수는 19만 3814명(전체 학생 대비 비율 3.8%)으로 더욱 늘었다. 일부지역에서는 다문화 학생 수가 전교생의 절반을 넘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경기도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5만 명이 훌쩍 넘는 다문화학생이 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다문화학생들이 상급 학년·학교로 올라갈수록 수업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중도 퇴교하기도 한다. 물론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만이 퇴교사유의 전부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편견과 집단 따돌림, 의사소통의 어려움, 학교생활 부적응, 정체성 혼란 등도 원인으로 지적한다. 다문화 청소년의 진로·진학 관련 실태는 지난달 16일 성결대학교 산하 다문화평화연구소가 ‘이주배경학생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