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 산책] 물총새

2014.01.01 21:34:58 28면

  /박노빈     

 

 

 

 

 
 

개울가
낭떠러지여야만 굴을 파고 둥지를 튼다,
그 예쁜 물총새는.
절망에서
오색 꿈 깊이깊이 키운다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았다가
샘물이 도른도른 모여 흐르는 찬 개울물 박차고
물무늬 섬광을 물어
아이에게 준다

 

세속의 노래와 단절한 채
절망의 벽에서
새하얀 비단실 꿈으로 수천 번 동여맨
동안거의 유폐가 처절하여
어둡고 깊을수록
무지개빛 용오름을 뿜는다.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 : 김소월 시 <개여울>에서

 

 

파랑새목 물총새과에서 가장 작은 종(種)인 물총새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번식하는 여름새이다. 이 시에 묘사돼 있듯이 물총새는 오색찬란한 색채를 자랑한다. 등은 진주빛 도는 청색과 선명한 녹색이다. 멱은 흰색이고 가슴과 배는 밤색이다. 목 측면에는 밤색과 흰색의 얼룩무늬가 있다. 부리는 검은색을 띠며, 기부는 붉은색, 다리는 진홍색이다. 이러한 물총새는 겨울이면 남쪽으로 날아가 월동한다. 이 시에서는 그런 물총새의 습성을 ‘동안거’로 묘사했는데, 겨울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얼마나 찬란한 색체를 뽐낼 수 있느냐가 결정된다. 이는 인간의 인생사와 맞닿은 이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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