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콩 까는 여자

2021.06.21 06:00:00 13면

B형 여자를 까면

먼지 위에 싹을 틔운 콩이 튀어나온다.

콩 구르는 소리마다 구석이 생겼다.

구석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야 보이는 곳

자칫 찾지 못한,

갸웃거리는 고개들이 싹을 틔우는 곳,

그러므로 가만가만 쓰다듬듯 콩을 까라는

구석의 조언助言

 

흩어진 진심들

식탁으로 모아지고

속상하게 속이 빈 콩깍지들에게선

튀어나간 것들로 움푹했던

비릿한 후회가 나열되어 있다.

 

얕은 잠속에서 멀리 두었던 실수를 반복하다

아침 햇살에 눈 뜬다.

한결 가벼워진 여자의 나른한 종아리에서

새끼 쥐들이 줄줄이 도망간다.

생육하고 번성하고 충만 하라는,

적절한 밤이 콩꼬투리마다 들어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콩들도 줄줄이 깍지를 떠나

친밀하게 보글보글 끓는다.

 

콩은 모두 알알의 구석을 키우고 있다.

 

 

▶약력

▶2014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 『가시비』, 『사과처럼 앉아있어』

▶전자시집 『열일곱 마르코 폴로 양』

 

 

연명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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