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빚 못 넘긴다’…용인 일가족 살해한 50대, 수개월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

2025.06.01 16:33:51

수면제 수십 정 가루로 갈아 유제품에 넣어 투약
알약 분쇄기 구입 등 3개월 전부터 계획 정황 드러나

 

경기 용인시에서 부모와 아내, 두 딸 등 가족 5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이 수개월 전부터 수면제와 분쇄기를 준비하며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적 몰락으로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그는 채무가 가족에게 전가될 것을 우려해 먼저 가족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1일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존속살해 및 살인, 향정신성의약품 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는 사전에 범행을 계획한 정황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건설업에 종사하던 A씨는 광주광역시 일대에서 민간아파트 신축·분양 사업을 진행했으나, 관할 구청에 신고하지 않은 채 홍보관을 운영하며 사전 입주자를 모집했다. 이로 인해 경찰 수사를 받았고, 결국 3월 24일 홍보관이 압수수색됐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계약자들로부터 민·형사 소송이 제기되자 A씨는 수십억 원의 채무를 떠안게 됐다.

 

A씨는 경제적 파탄에 직면하자 자신의 사망으로 채무가 가족에게 상속되는 것을 우려해 ‘가족부터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수면제를 처방받아 모아왔고, 이를 가루약으로 만들기 위해 범행 약 2주 전인 3월 31일 알약 분쇄기를 온라인으로 구매했다. 이후 4월 9일 수면제 수십 정을 분쇄기로 갈아 약봉지에 담아뒀고, 범행 전날과 당일인 13∼14일에는 유제품을 다수 구입했다.

 

4월 14일 저녁, A씨는 80대 부모에게 마시는 요구르트를, 50대 아내와 10~20대 두 딸에게는 떠먹는 요구르트를 먹이게 한 뒤, 잠든 가족들을 순차적으로 목 졸라 살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행 시간은 14일 오후 9시 30분부터 15일 오전 12시 10분까지 약 2시간 40분에 걸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그는 “모두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취지의 메모를 남긴 채 경기도 광주시의 한 오피스텔로 이동해 자살을 시도했고, 사건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다른 가족에게 전송했다.

 

A씨의 연락을 받은 가족은 같은 날 오전 9시 55분 119에 신고했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은 집 안에서 가족 5명의 시신을 발견했다. A씨는 오피스텔에서 의식이 불분명한 상태로 발견됐으나 병원 치료 후 회복됐고, 경찰 조사에서 범행 사실을 모두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에 대한 첫 공판은 오는 10일 오전 11시 20분,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

박진석 기자 kgsociet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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