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사연] “돈 많이 벌어 효도 한다더니…”

2008.07.27 21:06:00 8면

지난 25일 용인에서 발생한 고시원 화재로 희생된 사람들 대부분이 영세 서민들로 월세 30만원 남짓한 ‘쪽방’ 고시원에서 생활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숨진 권순환(26) 씨는 어릴 적 아버지를 여위고 청주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서울로 상경해 자동차 매매상가에서 일을 하다 고모의 소개로 자동차 부품 공장에 취직하면서 용인으로 거쳐를 옮겨 잠시 고시원에 머물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씨의 고향 친구들은 “ 용인의 자동차 부품공장에 취직됐다며 무척이나 기뻐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세상을 떠날 지 몰랐다”면서 “돈을 많이 벌어 홀로 남은 어머니께 효도하고 싶다던 착한 친구였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삼형제 중 둘째로 고향인 안양에서 사업을 하다 어려워지자 가족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8년 전 집을 나왔다가 고인이 된 이영섭(36) 씨는 5년 전 막내 동생 영우(34) 씨에게 전화를 걸어 ‘경남 통영에서 일하며 잘 지내고 있다’고 소식을 전한 것이 마지막 이었다.

동생 영우 씨는 “안양에 계신 어머니가 ‘살아 있으면 언젠가 돌아오겠지’라며 입버릇처럼 말하셨다”며 “둘째 형이 죽었다는 얘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으셨다”고 울먹였다.

숨진 이병철(38) 씨의 회사동료 엄모 씨는 “미혼인 이 씨와 물류회사에서 4년간 같이 일했다”며 “고시원에서 지낼 사람이 아닌데 이런 일이 일어나 믿기지 않는다”고 했고 용인에서 식당일을 하며 힘겹게 살다 변을 당한 강정혜(51·여) 씨의 아들(20)은 “10여년 전 아버지와 이혼한 어머니가 자식과 생계를 위해 혼자 객지에서 돈벌이를 하셨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최영재 기자 cyj@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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