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성장률 0.8%…향후 금리인하 폭 커질 듯"

2025.05.29 15:04:30 5면

기준금리 인하 직후 기자간담회
"성장률 전망치 하향, 건설 영향 커"
"인하 속도 빠르면 집값 오르는 부작용"
"원화 스테이블코인, 감독 가능해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로 낮추면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0.8%로 낮췄다. 침체된 건설 경기가 발목을 잡았고 내수와 수출도 부진할 것으로 전망돼 유동성을 공급해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9일 오전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한 연 2.5%로 결정했다. 경기 침체가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금리를 낮춰 소비와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간 걸림돌로 작용했던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후반으로 떨어졌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또한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대폭 낮췄다. 지난 2월 발표한 전망치 1.5%의 절반 수준이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1.6%로 하향 조정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성장률 하향 조정의 배경으로 건설 경기 침체를 지목했다. 그는 "건설투자는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 정도인데 건설 경기 침체 심화로 감소 폭이 커지면서 성장률을 0.4%p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민간 소비와 수출은 성장률 전망을 각각 0.15%p, 0.2%p 낮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건설 경기 침체는 과거 무분별한 부동산 투자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향후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고 상하방, 양방향으로 리스크 요인이 모두 존재한다"며 "주요국과의 무역협상이 빠르고 원만하게 타결될 가능성과 새 정부의 추가적인 경기부양책 추진 등은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는 반면, 통상갈등 장기화와 품목별 관세 추가 부과 등은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금리 너무 빨리 내려 집값 올리는 실수 반복 말아야"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금통위원 전원 일치로 결정됐다. 이 총재는 금통위의 금리 인하 배경에 대해 "무엇보다 올해 중 성장세가 크게 약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경기 대응을 위해 추가 인하했다”며 “내수 부진이 점차 완화되겠지만 그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더디고 수출 둔화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갭률의 마이너스 폭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성장률을 대폭 낮췄음에도 기준금리 인하 폭을 0.25%p로 제한한 이유로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한 우려를 들었다. 이 총재는 "시장 유동성이 충분한 상황에서 금리를 너무 빨리 낮추면 경기 부양보다 주택 등 자산 가격으로 유동성으로 흐르는, 우리가 코로나19 때 했던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경기를 부양하면서도 어디에 얼마나 할지, 과거의 잘못을 다시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이 새 정부의 과제가 될 것"이라며 "가계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유동성으로 인해 금리 정책이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 수 있는 문제 등과 관련해 (새 정부와) 공감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향후 3개월 이내의 금리 수준을 내다보는 포워드가이던스와 관련해서는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현재 수준(연 2.5%)보다 낮출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나머지 두 명은 현재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향후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경기 상황에 따라 추가 인하폭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당초 예상보다 성장세가 크게 약화됐기 때문에 향후 인하폭이 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추가 인하의 횟수와 폭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 "스테이블코인, 마음대로 발행하면 통화정책 유효성 저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화폐의 대체재라 비은행 기관이 마음대로 발행하면 통화정책 유효성을 상당히 저해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거래가 손쉬워 자본 규제 회피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며 “원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지만 감독이 가능한 은행권으로부터 (발행이)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고현솔 기자 sol@kgnews.co.kr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