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달 매출이 4000만 원인데, 제 손에 남는 건 300만 원도 안 됩니다"
한 자영업자의 하소연이다. 겉으로만 보면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수수료가 문제인 듯하다. 매달 404만 원을 수수료로 내고, 배달료로 440만 원, 매장 직원 급여로 500만 원을 지출한다. 여기에 가게 임대료 106만 원, 식재료비 1810만 원, 세금과 보험료, 유지비용까지 합치면 4000만 원 매출은 종잇장처럼 얇아진다. 결국 사장 손에 남는 돈은 296만 원. 1억 5000만 원을 들여 가게를 열고, 하루 12시간 이상 일해 얻은 결과다.
수수료가 버거워 보인다. 하지만 수수료만 없애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하다. 오늘날 자영업자를 짓누르는 것은 플랫폼 수수료만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 4대보험료 부담, 고공행진하는 재료비, 줄어들지 않는 임대료... 배달 수수료를 없앤다고 해서, 이 거대한 고정비의 파도를 피할 수는 없다.
게다가 중요한 사실 하나가 있다. 과연 배민이 없었다면 이 가게가 지금처럼 4000만 원의 매출을 만들 수 있었을까. 과거처럼 전단지를 돌리거나 입소문에만 의존해서, 지금처럼 수천 명의 소비자에게 가게를 알리고, 주문을 받고, 배달까지 끝낼 수 있었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소비자들은 지금 단순히 맛집 소문만 듣고 가게를 찾지 않는다. 앱을 켜서 수십 곳의 메뉴와 가격, 사진, 리뷰, 배달 시간까지 꼼꼼히 비교한다. 이 까다로운 선택 과정을 버텨내야만 주문 한 건이 들어온다. 배민은 이 복잡한 과정을 대신해줬다. 광고를 하고, 주문을 받고, 결제 시스템을 제공하고, 배달까지 연결해주는 거대한 영업 플랫폼이 됐다. 자영업자 입장에서 보면, 감당하기 버거운 마케팅과 물류 시스템을 플랫폼이 대신 짊어진 셈이다.
물론 수수료는 적지 않다. 그러나 수수료는 단순히 ‘떼어가는 돈’이 아니라, 수많은 고객에게 접근하고,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만들어준 대가였다. 플랫폼 수수료가 없어진다고 해도, 사장이 직접 모든 홍보와 마케팅을 맡고, 배달 인력을 운영하며, 고객 응대까지 한다면 오히려 더 큰 비용과 노동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다. 아니 지금의 매출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배민은 자영업자를 힘들게도 했지만, 동시에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줬다.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는 문제 제기는 필요하지만, 플랫폼을 무조건 적대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플랫폼 없이는 매출 자체가 유지되지 않는 구조, 소비자 습관이 모바일 기반으로 완전히 이동해버린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자영업자의 고통은 배민 하나를 없앤다고 끝나지 않는다. 인건비, 재료비, 임대료, 세금, 그리고 시장의 변화까지. 이 거대한 벽을 넘어서는 것만이 자영업자의 길이다.
배민을 탓할 시간에,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떻게 넘어설지를 고민해야 한다. 수수료는 아프지만, 그 수수료가 지금의 매출을 만들었다. 배민은 우리를 힘들게 했지만, 동시에 여기까지 버티게 한 생명줄이었다. 이 사실은 냉정하게 인정해야 한다.
[ 경기신문 = 박희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