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새들은 공중에서

2021.07.01 06:00:00 13면

사막을 건너 멕시코 장벽을 넘으려던 여자의 심장이 멈췄다

맨발은 더 이상 모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선인장이 가시를 견디고 있다 독수리들이 그녀의 마지막을 견디고 있다

 

뒤늦게 도착한 국경수비대가 흩어진 소지품을 챙긴다 발을 떠난 신발이 국경을 바라보며 저만치 엎어져 있다 인적이 드문 밀입국로, 성공하기 제일 어려운 루트, 사막과 더위와 가난과 희망, 어느 것이 더 무모했을까

 

국경수비대는 흐트러진 몸을 담요로 덮어주고 옷깃을 여민다

경고문이 적힌 소용없는 팻말들, 사람들 사이에서 사라진 말들, 그녀의 마지막 길에 거수경례를 한다

 

국경을 넘으려는 자동차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없는 트렁크 속의 마리화나, 없는 고가의 물건들,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들은 지은 죄가 없어도 액자 속에서 얼어버린 파도 소리가 들린다 심장의 파도 소리가 들린다

 

새들, 중앙선을 넘고 국경을 넘어 날아간다 공중에서 죽음을 맞는다

국경은 보였다가 안 보였다가

 

 

 

 

▶약력

▶서정시학(2006) 신인상 등단.

▶시집 『이혼을 결심하는 저녁에는』

정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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