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의 대규모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따른 것이어서 무효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와 5년여 간 법정 다툼을 벌여온 노동자들의 회사 복귀는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13일 쌍용차 해고노동자 노모(41)씨 등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해고가 유효하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국제금융위기와 경기불황에 덧붙여 경쟁력 약화, 주력 차종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세제 혜택 축소, 정유가격 인상에 따른 판매량 감소 등 계속적·구조적 위기가 있었다”면서 “해고를 단행할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존재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필요한 인력의 적정 규모는 상당한 합리성이 인정되는 한 경영판단의 문제에 속하는 만큼 경영자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사후에 노사대타협으로 해고인원이 축소됐다는 사정만으로 사측이 제시한 인원 감축 규모가 비합리적이거나 자의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회사가 정리해고에 앞서 부분휴업과 임금 동결, 순환휴직, 사내협력업체 인원 축소, 희망퇴직 등의 조치를 한 만큼 해고회피 노력도 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논란이 된 2008년 재무제표상 유형자산 손상차손의 과다 계상 여부에 대해서는 “신차 출시 여부 및 시점이 불확실한 상태였고 단종이 계획된 기존 차종의 경쟁력과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상 매출 수량 추정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쌍용차 측 하종선 변호사는 “서울고법은 정리해고 당시 회사가 일시적 위기에 처했다고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구조적·계속적 위기에 처했다고 판단했다”며 “위기의 본질을 달리 해석해 나온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노조 측 김태욱 변호사는 “소송 진행 도중 회사 측이 주장을 계속 바꿨는데 대법원이 그런 주장을 옳은 것으로 받아들였다”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정리해고자 165명 중 153명은 지난 2010년 금융위기에 따른 판매급감은 정리해고의 정당한 사유가 아니고 사측이 해고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손실을 과다계상하는 등 정리해고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해고무효 확인 소송을 냈다.
/양규원기자 yk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