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5년 새 2배가량 늘어났다. 국내외 증시가 강세를 보이며 연간 수익률도 연 5%대 수준으로 높아졌다. 퇴직연금을 일시금이 아닌 연금으로 수령하는 비중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16일 발표한 '2023년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총 382조 4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6조 5000억 원(13.8%) 증가했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2018년(190조 원) 이후 매년 10% 이상씩 증가해 5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유형별로 보면 사전에 정해진 퇴직금을 지급받게 되는 확정급여형(DB)이 205조 3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근로자가 운용 주체가 되는 확정기여형(DC)이 101조 4000억 원, 개인형 퇴직연금(IRP)이 75조 6000억 원이었다. DB형과 DC형이 전년 대비 각각 6.7%, 18.1% 늘었고 세제혜택이 확대된 IRP는 31.2% 뛰었다.
전체 적립금 중 원리금보장형에 투입된 자금은 333조 3000억 원(대기성자금 포함)으로 전체의 87.2%에 달했다. 실적 배당형에 투자된 자금은 49조 1000억 원 수준이었다. 실적배당형 운용비중은 2022년 11.3%에서 12.8%로 1.5%포인트(p) 높아졌다. 원리금보장형은 예·적금, 보험 비중이 컸다.
지난해 퇴직연금 연간 수익률은 5.26%로 전년(0.02%) 대비 5.24%p 급등했다. 최근 5년과 10년간의 연환산 수익률은 각각 2.35%, 2.07%다.
실적배당형의 수익률이 13.27%로, 원리금보장형(4.08%)의 3배 이상이었다. 지난해 코스피 지수가 18.7% 상승하는 등 국내외 증시가 강세를 보인 덕이다.
유형별로는 실적배당형 비중이 높은 IRP의 수익률이 6.59%로 가장 높았고, DC 5.79%, DB 4.50%로 집계됐다.
적립금 대비 운용관리 수수료, 자산관리 수수료 등 가입자 비용 부담 수준을 나타내는 총비용부담률은 0.372%로, 전년보다 0.02%p 하락했다. 은행의 총비용부담률이 0.412%로 가장 높고 생명보험(0.333%), 금융투자(0.325%), 손해보험(0.306%), 근로복지공단(0.078%) 순이었다.
지난해 퇴직연금 수령이 시작된 계좌 약 53만 개 가운데 연금 방식으로 수령한 계좌는 10.4%를 차지했다. 연금 수령 비율은 2021년 4.3%, 2022년 7.1%에서 꾸준히 늘어 처음으로 10%를 웃돌았다. 금액 기준으로는 총 수급금액 15조 5000억 원 중 49.7%(7조 7000억 원)가 연금으로 수령됐다.
이처럼 연금수령 비중이 늘어난 것은 연금 수령시 적용되는 각종 세제혜택이 수령자들에게 많이 알려진 영향으로 보인다.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면 퇴직금에 소득세가 최대 45%까지 부과될 수 있는 반면, 연금 수령 때는 소득세 세율이 3.3%~5.5%에 불과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단일 요인이 작용했다기 보다는 세액공제 한도가 늘고 세제혜택이 많이 알려지면서 증가하는 전반적 추세가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