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 산책]강

2014.08.06 20:56:02 16면



/정상하

초목의 밑둥들을

촉촉이 돌아

낮은 마을 앞 제각기 아름다운 산모퉁이를

돌아

저마다 몸에 맞는 생식을 하는

세상 속 뜰을 지나

어느 오전 추룩추룩 비로 일어서

떠나온 산맥으로 돌아가

몸을 부수어 몸을 묻어

산 넘치도록 나무를 키워

또다시 뿌리 아래로 돌아나와

갈래갈래 깊숙이

제 몸 안으로 잠기는 강

-정상하 시집 <비가 오면 입구가 생긴다/ 시와시학사>





 

 

 

강이 흐르는 모습은 평온한 듯하다. 주변의 풍경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조용히 흘러간다. 긴 여정 끝에 얻는 깨달음처럼 숙연하다. 강이라는 삶을 거슬러오르는 시인의 상상, 우리가 비와 다르게 인식하는 것들, 이를테면 그늘이나 습기 바람 같은 것들이 허공으로 떠올라 비가 된다. 오래 전에 떠나온 어느 산맥에서부터 다시 시작되는 하강, 나무를 키우고 나무의 뿌리까지 돌아나와 제 몸 갈래갈래 흩어진 후에야 자신의 내부로 돌아가는 삶의 여정!/이미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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