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간 정체돼 있던 산업구조를 탈피하고 첨단산업 중심의 자족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남양주시의 산업 대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1995년, 남양주군과 미금시가 통합된 이후 3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남양주의 산업구조는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제조업과 도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등 2차 산업과 생활밀착형 서비스업이 도시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시 전체 사업체 7만 1539개(2023년 기준) 중 절반 이상이 여전히 제조업,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에 집중돼 있으며, 정보통신업과 과학기술서비스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은 5%에 불과하다.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향하는 청년층의 유출은 지속됐고, 도시에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이로 인해 남양주는 ‘베드타운’이라는 한정된 이미지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이같은 배경에는 각종 규제가 있었다. 상수원 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중첩된 규제가 도시의 산업 확장을 가로막아 왔다.
경기도가 올해 발표한 ‘2024 규제지도’에 따르면, 남양주시는 총 8개의 중첩규제를 받고 있으며, 이는 도내 31개 시·군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규제 강도가 그만큼 높아 기업 활동에 제약이 클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주광덕 남양주시장은 올해를 ‘산업생태계 대전환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이는 도시의 존립 기반을 바꾸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자, 첨단산업 중심의 새로운 경제 구조를 통해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하고, 기업이 자발적으로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주광덕 시장은 “산업이 남양주의 내일을 바꿀 열쇠”라며 “남양주가 첨단산업 중심의 자족도시로 거듭나야만 청년이 머무르고, 기업이 찾아오는 지속 가능한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조 1500억 민간투자 유치…첨단기업이 남양주를 선택한 이유
남양주시는 첨단산업 중심의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으로 우선 대규모 민간투자를 확보했다. 선도 기업의 유치는 향후 산업의 집적과 파생 기업의 연쇄적 진출로 이어져 산업생태계의 확장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는 산업생태계 대전환의 첫 조치로 첨단 민간기업 유치에 집중한 결과, 지난해 12월 우리금융그룹의 ‘디지털 유니버스’와, 올해 상반기 카카오의 ‘디지털 허브’ 유치에 연이어 성공했다.
두 사업의 총 민간투자 규모는 1조 1500억 원에 달하며, 약 9200억 원의 부가가치와 6000명에 이르는 고용 유발효과가 기대된다. 이는 산업구조 개편의 실질적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디지털 유니버스’는 총 5500억 원이 투입되는 미래형 통합 IT 센터로, 우리금융그룹 임직원 약 300명이 상주할 예정이다. 4557억 원 규모의 부가가치와 3475명의 고용 유발효과가 전망된다.

이어 ‘디지털 허브’는 AI와 친환경 기술이 융합된 카카오 데이터센터로,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 내 연면적 약 9만 2000㎡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오는 2029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며, 향후 남양주 산업생태계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은 주 시장의 핵심공약인 ‘AI 기반 클라우드 밸리 조성’의 일환으로, AI 중심의 미래 산업을 선도할 유망 기업유치와 함께 지역 산업구조 전환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이번 유치 성과를 산업생태계 대전환 정책의 첫 결실로 평가하며, 추가 첨단기업 유치와 민간투자 확대를 통해 클러스터 기반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 자족도시의 심장으로…클러스터 조성 본격화
남양주시는 기업유치 성과를 토대로 왕숙지구 내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산업 클러스터 조성에 본격 착수했다. 이 산업단지는 남양주시 산업구조 전환의 핵심 거점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곳에는 AI·IT·팹리스·바이오헬스 등 미래 유망산업 중심의 기업들이 입주할 수 있도록 계획이 수립되고 있다. 이를 통해 시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청년 창업과 스타트업 생태계의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로써 그동안 남양주시가 직면해온 청년층의 정착과 일자리 부족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산업단지 인접 지역에는 창업 혁신공간도 조성된다.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전용 공간을 마련해 기존 산업기반과 신산업 간 융합을 유도하고, 자생적인 혁신 생태계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산업단지는 향후 남양주 첨단산업 유치의 전략적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선제적으로 입주한 대기업의 존재는 유망 기업들의 추가 진출을 유도하며, 클러스터 내 산업 네트워크를 촘촘히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산업단지와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광역교통망 확충도 함께 추진 중이다.
GTX-B, 9호선, 경춘선이 교차하는 트리플 역세권 입지는 산업단지의 접근성을 크게 높이며, 기업의 입지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산업·주거·교통의 유기적 결합은 도시공간 구조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업 활동과 시민 생활의 균형 잡힌 발전을 가능케 한다. 때문에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는 남양주의 자족 기능 확보와 미래 산업 중심도시로의 전환을 견인할 주요 인프라로 평가된다.
시는 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외부로 유출되던 인적·경제적 자원을 지역 내부에서 순환시키고, 장기적으로 도시의 경쟁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업이 머무는 도시, 청년이 돌아오는 도시
남양주시는 산업생태계 전환을 통해 도시 구조 전반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는 산업 영역을 넘어 인구 구조와 도시브랜드까지 영향을 미치는 입체적 도시 혁신 전략으로 평가된다.
왕숙신도시 입주가 본격화되면 청년층 유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자족기능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가 됐다.
특히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에서 창출되는 일자리는 상업, 교육, 주거 등 도시 전반의 수요 확대를 유도하며, 지역 내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전망이다.
첨단산업 클러스터 조성은 도시 이미지 재정립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 남양주시는 생활형 산업 중심도시에서 첨단기술 기반 도시로의 정체성 변화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는 기업과 청년 인재가 선택하는 도시로의 도약을 의미한다.
시는 산업을 도시 발전의 중심축으로 삼고, 이를 교통·교육·주거 정책과 연계해 종합적인 도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의 일관성과 실행력을 지속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남양주는 지금 ‘사람과 기업이 머무는 도시’로의 전환점을 지나고 있다. 산업 기반을 갖춘 도시는 결국 지속 가능한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주광덕 시장은 “산업은 도시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라며 “남양주를 일자리와 혁신의 거점으로 만들고, 미래세대가 선택하는 도시로 완성하기 위해 산업생태계 전환을 끝까지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이화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