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 산책]토글방식

2014.06.01 21:57:31 20면

 

토글방식

/이기선

오디오를 끌 때나 오디오를 켤 때나

스위치 하나로 통한다 스위치를 누르면

침묵덩어리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마술사의 모자 속, 젖은 손수건에서

장미꽃이 만발한다 깜깜하던 방안도

스위치는 일순간 환하게 만들어 준다

그토록 눈부신 빛은

다름 아닌 어둠 속에 있었다



꽃은 시들었던 자리에서

자기를 다시 피워올린다 봄볕을

쏘여주면 피어나는 따스한 생각,

나는 지그시 내 아픈 곳을 눌러본다

*하나의 스위치로 전원의 켜짐과 꺼짐

두 기능을 담당하도록 하는 방식

-이기선 시집 『손이 닿지 않는 슬픔』/문학의 전당



 

 

 

어느 시인은 아픈 곳에 손이 먼저 간다고 했는데 아픈 곳은 스위치다. 우리 몸은 유기체이므로 아픈 곳을 만지면 온 몸에 불이 들어온다. 웅크리고 있던 어둠속으로 빛이 쳐들어온다. 너무 환하게 아프다. 어금니 하나 아픈 것으로 밤새 잠도 못자고 끙끙 ‘음악이 흘러나오고 장미꽃이 만발한다.’ 아픈 곳을 눌러보는 시인의 그 스위치는 ‘시들었던 꽃을 다시 피우고 따스한 생각이 피어나’는 시발점이기도 하다. 몇 번 누르다 보면 누를 때마다 피어날 것 같은 생각처럼 필생의 역작이 될 좋은 시 한 편 건질 수도 있지 않을까?/성향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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