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 산책]견진성사, 그 이후

2014.09.11 21:15:27 16면

 

견진성사, 그 이후

                                                                                    /정영숙

풀무의 타오르는 불꽃 앞에서 그는 제대로 두 눈을 뜰 수 없었다

물과 불 속을 번갈아 담금질을 수천 번 매질을 수만 번

온 몸 한 군데 성한 데 없이 두들겨 맞으며 얇은 종잇장처럼

펴고 있는 대장장이의 손 안에서 오랫동안 뭉쳐 있던

응어리가 풀려나가고 있었다 불과 물의 경계가 사라지는 순간

딛혀 있던 목울대가 터지며 울음을 깨트렸다 나이테처럼 생긴

수천 개의 골마다 맑고 고운 음색을 지닌 징으로 그는 태어났다



그때부터 나는 새벽 가을 강가에 서면

은어빛 물속에 웅크리고 있는 한 덩어리의 방짜놋쇠를 만나곤 한다.

-정영숙 시집 〈물 속의 사원〉, 문학아카데미

 


 

견진성사란 더욱 견고하고 성숙된 신앙인이 되기 위한 종교적 행위이다. 어디 종교적 의미만 있겠는가. 우리네 삶의 길목마다 견진의 과정이 버티고 서있다. 아름답고 귀한 것들은 남몰래 형체가 변형되는 고통과 수고로 이루어졌다. 기꺼이 감수하는 자와 피하는 자의 차이는 나중에 드러난다. 꿈을 이루는 일, 성공이라는 단어가 품은 땀방울을 기억하자. 그래서 삶은 만만하지 않고, 그러므로 삶은 살아볼 가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미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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