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12조 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앞두고 카드사들에 소상공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주문했다. 결제액 증가에 따라 이익을 보는 카드사들이 이를 소상공인 지원에 환원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는 카드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9일 정부 및 금융권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최근 주요 카드사들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결제 시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소비쿠폰으로 인해 각 카드사에 소비가 분산될 것이 분명한 만큼, 수수료 인하에 협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며 “카드사의 협조가 가능할 경우 행안부, 금융위원회, 카드사 간 협약 체결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오는 21일부터 신청할 수 있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사용처를 연매출 30억 원 이하의 소상공인으로 제한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카드사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우대 수수료율(0.4%~1.45%)을 적용 중인데 이번 소비쿠폰의 취지를 고려해 수수료율을 추가로 낮춰달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체크카드 우대 수수료율인 0.15%~1.15% 수준으로 인하하는 안이 거론된다.
카드업계는 이미 지속적인 수수료율 인하로 영세 가맹점 부문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부담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지난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카드사들이 인프라 구축과 관리비용 부담으로 약 80억 원 적자를 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계속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때문에 안그래도 본업인 신용판매 부분에서 적자를 내고 있다"며 "영세 가맹점에서는 더욱이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인데 카드사들의 역마진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전산에 반영하려면 일정이 빠듯한 만큼 수수료 인하 대신 다른 방식으로 소상공인 부담 경감에 기여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영세 가맹점에 수수료 일부를 직접 지원하거나, 소상공인 전용 기금을 조성하는 방식 등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내수 회복이 절실한 시점에서 소비쿠폰은 일정 부분 소비 진작 효과가 기대된다”며 “수수료 인하 여부에 따라 카드사 차원의 소비자 이벤트나 마케팅 전략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