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 산책] 범인

2013.11.28 21:43:28 20면

 

/신미균

시커먼 홍합들이
입을 꼭 다물고
잔뜩 모여 있을 땐
어떤 것이 썩은 것인지
알 수 없다.

팔팔 끓는 물에 넣어
팔팔 끓인다.

다들 시원하게 속을 보여주는데
끝까지
입 다물고
열지 않는 것들이 있다.

간신히 열어보면
구린내를 풍기며 썩어있다.

--포엠포엠 2013·가을 Vol,59

 

 

 

 

 

맛있게 찌개를 끓였는데 어째 국물 맛이 좀 이상하다. 냄비 속에 상한 홍합이 있다는 심증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사건의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서도 아주 쉽게 꺼내보는 추론이다. 끓여보면 쉽게 입을 벌리는 홍합들. 하지만 끓여도 끝내 입을 벌리지 않는 검은 홍합이 있다. 그 놈이 범인이다. ‘구린내를 풍기며 썩어있’는 것들은 좀체 입을 열지 않는다. 입을 열어 다 까발리면 본인도 속 시원할 텐데 찔끔찔끔 냄새만 풍길 뿐 끝끝내 입 다물고 있다. 이런 자들이 곳곳을 어지럽히고 있는 냄비 속 나라의 현상이다. 썩은 것들을 발본색원해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는 것이 가장 간단한 해결 방법인데 작금 그것이 참으로 난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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