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산책]눈물

2019.12.02 20:04:00 16면

 

 

 

눈물

                          /이종섶



어린 연어가 먼 바다로 떠나가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눈물짓는 어미,

그 물이 1급수인 것은 어미가 흘린 눈물 때문이다



새끼들이 동해를 지나 태평양을 건너

알래스카까지 갔다가 목숨을 걸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은 어미의 눈물이 그리워서다



시집 ‘수선공 K씨의 구두학 구술’(2019) 수록

 

 

연어는 회귀한다. 단 한번 맡은 냄새를 쫓아 상상할 수 없는 먼 거리를 돌아온다. 태고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생존본능이며 불가사의한 힘이고, 실존의 치열한 현장이다. 연어는 회귀한다. 자신의 고유한 내력을 몸의 어느 곳에 새겨놓은 채 그들은 사납게 움직인다. 강을 타고 흘러 바다로 가고, 다시 북해를 돌아 마침내 자신들이 산란된 곳으로 온다. 여기서 시인의 눈부신 통찰이 시작된다. 시인은 연어의 회귀를 어미의 눈물에 비유한다. 어미 연어는 새끼들이 먼 바다로 떠나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우는 것인데, 그 눈물의 깊이만큼 물은 1급수로 정화된다. 그리고 새끼들이 목숨을 걸고 돌아오는 까닭을 어미가 흘린 그 눈물이 몹시도 그리워서라고 노래한다. 연어는 회귀하며 그 동력은 바로 ‘눈물’과 ‘그리움’이다. 연어의 회귀를 이토록 명쾌하고 아름답게 형상화한 시가 있을까. /박성현 시인

 

경기신문 webmaster@kgnews.co.kr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974-14번지 3층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