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한파에 지동시장 등 썰렁
단골손님 지갑도 ‘꽁꽁’ 얼어
“하루 1박스라도 팔면 다행”
“김영란법 개정됐다고 하지만 선물세트 안 팔려 눈앞 캄캄”
“김영란법이 개정됐다고는 하지만 설 대목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7일 오전 수원 지역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인 지동시장.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민족 최대 명절인 설 대목을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손님을 맞이해야 하는 전통시장이 썰렁하다 못해 적막감이 감돌았다.
그나마 찾아오는 손님들의 지갑도 꽁꽁 얼어 열리지 않아 상인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었다.
추운 날씨보다 더 싸늘한 표정으로 한숨만 푹푹 쉬고 있는 상인 A(56)씨는 이 곳에서 10년 넘도록 수산물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A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명절 대목 시기에 제수용 생선을 하루에 10박스씩 팔았다”며 “올해는 한파까지 겹치면서 손님이 뚝 떨어져 하루에 1박스라도 팔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날씨가 이렇게 추움에도 일부러 찾아오는 단골이 있지만 물건이 비싸 못 사겠다고 미안하다는 말만 남기고 돌아간다”고 탄식했다.
시장 골목 곳곳에서 정육점을 운행하는 상인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한 정육점 사장 B(33)씨는 “작년에 큰 맘 먹고 가게를 인수해 장사를 시작책는데 손님은커녕 파리만 날리고 있다”며 “이달 초부터 손님이 뜸하더니 대목시즌까지 이어지고 있다. 설 선물세트 등 미리 준비해 놨는데 손해 볼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하다”고 울먹였다.
인근 지역에 있는 전통시장도 평소 대목시즌의 손님이 절반 이상 줄어 고사위기에 처한 상태다.
용인시내 한 전통시장 상인은 “김영란법 개정으로 선물 금액이 증가해 물건도 많이 준비했는데 얼마 팔지 못해 모두 냉동실에 보관 중”이라며 “매년 이런 식으로 간다면 수십년 한 가게도 문을 닫아야 할 판국”이라고 토로했다.
설 대목시즌에 판매가 많이 되는 인삼과 더덕 등 상당수 상품들이 시중 마트에서 저렴하게 판매되면서 물건을 애초에 들여 놓지 않는 곳도 생겨나고 있었다.
한 전통시장에서 만난 시민 이모(53·여·수원)씨는 “물건도 많지 않고, 날씨까지 추워 필요한 것만 사고 집에 가려고 한다”며 “설 대목임에도 손님이 없어 장을 보기엔 좋은데 전통시장다운 맛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수원의 한 시장상인회 한 관계자는 “물건이 많이 안 팔려도 좋으니 예전처럼 사람들이 북적이며 사람의 온기와 활기가 가득 차 시끄러운 시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상훈기자·박건수습기자 l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