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이 어릴 때 놀이공원에서 바이킹을 탄 적이 있었다. 이런 종류의 롤러코스터를 타본 사람은 알겠지만 단순한 기구인데도 추락하는 느낌이 주는 공포감은 대단했다. 문제는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아직 어릴 때라 보호자 동반으로만 탑승할 수 있었는데 계속 “한번 더”를 외치는 아이들 때문에 세 번 연속 타고나니 나중에는 현기증과 함께 구토가 올라왔다. 짜릿함을 넘어선 공포감을 내 신체가 격렬히 거부했다. 그 이후로 나는 이런 롤러코스터류의 놀이기구를 타지 않는다. 반복되는 공포는 더 이상 내게 놀이가 아니라 고통이었다.
대선레이스로 거리가 시끄럽다. 교차로에서 신호대기를 하는데 붉은 색 옷을 입은 운동원들이 자극적 언어로 상대후보를 비방하고 있다.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갑자기 뱃속에서 신물이 올라왔다. “어? 왜 이러지?” 나는 몰랐다. 그들의 발언에 내 신체가 나도 모르게 발작하는 줄을.. 가만히 추스르며 깨달았다. 작년 12월3일 이후 대한민국 정치는 롤러코스터 그 자체였다. 느닷없는 비상계엄과 군대의 진입, 시민들의 저항과 탄핵정국, 극우세력과 종교집단의 준동, 대통령 구속과 법원난동, 탄핵인용과 윤석열 석방, 그리고 대선과 대법원의 개입, 집권당의 후보교체 파동까지 수십년간 겪을 일을 우리는 한꺼번에 겪어 내었으니.. 매순간 추락하는 정치적 롤러코스터에 매달린채 반년을 살았다. 심리적으로 구토가 일어나지 않으면 이상할 일이다.
알고보니 대한민국은 생각보다 위험한 나라였다. 우리는 수십년간 쌓아올린 K-민주주의가 파탄나고 정치적 후진국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뿐인가? 전쟁의 공포도 알고보니 현실이었다. 정신 나간 판사 한사람이 내란수괴를 풀어줄 수도 있고, 지지율이 가장 높은 야당 후보의 자격을 법원이 박탈할 수도 있는 나라였다. 지난 10일, 주민들과 함께 광주 망월동묘역 참배를 다녀왔다. 열사들 묘지 앞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솟구쳤다. 광주에서 벌어진 학살이 45년 후 재연될 뻔했다. 이를 위해 시신처리용 백을 수천개나 주문하는 군대가 국군이었다. 광주학살의 주역 정호용이 돌아왔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될 것’이란 말은 영화카피가 아니었다. 바로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었다.
책 ‘이기적 유전자’를 쓴 리처드 도킨스는 “생물들은 모두 유전자의 자가복제를 위한 존재이며 필요할 경우 다른 이의 희생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기적”이라고 보았다. 핵심은 DNA란다. 그렇다면 박정희부터 전두환, 윤석열로 이어지는 국민의힘의 ‘쿠데타 자가복제’는 어떤 DNA 때문일까? 그들은 어려움에 처하면 습관처럼 쿠데타로 타개하려 한다. 무산되기는 했지만 후보교체를 위한 새벽 쿠데타도 마찬가지다. 주체는 다르지만 대법원의 사법쿠데타도 같은 DNA의 작용으로 봐야 한다. 결국 “기득권집단의 이익수호”라는 DNA 때문이다. 우리가 반년동안 겪은 모든 일이 이 DNA가 벌인 사달이었다. 내란 우두머리는 지금 반려견을 데리고 한강을 산책하고 있다. 여당은 내란옹호자를 대선후보로 뽑았다. 내란은 진행형이다. 그로 말미암아 많은 국민들이 나처럼 심리적 구토 상황이다. 6월3일 압도적 투표로 치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내란종식, 정상국가 회복! 그것만이 유일한 심리치료가 될 것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우리는 더 잘 준비된 쿠데타를 만날 것이다. 나라를 망치는 이기적 유전자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