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철한 눈으로 본 ‘나의 세상’

2008.09.02 18:32:34 19면

토마스 베른하르트 글|류은희 외 옮김
현암사|508쪽|1만4천800원.

 

‘나’(프란츠 요셉 무라우)는 30년 전 고향 오스트리아를 떠나 로마에서 독일문학을 가르치며 산다.

어느날 부모와 형의 부음을 알리는 전보를 받고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볼프스엑으로 간다. 부모가 원하는 삶을 사는 두 여동생은 졸지에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게 된 ‘나’의 눈치를 살핀다.

부모가 반대하는 삶을 살았던 ‘나’는 가족과 조국을 가장 정직하게 바라보고자 반(反) 자서전을 쓰려고 마음 먹고, 그 글에 ‘소멸’이라는 제목을 붙이려하는데….

베른하르트의 이 소설은 조국과 가족은 물론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인 세상의 모든 것들에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선을 요구한다.

상처와 결핍,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부단히 노력해온 작가의 세계관이 오롯이 담겨 있는 책이다.
권은희 기자 keh@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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