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수십억 원을 투자해 개발한 반도체 부품 제작기술을 해외로 빼돌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4대는 1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국내 반도체 부품 제조업체 A사의 전 협력업체 설계팀장 김모(46)씨 등 2명을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일 밝혔다.
또 일본 반도체 부품기업 페로텍의 한국법인 페로텍 코리아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페로텍 코리아는 국내 반도체 부품 제조업체 A사에 근무하다 지난 2015년 이직한 김씨 등이 가져온 실리콘 카바이드 링 제조 설비 제작 기술을 사용해 링을 제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리콘 카바이드 링(지름 36㎝, 너비 3.5㎝, 두께 0.4㎝)은 반도체 칩 절삭 시 원형 판 아래에 까는 소모품 링으로, A사는 80억원을 들여 7년간 개발한 끝에 2013년 독자적인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A사는 1천500억원 규모의 세계 시장에서 8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김씨 등은 이 링을 만드는 설비를 제조하는 도면과 운용 기술자료를 빼돌려 페로텍 코리아로 이직했고, 이 과정에서 기존 연봉보다 40%가량을 올려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페로텍 코리아 관계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A사에서 빼돌린 기술인지 몰랐다”고 진술했다.
특히 페로텍 코리아는 충남도, 당진시와 투자유치 협약을 맺어 5년간 50억원을 지원받기로 해 현재 12억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과 관련, 충남도 관계자는 “페로텍 코리아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사건이 종료될 때까지 추가 지원은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같이 수년간 수십억 원의 비용과 노력을 기울여 연구한 핵심기술이 해외로 빠져 나가는 것은 피해기업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손해를 주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도내 기업들의 기술유출 예방 및 기술유출 사범에 대한 검거 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상훈기자 l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