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개미(개인투자자)들이 늑장공시와 미공개정보 유출 논란으로 문제가 된 한미약품 사태와 관련,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이 제공하는 공시제도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한미약품 주식으로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들은 물론 국민연금, 시민단체까지 집단 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한미약품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9일 한미약품과 증권사 등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장 마감 후인 오후 4시30분쯤 ‘미국 제넨테크에 1조원 상당의 표적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는 호재 공시 후 24시간이 채 되지도 않은 다음날 30일 오전 9시30분쯤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이전한 또 다른 표적 항암신약인 올무니팁의 개발이 중단됐다’는 악재 공시를 냈다.
호재와 악재 공시가 연달아 나오면서 한미약품 주가는 18.06% 급락하며 연중 최저치인 50만8천원에 마감됐다. 특히 호재 공시 후 37만주(2천100억원 상당)를 순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은 이로 인해 최대 24% 이상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개인은 순매수한 경우가 많았지만, 기관들은 오히려 36만주(2천37억원 상당)를 순매도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주식이나 채권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행사하는 ‘공매도’ 역시 평소보다 20배가 많은 10만주 이상이었으며, 장 시간 28분 안에 모두 체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공매도 투자세력과 기관들이 악재 공시가 나기 전 주식이 하락할 것이라는 정보를 미리 파악하지 않은 한 할 수 없는 행동 등이라 할 수 있다.
실제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한미약품 기술수출 계약 해지 정보가 카카오톡 등 스마트폰 메신저로 공유됐다는 제보를 입수,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개미들만 손실을 고스란히 보게 되면서 현 공시제도의 불신 급증과 함께 한미약품 사태 집단소송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법률사무소 제하의 윤제선 변호사가 개설한 ‘한미약품 사태 집단소송’ 카페에 현재 80여명의 개인투자자들이 소송에 참여키로 했고, 소액 투자자들도 투자 규모와 상관없이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금융소비자원도 검찰 고발을 예고하고 있으며, 한미약품 지분 9%를 가진 국민연금도 소송을 고려 중이다.
소액투자자인 김모(41·수원)씨는 “주식을 팔라는 매도 공시를 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별로 없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한미약품 사태처럼 급작스러운 상황에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막아야되지 않냐”며 “이번 기회에 공시제도 문제점을 확실히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