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함께 하는 오늘]멸가치 인생

2020.06.01 20:10:00 16면

멸가치 인생

                                  /김승기



누구 하나 따뜻한 눈길 보내주지 않아도

별 가치 없는 존재, 결코 아니에요



맛깔스런 봄나물로 반짝였던 날들 맵차게 그리워도

잊혀진 옛날 전혀 슬프지 않아요

당신만이라도 꼭 기억해줘요



빛이 바래갈수록 다시 크게 쌈을 싸 봐요

널따란 생이파리 하나만으로도

데치고 무치고 볶지 않아도 나물이 되는

우리 사랑 감싸 안을 존재의 이유



여전히 충분하다는 걸, 증명해 줄 거예요

잎이 무성한 여름 지나갈 때면, 보석처럼 빛나는

자신만의 색깔로 향기로 꽃필 거예요



저기 반투명 유리벽 너머 금고에 쌓아둔 지갑 속

행복한 신용카드

맑아졌다 흐려지고 흐려졌다 맑아지고,

우리 사랑놀이처럼 시소를 타고 있어요

한도 초과 않도록 어루만져줘요

그래야 가을에 열매도 예뻐져요



당신의 하얀 손수건으로 밤하늘을 닦아줘요

별 쏟아져 내리고 꽃이 돋아 올라

어두운 숲속을 팡팡 폭죽으로 터질 거예요

 

 

■ 김승기 1956년 강원도 속초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해 계간 『詩마을』로 등단했으며 한국시인협회 회원으로 있다. 한국의 야생화 시집 『그냥 꽃이면 된다』외 6권의 저서가 있으며 세계한민족문학상을 수상했다.

 

김승기 webmaster@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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