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시작 3월이다. 따스한 봄이 되면 겨우내 움츠렸던 몸이 풀리고 춘곤증에 나른해지기도하지만 활동하기 좋은 계절인 만큼 쏟아지는 햇빛을 만끽하기 위한 나들이를 계획하기도 한다. 짧은 황금 연휴를 맞아 알찬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먼 곳보다는 가까운 경기도의 명소. 특히 TV드라마 속 감동을 간직한 명소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TV에서는 드라마를 더욱 빛나게 해주고 여행자에게는 드라마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그곳으로 떠나보자.

◇ 평화와 화해의 공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 드라마 ‘나의 해리에게’ 촬영지
한국전쟁의 비극을 고스란히 간직한 파주 임진각은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이 조성되면서 평화와 화해의 장소로 탈바꿈했다. 작년에 방영된 드라마 ‘나의 해리에게’는 신혜선(은호 역)과 이진욱(현오 역) 주연의 행복 로맨스 드라마다. 극 중 ‘은호’는 ‘은호’와 ‘혜리’ 두 개의 인격을 가진 인물이고, ‘현오’는 비밀을 간직한 인기 아나운서다.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는 ‘은호’와 ‘현오’가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첫 데이트를 하는 장소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드라마에서는 평화누리가 아니라 ‘하늘누리언덕’으로 나온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은 약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잔디 언덕이 있고 주변에는 다양한 작가들의 미술품들이 설치돼 있다. 그중에서도 빙글빙글 돌아가는 수천 개의 바람개비와 대나무로 만든 거대한 목인상이 인상적이다. 드넓은 잔디밭의 이국적인 풍경은 실제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인기가 높다.
그뿐만 아니라 철책과 가까운 곳은 안보관광 지역으로 망배단, 자유의 다리, 독개다리,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 등의 볼거리가 있다.

◇ 조각가 민복진의 작품 감상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 - 드라마 ‘이번 생도 잘 부탁해’ 촬영지
경기도 양주에서 출생한 민복진(1927~2016)은 홍익대 미술학과 재학시절 제2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입선으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낸 한국 대표 조각가다. 그는 ‘모자(母子)’, ‘가족’, ‘사랑’ 등을 주제로 작품활동을 펼쳤으며 백범 김구 선생 상과 민영휘 선생 상의 조각가로도 유명하다. 미술관은 민복진의 주요 작품들뿐 아니라 전시 내용에 따라서 다양한 작가의 조각품들을 전시한다.
웹툰으로 큰 인기를 얻어 드라마로 제작된 ‘이번 생도 잘 부탁해’는 전생을 기억하는 여자 ‘반지음’과 그녀가 사랑하는 ‘문서하’가 주인공이다.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은 반지음과 드라마의 또 다른 주인공 ‘윤초원’이 이곳을 함께 찾으며 등장한다. 전시장 전경뿐만 아니라 민복진의 작품 ‘가족의 기쁨’이 클로즈업 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 책도 읽고 전시도 보는 문화공간 ‘의정부 미술도서관’ - ‘사이코지만 괜찮아’ 촬영지
미술 분야 전문 도서관인 의정부 미술도서관은 옥외 주차장 쪽에서 바라보면 납작한 정사각 건물이지만, 출입구 쪽에서 바라보면 유려한 곡선미가 돋보인다. 내부 역시 탁 트인 중앙 공간과 독특한 가구 배치로 방문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덕분에 도서관이 아니라 북카페를 방문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1층에는 전시실도 마련돼 있어 다양한 미술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2020년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건축물이다.
김수현(정신병동 간호사 문강태 역)과 서예지(동화 작가 고문영 역) 주연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13화에 등장하는 이곳은 김수현, 서예지, 오정세가 미술도서관에서 그림책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곳곳에서 촬영했다.

◇ 도심과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 ‘화성 동탄호수공원’ - ‘선재 업고 튀어’ 촬영지
동탄호수공원의 잔잔한 호수는 하늘을 그대로 품고 있다.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이곳은 산책하는 주민들과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명소다. 호수 한복판에 설치된 루나분수에서는 5월부터 10월까지 야간을 이용해 화려한 조명과 함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루나쇼’가 주1회 진행한다.
지난 해 최고의 히트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는 변우석이 ‘선재’ 역을, 김혜윤이 ‘임솔’ 역을 맡아 등장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사랑을 나누는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가 젊은층의 공감을 얻으며 큰 인기를 얻었다.
드라마의 마지막 회에 등장하는 동탄호수공원은 과거 임솔과의 기억이 돌아온 선재와 임솔이 만나는 하이라이트 장면의 배경이다. 이곳의 아름다운 야경이 드라마의 엔딩을 장식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 자연과 예술이 하나로 ‘안양예술공원’ - ‘너는 나의 봄’ 촬영지
안양예술공원은 자연속에서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원이다. 삼성산 남쪽 자락과 관악산에서 발원한 삼성천 일대에 60여 점의 현대미술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전시 작품들은 모두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그중에서도 ‘Anyang Peak’와 ‘나무 위의 선으로 된 집’은 빼놓아서는 안 될 작품이다.
‘Anyang Peak’는 작품이 전망대다. 조금씩 삐뚤어진 나선형 통로를 모두 오르면 삼성산 기슭과 안양예술공원 전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나무 위의 선으로 된 집’은 안양예술공원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유선형 야외 공연장과 연결 통로 역할을 하는 튜브 형태의 육교는 ‘인증샷’을 찍기 좋은 장소로 유명하다. 작년 11월 폭설로 육교 통로가 파손돼 올해 보수 공사가 예정돼 있다.
숲을 산책하고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예술 작품까지 감상할 수 있는 안양예술공원은 자연을 품은 거대한 미술관이다.
안양예술공원은 드라마 ‘너는 나의 봄’의 촬영지다. 드라마의 주인공 영도(김동욱 분)와 다정(서현진 분)이 저녁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이 ‘Anyang Peak’에서 촬영됐다. 다정 앞에서 장국영의 맘보춤을 추는 영도의 모습을 기억하는 시청자라면 ‘Anyang Peak’ 방문을 추천한다.

◇산책과 휴식하기 좋은 수변 공원 ‘평택 바람새마을 소풍정원’ - ‘영혼수선공’, ‘안녕? 나야!’ 촬영지
평택 바람새마을 소풍정원은 다양한 산책로와 연못이 어우러진 수변 공원이다. 지지배배 정원, 빛의 정원, 무지개 정원, 이화의 정원 등 각기 다른 테마로 꾸민 네 개의 작은 섬이 데크로 연결돼 있다. 섬과 섬을 연결하는 통로를 걸으며 산책하는 게 공원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방법이다.
공원의 이름처럼 소풍을 떠나기 좋은 곳이기도 하지만 ‘소풍’이라는 이름은 피크닉을 뜻하는 소풍이 아니고 미소(笑)와 바람(風)을 뜻한다. 잠시나마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순간을 만끽할 수 있는 소풍정원은 가족 여행지로 안성맞춤이다.
소풍정원에서는 드라마 ‘영혼수선공’과 ‘안녕? 나야!’가 촬영됐다. 신하균(이시준 역), 정소민(한우주 역) 주연의 ‘영혼수선공’은 정신과 의사들의 이야기다. 신하균과 정소민이 공원에서 소소한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이 촬영됐다.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안녕? 나야!’에서는 드라마의 4인방이라고 할 수 있는 최강희, 김영광, 이레, 음문석이 도시락까지 싸 들고 떠난 나들이 장소로 등장한다.
[ 경기신문 = 우경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