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태展 ‘어머니-한 여인의 발자취’

2008.09.03 19:47:14 18면

‘어머니의 마음속에 못 다한 이야기…그 많은 이야기는 누가 대신해 들어 주고 풀어 줄 것인가’

머리 위에 무거운 짐을 이고 논두렁을 건너시던 어머니의 아슬아슬한 곡예, 집 근처 평상에 오순도순 모여 앉아 입으로 적어내는 동네 아주머니들의 일기, 세 들어 살던 쪽방에서 구멍 난 양말을 기워주시던 그 모습들을 추억하게 한다.

우리들의 어머니, 그 여인들의 발자취를 되짚어보는 전시회가 열린다. 고양 어울림미술관은 7일까지 ‘어머니-한 여인의 발자취’전을 연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어머니의 소소한 일상이 곱게 담긴 작가 박은태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우리 역사의 근현대사 과정에서 주역이면서도 오히려 소외된 이들을 조명하는 것이 나의 작업 내용의 큰 틀 이었다”고 말한다.

평생 자식과 가족을 위해 살다가 정작 자신은 제 인생에서 소외됐던 어머니의 모습이 담백하게 담겨 있다. 그의 작품 중 ‘길을 인 여인’에서는 겨울에 몇 십리 길을 걸어 행상을 하셨던 사십대의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

농한기 자식들의 배를 채워주기 위해 무거운 짐을 이고 먼 길을 걸어야만 했던 어머니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림 속 어머니의 얼굴은 고된 행상에도 지친 기색이 없다.

아들, 딸들을 위해서라면 길이라도 머리에 이고 눈에 담기는 산과 하늘이라도 내다 팔 것 같은 그 여인의 모습이 가슴에 적막함을 안겨주는 듯 하다.

또 ‘친절이삿짐’이라는 작품은 재개발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어머니 혼자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을 담아냈다.

작가는 “같이 살던 집주인은 이사 가버리고 다 부서진 집 쪽방 한 켠에 세 들어 사셨던 어머니께서 당시 우셨던 기억이 나를 아프게 했던 장면이다.”라고 전한다.

더불어 ‘소화불량’에서는 마땅히 산책할만한 장소조차 없는 도심의 노인들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발1.2’는 어머니의 뒤틀린 발, 평생 고된 노동으로 살아온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기억보다 더 생생한 기억을 전하는 박은태의 작품들은 애틋한 생의 어느 지점을 만나게 하는가 하면, 가슴 아리도록 애처로운 우리 어머니들의 가슴 속을 열어 보이는 듯 하다. (문의: 031-960-9730)
권은희 기자 keh@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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