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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전경련,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운동의 주체로"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 인터뷰
전경련 개혁, 속도감 있게 추진..."이제 국민 바라봐야"
"지방분권, 선분권·후보완으로...지방시대위원회 역할 주목"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세계적인 허브가 되도록 해야"
"반도체는 속도...빠르게 움직이고 앞서가는 것이 중요"

지난 2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수장이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으로 교체됐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역임하고 윤석열 정부 지역균형발전 특별위원장을 지낸 김 회장 직무대행은 국정농단 사건 이후 4대 그룹 탈퇴 등 추락한 전경련 개혁의 키를 잡게 됐다.

 

김 회장 직무대행은 취임 당시 "국민에게 다시 사랑받는 전경련을 만들어 가겠다"라며 6개월간 전경련 전면 개혁 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취임 후 4개월여가 지난 지금, 경기신문은 김 회장 직무대행을 만나 현재의 성과와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전경련의 구상 등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전경련 개혁을) 속도감 있게 몰아붙이지 않으면 시기를 놓친다"라며 "이제는 전경련이 정부만 쳐다볼 것이 아니라 국민들을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과 기업의 자유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의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로 나아가야 한다"라며 "전경련이 이같은 운동의 주체가 되려 한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 직무대행은 지방분권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중앙 정부 권한 하나하나에 이권이 묶여 있어 관료주의 곳곳에 이권 카르텔이 형성돼 있다"라며 "지자체의 역량을 논하기 전에 선분권, 후보완으로 가는 것이 빠른 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도 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메세지를 줬다"라며 "지방시대위원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시기"라고 부연했다. 

 

 

▶다음은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과의 일문일답.

 

취임 당시 경영이나 경제산업 분야 관련 경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경제인이 아니라는 지적은 섭섭한 얘기다. 노무현 정부 정책실장을 지냈는데 대통령 정책실장이란 대한민국의 모든 정책을 다루고 입안하는 자리다. 이 중 70% 이상이 경제와 산업에 관한 사안이고 그 과정에서 대기업 총수, 중소기업 경영인 등 수많은 기업인들의 이야기와 고충을 들어왔다.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을 하면서도 마찬가지다. 단기간이 아닌 오랜 세월 쌓아온 재계 네트워크가 있다. 최소한 경제단체를 맡아 운영할 능력은 된다고 생각한다. 또 나의 역할은 전경련의 혁신이다. 전경련이라는 조직의 목표를 새롭게 설정하고, 그 목표에 따라 기능과 역할을 혁신하며 조직 쇄신을 하러 온 것인데 이것은 사실 나의 전공이다. 비전을 설정하고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은 내가 평생 해 온 일이고, 학자로 연구한 것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그 분야에서 일해 왔다. 

 

6개월 만에 전경련 개혁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도 있었는데 어떤 방향을 설정하셨는지.


맞다. 6개월 만에 다 못한다. 개혁의 완성이라는 것은 그 정의에 따라 끝없이 늘어질 수 있다. 6개월로 설정한 것은 나뿐만 아니라 주변 관계자 모두의 개혁작업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전임 회장들은 출근 횟수가 적었지만, 나는 현재 전경련에 거의 매일 출근하는 상근이나 다름없다. 내가 빨리 움직이면 관계되는 사람도 빨리 움직인다. 타이트하게 속도감을 가지고 가야 개혁과 혁신이 제대로 된다는 의미다. 물론 다 이뤄질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아무 책임없이 털고 나가겠다는 것은 아니다. 물러난 다음에도 지원이나 자문의 역할이 있다. 전경련은 지금 시간이 없다. 속도감 있게 몰아붙이지 않으면 잘못하면 시기를 놓친다. 

 

 

전경련의 위상이 크게 추락했는데 그 원인에 대해 진단한다면.


전경련이 시대 변화를 놓쳐 버렸다. 과거의 전경련은 대기업들이 모여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지원도 하고 혜택도 받던 집단으로 존재했다. 그러다 K-스포츠재단, 미르재단 같은 사건이 터졌다. 국민들 입장에선 정부와 이권만 나누는 단체로 인식되고 국민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했다. 지금은 이게 안 통한다. 정부가 경제를 끌어갈 때는 정부만 신경 쓰면 됐지만, 이제는 전경련이 소비자와 국민들을 바라봐야 한다. 잘나가는 대기업도 출산휴가를 안 줘서 여론의 질타를 받으면 주가가 떨어지는 시대다. 밀어내기나 갑질 이슈가 터져 온 국민이 분노하면 회사 가치가 추락한다. 이제는 소비자와 국민을 더욱 신경 써서 로비를 해도 국민을 향한 로비를 해야 하는 시대다. 

 

 

전경련 개혁작업의 방향과 진행 상황을 간략히 설명해 주신다면.


지금 중요한 개혁과제 중 하나가 조직구조 개편이다. 구체적으로는 한국경제연구원 법인을 해체하고 전경련 안으로 끌고 들어오는 것이다. 전경련 자체가 연구기관의 역할을 하면 외곽조직으로의 연구기관을 가질 필요가 없다. 앞으로 전경련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기업들에게 필요한 경제산업과 관련된 정보를 끊임없이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연구와 정보분석이다. 이것을 회원사들에 전달해 경제 상황에 적응하게 하는 것이다. 필요하면 회원사의 목소리를 모아 정부에 전달해야 한다. 과거 전경련이 정부와의 브릿지 기관이었다면 이제는 새로운 기관으로 태어나야 한다는 의미다.

 

또 대한민국은 아직 시장경제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국가의 간섭이 너무 심해서다. 과잉규제로 반도체 공장 짓는데 미국은 2년, 중국은 3년이면 되는 일을 우리는 8년이 걸린다. 허가를 받지 못해 시작도 못하는 새로운 사업도 많다. 이같은 관치, 혹은 과잉규제를 풀어서 기업이 자유롭게 영업활동을 할 수 있는 운동에 나서야 한다. 개인과 기업의 자유권을 확대하는 방향의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 사회에 이같은 생각을 확산시킬 주체가 없기 때문에 전경련이 주체가 돼야 한다. 정부의 비합리적 요구를 막을 장치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경련에 윤리위원회를 두고 여기서 심의하지 않은 것은 회장이나 부회장도 추진할 수 없도록 할 것이다. 합리적이고 능력 있고 깐깐한 윤리위원장을 선정할 것이다. 

 

임기가 2개월여 남았는데, 후임 회장 체제에서 이같은 방향성이 유지될 수 있을지.


전경련 개혁의 방향성에 대한 것은 회원사들과 회장단들 모두의 생각이다. 전경련이 살 길이 이것밖에 없다는 집합적 결론이다. 차기 회장이 아마 지금 주변에서 선임될 텐데, 이 논의에 모두 참여했던 분들이다. 이 개혁안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 절차를 밟았고 그러느라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개혁작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탈퇴한 4대 기업이 돌아올 수 있을지.


탈퇴한 기업도 있고, 새롭게 들어와야 할 대기업들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셀트리온 등이 한 예다. 새롭게 생긴 대기업들이 전경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라고 생각한다. 전경련이 시대에 맞는 역할을 못 했기 때문에 가입하지 않아도 아무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개혁의 방향은 궁극적으로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하고 정보역량 등 회원사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철학과 분위기가 고양되면 당연히 기업들이 득을 보게 된다. 들어오면 득을 보게 되고, 안 들어오면 오히려 무임승차가 된다. 지금 설득작업 중이고 시간은 걸리겠지만 자연스레 들어오게 될 것으로 본다. 

 

ESG 경영이 화두인데 전경련 차원의 지원이 있다면.


이젠 기업에 ESG 경영을 강요할 필요가 없다. 소비자와 국민이 권한을 가졌기 때문에 알아서 하게 되어 있다. 반윤리, 몰 공동체적 사고를 가진 기업은 기업활동을 어디서도 할 수 없게 됐다.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ESG, CSR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욱 국민과 시장을 믿고 규제를 풀고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해야 한다. 

 

 

지방분권 관련 전문가이신데, 전경련 혹은 대기업이 지역 균형발전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대기업은 누구보다 지역 경제발전에 이바지하고 싶어 한다. 한국은 엔지니어링이 강한 나라다. 엔지니어링 회사는 땅값이 싼 지방으로 가고 싶어 한다. 그런데 지방에는 사람이 없고 금융이 없다. 그래서 가고 싶어도 못 간다. 이걸 받쳐줄 수 있는 것이 지방분권이고 산학협력이다. 엔지니어링 분야는 지금 글로벌 리로케이션(relocation, 재배치) 중이다. 우리나라 지방정부가 빨리 움직여서 하나의 계기를 만들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시점이다. 지역에서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 대기업 유치를 위한 지원이 더욱 확대된다. 파격적 조건으로 공장 부지를 제공하고, 교육을 통해 공장에서 필요한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 지금은 그 권한을 중앙정부가 모두 갖고 있다. 일정 금액 이상의 건설공사 발주를 지자체가 아니라 국토부에서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시·도지사가 대학에 보조금도 주고, 행정 협력도 하고 인력을 키워내면 균형발전이 훨씬 잘 된다. 내가 보기엔 윤석열 대통령도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동안 법적 근거가 없어서 출범조차 하지 못했던 지방시대위원회 관련 법안도 통과됐다. 지역의 시도지사, 시군구 의원들도 필요하면 중앙정부를 향해 법안 요청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도 있다. 

 

지방정부가 경영 능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안 해봐서다. 선분권, 후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앙정부도 그렇게 잘하기만 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지방분권은 혁신의 촉매가 될 수 있다. 혁신은 경쟁 속에서 일어나는데 중앙정부는 경쟁자가 없다. 지방정부는 서로 경쟁한다.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에서 혁신이 일어나게 하듯이 지방의 혁신이 중앙정부로 올라오게 해야 한다. 지방에서 혁신이 일어나면 중앙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앙이 먼저 혁신해서 지방으로 내려가기는 힘들다. 

 

경기도의 반도체 산업 지원에 대해서는.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경기도 용인시는 대기업이 가장 적절히 인력과 부지를 구할 수 있는 곳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세계적인 허브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본적인 인프라를 갖춰줘야 하는데 여기에는 전기, 용수 확보 등을 위한 지원을 지자체나 정부가 해줘야 한다. '반도체는 속도'다.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겠지만 빠르게 움직이고 앞서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경기신문 = 백성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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