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구 박사의 맛있는 인천 섬 이야기] ㊺자연이 빚어낸 소연평도 얼굴 바위

2025.06.22 13:28:29 15면

 

옹진군 대연평도 아래 자리한 작은 섬 소연평도. 이름만큼이나 조용하고 신비로운 이 섬은 인천에서 배를 타고 1시간 40분 정도면 만날 수 있다.

 

그곳에는 자연이 오랜 세월에 걸쳐 빚어낸 놀라운 조각품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얼굴 바위’다.

 

 

소연평도 얼굴 바위는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얼굴 모양 바위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제주의 포세이돈 바위나 월출산 구정봉의 거대한 바위와는 달리, 이곳의 얼굴 바위는 섬세하고 친근하다.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면 눈과 코, 입이 뚜렷한 사람의 옆모습이 2~3개 겹쳐 나타나는 신기한 광경을 만날 수 있다. 마치 파도와 비바람이 수천 년 동안 정성스럽게 다듬어 만든 작품처럼 얼굴 윤곽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최근 옹진군에서 얼굴 바위까지 이어지는 나무 데크를 설치해서 접근이 훨씬 편해졌다.

 

예전에는 배에서 멀리 바라보거나 험한 바윗길을 조심스럽게 걸어야 했지만, 이제는 누구나 안전하게 이 신비로운 바위 앞에 설 수 있다.

 

소연평도는 지질학적으로도 보물 같은 섬이다.

 

선캄브리아기의 운모편암과 석회암, 각섬편암이 섬의 뼈대를 이루고 있어 지구의 아주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섬 한가운데 우뚝 선 연화봉(214m)에는 티타늄이 풍부한 자철광산이 있어서 1900년대 초부터 2001년까지 광물을 캤다. 지금도 소각장 근처 해안가 바위에 자석을 갖다 대면 달라붙는 재미있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더욱 신기한 것은 이 작은 섬에서 신석기 시대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이 발견됐다는 점이다.

 

조개더미에서 나온 토기와 석기, 어망추들을 보면 수천 년 전 이곳 사람들이 얼마나 풍요로운 바다 생활을 했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소연평도는 섬의 형태가 둥근 원형으로 이다. 섬 둘레길을 따라 걸으면 2시간 정도면 섬 일주가 가능하다. 마을 뒤편을 지나 10분쯤 걸으면 갈매기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갈매기섬이 나타난다. 길을 조금 더 따라가면 동네끼미 해변에 닿는데, 제주 삼양해수욕장보다는 작지만 검은 모래사장이 펼쳐진다. 화산재와 오랜 풍화작용이 만들어낸 독특한 풍경이다.

 

나무 데크를 따라 해안으로 내려가면 드디어 얼굴 바위와 만난다. 이곳은 낚시꾼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포인트다. 얼굴 바위 근처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서해5도 중 하나인 우도가 선명하게 보인다.

 

우도는 군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섬이다. 6·25 휴전협정문에는 서해 5개 도서(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에 대한 실효 지배 규정이 별도로 명시돼 있을 정도다.

 

시선을 더 멀리 두면 강화군의 볼음도, 아차도, 주문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이 뱃길은 조선시대 백령도∼중국 산둥반도 위해로 향하던 황해 항로의 길목이었던 이 바닷길은 지금도 역사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다.

 

 

소연평도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특히 행정복지센터 팔각정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특별하다.

 

해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한 순위도 쪽으로 넘어가는 모습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풍경이다.

 

소연평도는 예전에 대연평도와 함께 꽃게로 이름났었다.

 

지금은 통발 1척, 닷자망 5척, 안강망 2척 정도의 어선들이 꽃게를 비롯해 다양한 생선을 잡고 있다. 육지에서는 쉽게 맛보기 어려운 달콤한 백고구마와 이 섬이 원산지로 알려진 에누리(어수리) 나물은 소연평도의 자랑거리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호젓하고 평온한 섬 여행을 꿈꾸고 있다면 소연평도를 추천한다.

 

당일치기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태고의 신비로운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섬 한 바퀴 도는데 2시간이면 충분하고, 사계절 언제나 아름답지만 특히 광어와 우럭, 농어 낚시가 한창인 요즘이 더욱 좋다.

 

글 : 김용구 박사(인천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인천시 섬발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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