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진칼럼] 악플, 조회수가 만드는 여론이라는 악마

2025.02.19 06:00:00 13면

 

어줍잖게 영화를 제작하겠다며 나다닐 때 만든 영화가 김새론 주연의 ‘바비’이다. 한국에서 가장 별종 영화감독인 이상우(‘엄마는 창녀다’ ‘아버지는 개다’ ‘나는 쓰레기다’ 등 일명 쓰레기 3부작이 그의 주요 작품이다)가 만들었고 김새론은 여기서 친동생 김아론과 각각 순영, 순자 역할로 나온다. 순영은 거리에서 핸드폰 고리 품팔이로 살아 가는데 철없는 여동생 순자는 고사하고 지적 장애인인 아버지를 돌보느라 어린 삶이 고단하기 짝이 없다. 악마 같은 작은 아빠, 곧 삼촌은 돈을 받고 순영을, 바비 인형같이 생긴 미국 소녀에게 줄 심장이식 수술을 시키러 내보내려 한다. 아무 것도 모르는 순영은 미국 가면 바비 인형 같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꼬드김에 그렇다면 자기보다 동생을 보내 달라 부탁한다. 비극이다. 2012년 작품이고 대중에게 인정받지 못했다. 김새론이 11살 때였다.

 

김새론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4살이다. 영화 ‘아저씨’로 급부상했었다. 8살의 아역 스타였다. 대체로 아역 스타들은 성장통을 겪는다. 그들 중 일부에게서는 술과 애정 스캔들이 터지기도 한다. 갑작스럽게 스타가 된 경우 대체로 그 부담감을 견디지 못한다. 언제 급전직하 인기가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중압감에 시달린다. 김새론이 그랬다. 그럼에도 ‘도희야’같은 영화에서 발군의 연기력을 선보였다. 그러다 2022년에 음주 사고를 냈다. 주변 시설을 들이받았다.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사고 후 차를 버리고 갔다는 것이다. 뺑소니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지난 3년간 김새론의 연기 인생은 바닥을 쳤다. 거의 모든 방송의 출연이 중지됐다. 출연한 드라마의 상당 부분도 통편집됐다. 무엇보다 악플과 지나친 사생활 노출에 시달려야 했다. 음주운전자 배우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녔다. 결국 그 모든 상황이 젊은 여배우를 자살로 내 몬 형국이 됐다.

 

버닝썬 사건이나 서부지법 난동사건 같은, 천인공노할 사건의 가담자들은 두고두고 엄벌에 처해야 한다. 재범을 저지를 가능성 여부를 신중하게 관찰하고 감시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연예인들의 일탈에 대해서는 다소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 잘 만든 영화를 망하게 한다든지(<보통의 가족>) 연예인 가족의 문제로 영화에 대한 비호감을 확산시킨다든지(<대가족>) 조강지처를 버린 배우라며 인신공격을 해댄다든지 가정이 있는 중견 감독과 비관습적 삶을 살아 가는 여배우인 탓에 매번 악플에 시달리게 한다든지 등등은 아무리 봐도 과도한 측면이 있다. 다시는 이 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격리해야 할 범죄’가 있고 다시 한번 ‘기회를 줘야 할 잘못’이 있을 수 있다. 그 둘을 구분해야 한다. 악플과 조회수를 위해 한 인간을 괴롭히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우리사회가 이제 그 정도의 간별력은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상계엄이라는 초헌법적 범죄를 저지른 자, 사회 최고의 권위를 지켜줘야 할 법원에 들어가 폭동을 일으킨 자, 예수의 이름으로 혹세무민을 하며 치부와 탈세를 일삼는 일부 기독교 목사들에 비해 김새론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한 범죄를 저질렀는가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실로 한심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오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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