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짙을수록 아주 작은 불씨도 밝은 빛이 된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많은 사람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희망의 불씨를 밝히려고 애쓰는 도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있어 소개한다. 이들의 이야기가 지금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불씨가 되기를 바라며. [편집자 주]
지난 2018년 2월 서울 세브란스병원 푸드코트 화재는 피자화덕 불씨가 덕트 속 기름때에 옮겨 붙으며 시작됐다. 공기배출장치인 주방 덕트·후드에 낀 기름때는 음식점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구조상 내부까지 사람이 접근하기 쉽지 않다보니 기름이 끼기 쉽다.
수원시에 위치한 신생 스타트업 ㈜더브라이트는 로봇을 활용해 드라이아이스 블라스팅 기술로 덕트·후드를 세척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 경기도 로봇 창업지원 프로그램 ‘데모데이’에서 한국로봇산업협회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한 김지수 ㈜더브라이트 대표를 만났다.
로봇으로 주방 덕트·후드를 청소하는 서비스를 어떻게 개발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삼성중공업에서 근무할 당시 공기정화설비 관련 기술 영업을 하게 됐다. 공기정화설비 관련 기술 영업을 하다 보니 외국의 경우 법률에 따라 덕트 청소를 반드시 하도록 되어 있어 세척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회사를 나와 부산에 있는 작은 청소회사를 들어가 보니 무조건 사람이 덕트 안에 들어가 직접 손으로 청소해야 했다.
당연히 청소 과정에서 다치는 일도 많고, 자주 가던 음식점 사장님이 덕트 기름때 때문에 불이 많이 난다고 토로하더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로봇으로 세척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됐다.
미국 NFPA(미국방화협회)에서는 식당에서 사용되는 연료에 따라 주방 덕트·후드를 청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매년 음식점에서 덕트로 확산된 화재가 발생하고 있지만 관련 법규도 갖추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드라이아이스 블라스팅 세척 기술을 접목시킨 로봇은 생소한데, 로봇을 자체 개발한 건가.
체코에서 만든 로봇에 드라이아이스 블라스팅 기술을 접목시켰다. 적어도 동북아시아에 이 기술을 활용한 로봇은 우리가 최초다. 원래 하이프레셔 워터 등을 발사하는 용도의 로봇인데, 우리 사업에 응용할 수 있겠다고 봤다. 이 오염물질을 드라이아이스를 총처럼 초음속으로 발사해 오염물질을 떨어뜨리는 기술이다. 물세척과 달리 전기로 작동하는 기계 장비가 있어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데다, 주변이 쉽게 더러워지거나 2차 오염이 발생하지 않는다.
기존 방식에 비해 ㈜더브라이트의 로봇을 활용한 세척 서비스는 어떤 이득이 있을까.
지난해 10월 설립 후 기술 개발을 했고, 현재 서울시내 호텔이나 대형 음식점 등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시장조사를 한 결과 우리 로봇을 활용한 세척은 시간 효율로 따지면 기존 사람이 청소한 세척보다 60~80% 아낄 수 있다. 비용 면에서도 인건비와 산재 위험을 고려해보면 로봇을 활용했을 때 훨씬 생산성이 높다. 또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덕트는 굉장히 한정적인 반면 우리는 어디든 들어갈 수 있고, 청소 전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 투명하게 보여줄 수도 있다.
덕트 내부를 청소하기 위한 바퀴 달린 로봇은 이미 시중에 여럿 나와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 문제는 로봇이 선을 끌고 들어가는 바람에 사용하기 어렵다. 업계 사람들을 만나도 바퀴 달린 로봇을 넣는 것보다는 사람을 쓰는 게 제일 빠르다고들 한다. 다만 우리 로봇은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고 이러한 불편도 없다.
김 대표는 자체적으로 청소한 곳이라도 실제 내부를 확인하면 기름때가 많게는 5cm씩 두껍게 낀 곳이 많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세브란스병원의 화재 사례를 언급하며 “덕트 내 풍속까지 빨라 기름때에 옮겨 붙으면 답이 없다”고 말했다.
해당 서비스 제공을 위해 특별히 ㈜더브라이트만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 있을까.
우리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면 몇몇 사람들은 단순히 기계만 구매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블라스팅은 공기, 압력, 풍량 등을 오염물에 따라 세팅하는 기술이 필요한 만큼 공학적 이해가 요구된다. 또 덕트 내부에 블라스팅을 하는 경우도 전세계에 없다 보니 이에 알맞은 노즐이나 툴도 필요하다.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를 바로 맞았는데, 이에 따른 어려움은 없었나.
비교 대상이 없다 보니 어렵다고 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일부 음식점의 경우 ‘불황형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음식점들이 코로나19로 손님이 없는 사이에 리모델링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덕트를 교체할 필요 없이 세척을 통해 새것처럼 쓸 수 있으니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
여러모로 고민이 많지만 현재 문제는 구인이다(웃음). 우리 회사를 업종별로 분류하면 청소업으로 들어가는데, 로봇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단순 육체노동을 생각하고 오는 분들이 많다.
앞으로 ㈜더브라이트의 포부나 다짐은 무엇인지 알고 싶다.
우리나라 산업 현장의 로봇 기술은 많이 발전했지만,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는 많이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 낙후된 산업들에 로봇이나 첨단 소재 등을 활성화하면서 노동 질이 개선되었으면 한다. 특히 ‘3D’ 업종에서는 젊은 인력이 유입되지 않아 낙후되고는 하는데, 앞으로 우리가 청소업도 기술업이라는 인식의 변화를 할 수 있는 데에 일조했으면 좋겠다.
또 ‘데모데이’ 예선 통과할 때 다른 회사들은 다 로봇 만드는 회사였고, 우리는 서비스가 위주인 회사였다. 그때 심사위원이 우리의 정체성을 물었는데, 우린 로봇을 실제로 쓸 수 있도록 하고 피드백을 받는 게 목표다. 현장에서 뛰면서 니즈를 발굴하고 기존에 있는 걸 차용해 필요하도록 하는 게 로봇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나가지 않을까.
[ 경기신문 = 편지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