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함께 하는 오늘]모자

2020.06.09 06:00:00 16면

 

 

 

모자

/이은봉

모자가 생겼어요 돈을 주고
산 것은 아니에요 살가운 누군가
선물로 주었어요 모자를 준
당신이 엄청 좋아요 당신을 사랑해요

구름처럼 넓고 큰 모자
달처럼 높고 깊은 모자

당신을 머리에 쓰고 있으면 안전해요
핵우산을 쓴 것처럼 편안해요
아늑해요 두려울 것이 없어요
모자 속은 그윽한 동굴 속 같아요.

모자를 쓰면 항아리 속처럼
웅웅거리는 말, 안 해도 돼요

이제는 밤이 되어도 시름할 것 없어요
엄청난 모자가 생겼으니까요
모자를 쓰고 있으면 걱정 끝이에요
그래요 바보는 무서울 것이 없어요.

 

 

 

 

■ 이은봉 1953년 충남 공주 출생. 『삶의문학』과 시집 『마침내 시인이여』를 통해 각각 문학평론가와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걸레옷을 입은 구름』, 『봄바람, 은여우』, 『생활』, 평론집 『시와 깨달음의 형식』 등이 있다. 가톨릭문학상, 송수권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광주대 명예교수와 대전문학관장으로 있다.

 

이은봉 webmaster@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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