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용산의 천일야화

2025.04.11 06:00:00 13면

 

마치 꿈을 꾼 것 같다. 지난 3년이 아스라하다. 산불 현장에서 사위를 둘러보니 연기만 자욱한데 불타고 남은 폐허만 드러나는 느낌이랄까.. 순간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로 시작되던 구절이 떠올랐다. 작년 11월, ‘더 이상 이대로는 대한민국을 지탱할 수 없다’며 각계각층에서 봇물 터지듯 윤석열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던 때 나온 경희대의 시국선언문이었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 때부터 2년반, 검찰공화국은 파멸이란 낭떠러지를 향해 내달리는 폭주기관차였다.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줄을 잇자 대통령은 비상계엄선포로 화답했다. 그로부터 123일 만에 그는 파면되었다. 대통령에 오른지 1,061일, 용산의 천일야화는 막을 내렸다. 과연 대한민국 흑역사는 이제 끝났을까? 매일 거짓이 쌓아올린 성은 높아져 갔다. 장모의 사기, 아내의 조작과 농단, 검찰의 비리와 전횡을 덮기 위해 입벌구(입만 벌리면 구라)가 되었고 국어는 한없이 타락했다. 임기내내 야당과 시민사회를 반국가단체로 낙인찍었으며 야당지도자는 범죄자 취급했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한국정치판의 참담한 전통을 짚어봐야 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이승만이 4.19로 쫒겨난 이후 박정희는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 이후 전두환과 노태우는 반란수괴 및 비리혐의로 구속되었고 이명박은 비자금으로, 박근혜는 국정농단으로 징역을 살았다. 그리고 윤석열까지 대한민국 보수세력을 대표하던 대통령은 5연속 파면당하고 구속되는 전통을 만들고 있다. 그들이 망가뜨린 정치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감당해야 했다. 경제는 폭망하고 외교는 치욕이었다. 국격은 추락했고 도탄에 빠진 서민들의 삶은 누추해져만 갔다. 대통령이 때아닌 빨갱이 타령으로 혐오를 부추길 때 아스팔트 위에는 살벌한 적의만 켜켜이 쌓였다. 급기야 법원이 초토화되었다. 이 모두 누구의 잘못인가?

 

거듭해서 이토록 무지하고 무도한 자를 대통령에 뽑은 것은 국민들이다. 하지만 선거에 이길 수만 있다면, 그래서 같이 부귀영화를 누릴 수만 있다면 수단방법을 가리지않고 끔찍한 자를 옹립한 집단은 ‘국민의힘’이다. 몰랐다고? 그럴 리가 없다. 그들은 공화국이 위기에 처했어도 자신들의 안위만 생각하며 친위쿠데타를 옹호한 공범이자 위헌정당이다. 아직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내란종사 혐의자를 헌법재판관에 지명하며 권력유지에 혈안이 되어있다. 총리고 뭐고 이 집단은 하나 제대로 된 사람이 없다. 그 정당에서 대통령에 나서겠다는 사람이 십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파렴치하고 후안무치하다. 내란의 후유증은 넓고도 깊다. 우리는 지금 폐허 속에서 공화국을 다시 재건해야 한다. 산불은 잔불정리가 생명이다. 그들이 심어놓은 체계와 잔당까지 청산하지 못한다면 공화국은 언제든지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알베르까뮈의 말처럼 “공화국은 관용으로 건설되지 않는다!”

 

페르시아 세헤라자데의 천일야화는 신드밧드, 알라딘이 등장하는 환상 속의 해피엔딩이었다. 대한민국 김건희와 윤석열이 용산에서 만들어간 천일야화는 무엇이었을까? 대왕고래와 마약밀수, 극우유투버나 천공이 주인공이었을까? 땅에서 넘어진 자는 땅을 짚어야 일어서는 법, 내란은 최소한 수괴를 처단함은 물론 위헌정당 해산까지 이어져야 대한민국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 것이다. 이제는 정상인들의 정치를 보고싶다. 그래야 대한민국도 희망이 있다. 

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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