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더 줄어든다”…임대차 2법 혼란에 시장 ‘불안’

2025.03.19 08:37:44 1면

정부•야당, 임대차2법 완화 ‘충돌’
‘매물 감소•가격 급등’ 우려 확산
전문가 “정치로 시장 왜곡 안돼

 

정부가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완화에 착수하자, 야당은 오히려 제도 강화를 주장하며 부동산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전세 매물이 줄어들고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치적 대립으로 임대차 시장이 더 왜곡될 것이라며 신속한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전세 매물 감소 가속화…“10년 전세 도입되면 시장 왜곡 심해질 것”


국토교통부가 최근 공개한 ‘주택임대차 제도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계약갱신청구권 및 임대료 상한(5%) 자율화 ▲상한 요율 10% 이내 완화 ▲보증금 5억 원 이하 주택에만 임대차 2법 적용 등의 개편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려는 이유는 전셋값 폭등과 전세 매물 급감 때문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계약갱신권을 4년에서 최대 10년까지 연장하고 신규 계약에도 5% 보증금 상한을 적용하는 ‘10년 전세’ 법안을 추진하며 정부와 정면충돌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를 10년간 묶어두면 집주인들이 애초에 전세를 놓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결국 전세 품귀 현상이 심화되면서 가격이 더 폭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세 매물 감소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월세 전환율(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은 ▲2020년 12월 4.5% ▲2022년 5%대 ▲2023년 4분기 6%대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는 전세 매물이 줄어들면서 월세 전환이 가속화됐음을 보여준다.

 

“집주인도, 세입자도 불안”…전문가들 “정치 논리로 시장 흔들면 안 돼”

 

집주인들도 불만이 크다. 마포구에서 다주택을 보유한 이모(58) 씨는 “2+2년 계약도 부담이었는데, 10년까지 묶어놓으면 전세를 아예 월세로 돌리거나 그냥 비워둘 것”이라며 “결국 전세 물량이 더 줄어들고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세입자들 역시 불안해하고 있다. 송파구에서 전세를 찾고 있는 직장인 김모(34)씨는 “이미 전세 매물이 줄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10년 전세가 도입되면 오히려 처음부터 전세가 비싸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정치 논리로 시장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임대차 2법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됐지만, 전세 매물 부족과 4년 치 인상분을 한꺼번에 반영하는 등의 부작용을 낳았다”며 “이런 상태에서 계약 기간을 10년까지 늘리면 집주인들이 초기 계약부터 전셋값을 더 높게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을 급격하게 바꾸면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계약 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조정하거나, 상한 요율을 지역·가격대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책 오락가락에 시장만 피해”…전세 시장 안정 방안 절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치권이 부동산 시장을 ‘정치적 실험장’으로 삼으면서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전세 시장을 안정화하겠다고 하지만, 야당이 반대하면 사실상 추진이 어렵다”며 “정권이 바뀌면 또 정책이 달라질 것이고, 그 피해는 결국 임차인과 임대인이 함께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7월이면 시행 5년 차를 맞는 임대차 2법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장 혼란을 최소화할 현실적인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오다경 기자 omotaan@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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