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천안함 사건으로 산화한 故 박경수(당시 30세) 상사의 아버지 박종귀(63) 씨와 어머니 이기옥(60) 씨는 1주기(3월26일)를 앞두고 아들의 억울한 죽음과 가족들의 힘겨운 삶에 대해 애통한 심정을 토로했다.
24일 수원의 한 주택에서 만난 박종귀 씨는 “처음에 아들 얘기를 꺼내기가 참 힘들었다. 주변에서 보는 시선도 두렵고 자식 잃은 부모의 심정을 누가 이해할까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며 “하지만 내 아들이 국가를 위해 헌신한 만큼 그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는 마음에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고 애절함을 전했다.
애지중지 키웠던 자식을 잃은 상처에 박 씨 부부는 여전히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지만, 본인들의 아픔보다 박 상사의 아내 손지민(31·가명) 씨와 딸 예린(9·가명) 양에 대한 걱정을 먼저 했다.
박 씨는 “아들의 영결식이 끝나고 며느리와 손녀의 정신적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예린이는 아빠가 없는 집에 친구들을 데려오지 않게 됐고 아빠 어디 있냐고 물으면 대전(현충원)에 있다고만 대답한다. 지금도 아빠 얘기 하는 것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며느리 손 씨에 대해서는 “사건 이후로 밤에 잠을 자지 못한다. 전보다 몸무게가 10㎏ 이상 빠져 지금은 45㎏도 되지 않는다”며 “정신적인 힘겨움 때문에 한 달에 한두 번씩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옆에 앉아 조용히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어머니 이귀옥 씨는 슬픔이 북받쳐 오르자 “경수가 2차 연평도해전에서 살아왔으면 작년 출항 때는 (군대에서) 배를 못 타게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 자신이 결정해 탄 것이긴 하지만 피격으로 시신조차 찾을 수 없는 상황을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도 아프다”며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이 씨는 자신의 아픔을 뒤로 한 채 아들의 명예로운 죽음을 이제는 숨기지 않으려 한다.
이 씨는 “뜻하지 않게 사건이 터지긴 했지만, 경수가 자긍심을 갖고 천안함을 탔던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싶다. 내가 숨기려 해도 경수의 명예는 결코 숨길 수 없는 것 같다. 남편과 같이 떳떳하게 열심히 일해 며느리와 손녀가 올바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내 일인거 같다”며 눈물을 삼켰다.
이들 부부는 26일 대전 현충원에서 열리는 추모식에 참가해 1년만에 아들을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