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곳곳에서 꽃이 피어나며 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많은 사람이 여행을 계획하는 시기인데, 특히 섬으로 떠나려는 분들은 바다에 끼는 안개, 즉 해무(海霧)에 주의해야 한다.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는 해무로 인해 1년 중 배의 결항률이 가장 높다.
해무가 짙게 끼면서 어업활동에도 영향을 미치며, 남해안에서 발생하는 전체 해양 사고의 약 40%가 이 기간에 집중된다고 한다.
특히 등산객이나 바다낚시를 즐기는 여행객들은 예상치 못한 기상 변화로 인해 위험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또 섬에 갇히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는데, 몇 년 전 백아도로 여행을 떠났던 한 관광객이 해무로 인해 5일 동안 섬에 고립된 사례가 있었다.
처음에는 섬의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했지만 안개가 걷히지 않아 배편이 끊기면서 식량이 바닥났고, 결국 민박집에서 외상으로 식료품을 구해야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봄철 바다 안개(해무)는 왜 자주 발생할까?
안개는 습도, 기온, 바람 등 여러 요인에 의해 형성되는데, 생성 방식에 따라 냉각 안개와 증발 안개로 구분한다. 봄철 바다 안개(해무)가 많이 발생하는 주된 이유는 육지와 바다의 온도 차이 때문이다.
2023년 인천 지역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인천 시내의 평균 기온은 3월 8.1℃, 4월 12.7℃, 5월 18.0℃로 점차 상승하지만, 같은 기간 인천항 부근 바다 수온은 3월 6.6℃, 4월 11.1℃, 5월 15.9℃로 변화한다.
육지와 바다의 온도 차이는 3월 1.5℃, 4월 1.6℃, 5월 2.1℃, 7월 1.3℃로 나타난다. 특히 3~4월에는 대기 온도와 해수면 온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바다 안개(해무)가 쉽게 형성된다.
봄철에 육지의 따뜻한 공기가 해상으로 유입돼 차가운 해수면 온도를 만나면 해수면 위의 공기는 급격히 냉각되어 수증기가 물방울로 변해 해무가 형성된다.
7월 경우는 따뜻한 공기가 차가운 해수면과 접촉하면서 기온의 역전 현상이 나타나면서 해무가 발생하기도 한다.
해무로 인한 영향은 여객선 운항 지연 및 통제 비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3년 기준 자월도, 이작도, 승봉도로 가는 배편의 통제 및 지연 출항 비율을 보면, 3월 24.7%, 4월 24.0%, 5월 20.4%, 7월 18.3%로 나타났다.
이는 봄철 바다 안개(해무)가 섬 여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해무는 자연현상이지만, 미리 대비하면 안전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섬 여행을 계획할 때는 출발 전 기상 정보를 반드시 확인하고, 예상치 못한 일정 연장을 대비해 충분한 식량과 필수품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특히 해무가 짙게 끼는 날에는 무리한 일정 변경을 자제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머무르는 것이 중요하다.
따뜻한 봄날, 바다 안개(해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여 안전하고 즐거운 섬 여행을 만끽하시길 바란다.
글 : 김용구 박사(인천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인천시 섬발전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