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지 않는 한국인 작년 프랑스 여행에서 제일 부러웠던 것은 프랑스인들의 독서 사랑이었다. 2017년 OECD 성인 1인당 월간 독서량 통계에 따르면, 미국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에 비해 한국은 0.8권으로 최하위이다. 한국인들이 책을 안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일 때문에 바쁘고, 각종 디지털 영상 매체로 보는 콘텐츠 때문이라고 한다. 디지털도서나 오디오북을 듣기도 하지만 나는 아직 종이 책을 선호한다. 한 장씩 넘기는 종이의 감촉과 남은 부분보다 읽은 부분이 점점 더 두꺼워지는 부피감을 뿌듯하게 느낄 수 있고,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고책에서 찾아내는 보물들 책읽기에 속도가 붙은 요즘 나는 거의 매주 책을 산다. 책값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얼마전부터 최근서적이 아닌 경우에는 중고책을 사서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새 책 같은 중고책을 선호했는데 재고가 없어서 허름한 중고책을 사서 보니 밑줄 친 것에 눈길이 갔다. 이 사람은 왜 이 문장에 밑줄을 쳤을까? 그 책의 맥락을 짚어가며 읽는 데에 그 밑줄이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어떤 책에는 속표지나 페이지의 여백에 독자의 생각을 적어놓은 메모도 발견되었다. 그런 책을 만나면 그
최근 빈번하게 회자되고 있는 커뮤니티케어는 노인,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주민들이 살던 집에 거주하면서 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며 지역 사회에서 어울려 살 수 있도록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독립생할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지역주도형 사회서비스 정책을 말한다. 요양시설에 가지 않고 ‘내 집에서 노후 보내기’, ‘살던 곳에서 노후까지’ 등 지역 통합돌봄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어가고 있지만, 노화,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정책수립과 입법 과정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현재 논의 중인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안’에는 정책수립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가 통합지원 대상자 욕구에 맞는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족과 보호자에 대한 지원 및 보호, 주민 참여 활성화 등에 대한 책무와 국가가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지역사회가 주도하는 커뮤니티케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통합지원을 위한 전담조직을 두어 지자체가 통합돌봄 지원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어야 하며, 건강보험 및 장기요양보험 재정 건전성 확보와 함께 관련 기금 조성 또한 필요하다. 고령 인구
요즘 국민의힘은 중진들의 공천 문제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공천 경선 과정에서 동일 지역 3선 이상의 중진들에게 15%의 패널티를 주기로 했을 뿐 아니라, 일부 중진 의원들에게는 지역구를 옮길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아직까지 중진들의 반발은 그다지 심한 편은 아니다. 부산 진구 갑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5선의 서병수 의원에게는 부산 지역의 북·강서 갑으로 지역구를 옮길 것을 요구했고, 재선의 김태호 의원에게는 자신의 지역구인 경남 산청군·함양군·거창군·합천군 대신 경남 양산 을에 출마할 것을 요청했는데, 두 사람 모두 당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경남 밀양시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3선의 조해진 의원에게는 김해 출마를 요청한 상태다. 이렇듯 보수정당이 중진 의원들의 지역구를 '재배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에도 미래통합당은 중진 의원들의 지역구를 재배치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당시의 이런 시도는 총선 패배의 원인이 됐다. 중진 의원들의 정치력이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새로운 지역에 가서 터를 닦으려면 최소한 1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다른 지역구에 출마하라고 하니, 실패는 예정됐었다고 볼…
총선이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이번 선거만큼 무분별한 공약이 남발된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10월 김기현 집권당 대표는 뜬금없이 김포를 서울에 편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큰 파장이 일었다. 서울 위성도시에는 집권당 예비후보들이 ‘서울 편입을 나서겠다’는 펼침막을 다투어 내걸었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 없이 불쑥 발표했다가 사실상 유야무야됐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뉴타운 개발을 자극해 수도권 의석 111석의 73%인 81석을 휩쓸었던 2008년 18대 총선을 방불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새해 들어 민생토론회란 이름으로 집권당 선거를 지원하고 있다. 1월 4일(공매도 언급)부터 2월 10일(소상공인·중소기업)까지 10차례에 이어졌다. 3월 초까지 모두 15차례 안팎으로 예정돼 있다. 부처 업무보고 형식을 띠지만 메가톤급 계획들이 발표됐다. 대통령실은 선거와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지만, 액면 그대로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조선일보는 1월 17일자에 “여도 야도 ‘닥치고 선심’, 만약 다 실현된다면 나라 경제 결딴 날 것”이라 사설을 실었다. “대통령이 연일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며 “시장을 흔들만한 메가톤급 정책을 ‘깜짝 쇼’하듯 풀어놓고 있다”고…
우리나라는 대통령제 국가다. 경제 수준과 정치적 성숙도를 등가할 수는 없겠지만, OECD 국가중 대통령제를 채택한 나라는 미국과 우리나라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스도 대통령제를 채택하고는 있지만, 대통령중심제와 내각책임제가 절충된 이원집정부제로 순수한 의미의 대통령제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미국은 권력의 집중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치밀하게 마련돼있다. 의회와 행정부는 각각 심사권과 거부권을 통해 서로를 견제한다. 의회는 법률안 제출권을 독점하고 예산 편성 초기부터 관여한다. 의회와 협조하지 않고는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해도 법률 하나, 예산 한 푼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구조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에게도 법률안 제출권이 있다. 예산은 행정부가 전부 편성하고 의회는 심사 과정에서 수정하는 정도의 권한만 가진다. 게다가 의회 구성원, 즉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장관)에 선임되어 내각에 참여하기도 한다. 권력의 추가 대통령에게 기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이유다. 아무리 권력을 분배한다고 해도 대통령제는 필연적으로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행정부가 예산을 전적으로 편성하고 법률안도
"내가 대한독립을 회복하고 동양평화를 위하여 3년간 해외에서 풍찬노숙하다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이곳에서 죽노라. 우리 2천만 형제자매 각자가 학문에 힘쓰고 실업을 진흥하며 나의 뜻을 이어 독립을 회복하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노라!" 안중근 의사가 순국 직전 민족의 제단에 바친 유언이다. 큰절을 올린다. 조ㆍ중ㆍ러 3국을 포함, 일본의 아시아 지배야욕의 총책 이토 히로부미를 쏘아 죽이고 순국한 이 청년은 예수보다 두 살 아래, 서른 한 살이었다. 1910년 3월 26일. 그가 사형선고를 받고 나서 짧은 시간 동안 쓴 '안응칠 역사'와 '동양평화론'은 고품격 인류문화유산이다. 이는 안의사가 총 잘 쏘는 포수만이 아니라, 평화주의 철학의 실천자로서 독립운동을 했다는 증거다. 순국 100주년이다. 그 1세기를 요약해보자. 해방후 세대는 대부분, 결혼하자마자, 그리고 취직하자마자, 독립군들은 초개(草芥)처럼 내던졌던 자신과 가정, 쌀을 주는 일터에 인생을 걸며 쪼그라든다. 조국과 민족, 사해동포의 평화세상을 중시하는 가치는 사라졌다. 그 성실과 헌신은 일면 눈물겹다. 그 덕에 먹거리 풍족해지고, 차림새 남루를 벗어났다. 주거는 현대화 되었다. 문제는 식의주(食衣住)
칙칙한 검회색 교복을 착용해야 하고 두발 길이까지 규제되는 중고등학생 시절, 사춘기 청소년들이 개성을 표출할 단서는 역설적으로 빡빡한 교칙에 있었다. 미처 고려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통 크게 허용한 것인지는 몰라도, ‘깨끗하고 단정한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라는 조항은 신발만큼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로 해석되었다. 그래서인지 핫핑크 같은 색 또는 날개가 달린 디자인(실제로 존재하고 꽤 유행했다)처럼 눈에 띌 정도로 요란하지 않으면 선생님들도 학생들이 무엇을 신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른들은 절대로 알 수 없는, 그래서 많은 부모님의 등골을 휘게 만든 운동화 규정의 맹점을 찾으셨는지? 바로 브랜드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동네마다, 시기마다 인기를 끌었던 브랜드는 달랐던 것 같다. 나 때는 나이키가 최고였다. 앞코가 동글동글해 미디스커트 형태의 교복 치마에 잘 어울린 코르테즈, 둔탁한 외관과 잘 빠진 색으로 발목을 덮는 길이의 교복 바지에 경쾌함을 살려준 에어포스 원. 그리고 통통 튀는 색 조합과 공기가 든 뒷굽 덕에 키 높이 효과까지 더해주어 성별과 관계없이 누구나 갖고 싶어 한 에어맥스. 나이키 운동화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간 비싼…
3월부터 도입된다는 늘봄학교를 두고 논란이 많다. 매일 같이 기사가 쏟아져나오는 중이고,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도 늘봄 학교가 어떻게 운영될 것인지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 편이다. 사실 논란이 많은 건 실무를 진행해야 하는 학교 현장뿐이다. 학부모들의 여론은 매우 좋다. 다음달부터 일해야 하는 학교 근무자들 빼놓고는 모두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분위기다. 늘봄학교의 컨셉 자체는 학부모들이 아주 좋아할 만하다.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아이를 학교에서 돌봐준다는 발상 자체가 획기적이지 않은가. 출퇴근 시간에 지장 받지 않고 아이를 맡길 수 있다. 아이가 저녁까지 학교에 있는 동안 교육 프로그램을 넣어준다고 하는데 심지어 공짜다. 여론조사에서 학부모 찬성률이 80%가 넘는 이유가 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제도가 늘봄 학교인 것이다. 지금까지는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여성이 경력 단절을 겪거나, 방과후 학교를 보낸 뒤 사교육 뺑뺑이를 돌려야 했다. 육아휴직이 가능한 회사라면 다행이지만 아니면 회사를 그만두는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점을 해소해서 저출산을 돌파해보겠다는 발상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런데 왜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
세계는 인공지능 AI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적 대결이 있었고 알파고가 4 대 1로 승리하였다. 바둑은 기계가 인간을 이길 수 없다고 자부하던 분야였지만 인간이 기계에 두서너 점 접바둑을 두어야 할 정도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제 AI가 모든 분야에서 인간의 작업을 대체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ChatGPT 등 그림을 그려주거나 글을 쓰거나 번역을 해주는 거의 만능인 생성형 AI가 생겨나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 생활이 편리해질 수 있고 경제 생산성이 높아져 세계적으로 GDP를 7% 올려줄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인류가 불평등과 빈곤에 시달릴 부정적 측면도 있다. 골드만 삭스의 경제학자인 조셉 브릭스와 데베쉬 코드나니는 생성형 AI로 미국에서 3억 개의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보았다. AI가 세계적으로 앞으로 3년 안에 노동자의 30%를 대체할 것이라든지, 2030년경 세계적으로 8억 개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벌써부터 세계적인 유명기업들이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AI로 대체했다는 뉴스들이 나오고 있다. 과거에도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논쟁들이 있었다. 1
모든 소송은 누구 보여주려고 하는 소송이다. 재판은 공정해야 할 뿐 아니라 공정하게 보여야 한다. 변호사는 고객을 위해 열심히 싸워야 할 뿐 아니라 열심히 싸우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소송은 극이고, 법정은 극장이며, 고객은 관객이다. 모든 극은 관객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고 모든 소송도 누구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재작년 미국 순방에서 “XXX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한 발언을 MBC가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을 달아 보도했다. 외교부의 정정보도 요구는 언론조정신청으로 시작했으나 조정은 결렬되었다. 정정보도 청구의 소가 법원에서 1년 넘게 계속되다 올해 1월 12일 1심 판결이 선고되었다. 대통령이 “바이든은 쪽팔려서”라고 한 사실이 없으므로 MBC의 보도는 허위보도라고 법원은 판단했다. MBC가 항소했으니, 소송은 계속될 것이다. 이 판결이 형사고발과 압수수색의 구실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언론탄압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있다. 보도 내용이 허위로 판단되어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 해당성이 인정되었으니, 수사와 기소가 이어지리라는 전망도 있다. 이 판결이 입증책임 전환의 법리를 잘못 적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보도 내용을 허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