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속 잊혀진 젊은 해병의 헌신…아들과 베테랑 공무원이 되찾은 명예

2025.07.31 14:58:37 6면

1963년 유영유 씨(82) 해병대 특등 사수 확인증 수여
수원시 베테랑 공무원, 해병대 교육훈련단 등 노력
31일 해병 1319기 수료식 참석, 특등사수 패용증 수여

 

조국을 위해 고등학교 졸업식 대신 해병대에 자진 입대했던 한 청년이 이제 80대를 바라보는 노년이 됐다. 청년은 해병대로서 임무를 성실히 수행했지만 예우를 받지 못한 채 전역하게 됐고 62년이 지나 빛을 보게 됐다.

 

낡은 특등 사수 확인증이 계기였다. 그의 아들 유우식 씨는 나라를 지키겠다는 청년의 각오가 담긴 종이를 수원시청 베테랑 공무원에게 건넸고, 사연을 접한 베테랑 공무원들이 나섰다.

 

31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 시민 유영유 씨(82)는 1963년 4월 11일 당시 해병대에 복무 중이던 당시 '특등 사수 확인증'을 수여 받았다.

 

이 확인증은 특등 사수에게 주어지는 명예의 상징으로, 소지자만이 휘장과 패용증을 받을 수 있는 중요한 증표였다. 그러나 유영유 씨는 전역할 때까지 패용증과 휘장을 받지 못했다.

 

성실한 임무 수행의 증거인 확인증은 세상에 드러나지 못했고 나라를 위해 헌신했던 청년이 노년이 될 때까지 그의 지갑 속에 간직되고 있었다.

 

아버지의 자랑스러웠던 군 복무의 흔적이자 그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유우식 씨는 지갑 속 확인증을 발견했다. 그는 아버지를 대신해 수원시청 민원실을 찾아 낡은 확인증과 함께 "아버지의 자존심 같은 기록"이라며 조심스레 민원을 접수했다.

 

확인증을 접한 시청 베테랑 공무원 이성희·김경숙·허준 팀장과 홍승화 민원협력관은 청년의 한 평생을 증명하는 훈장임을 알아챘다. 이들은 민원 접수 후 해병대 포항 교육훈련단에 공문을 보내며 교육훈련단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에게 유영유 씨의 사연을 상세히 설명했다.

 

 

시 베테랑 공무원의 노력과 낡은 종이로 치부될 수 있었던 확인증은 기적을 만들어 냈다. 사연을 접한 해병대 교육훈련단장이 베테랑 공무원들의 공문에 흔쾌히 응답하면서 해병대 1319기 수료식 행사에 초대해 그의 명예를 되찾은 것이다. 

 

이날 진행된 해병대 1319기 수료식 행사에 참석한 유영유 씨는 행사에 동행한 베테랑팀장과 아들, 해병대 교육훈련단과 후배 해병들의 축하 속 패용증을 수여 받았다. 

 

이 사연은 62년 전 미수여된 특등 사수 표창 수여를 넘어 고등학교 졸업 대신 자진 입대를 택하고 이제는 80대가 된 한 청년의 평생과 명예를 되찾았으며 국가를 위해 헌신한 예비역 군인에 대한 예우라는 의미가 있다.

 

아들 유우식 씨(55)는 "시청 베테랑 공무원들과 해병대에서 힘써준 덕분에 잊혀질 수 있었던 아버지의 명예가 다시금 빛날 수 있었다"며 "군 생활을 해봤던 만큼 국가를 위한 아버지의 노력이 60년 만에 인정을 받은 것 같아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행사에서 아버지가 패용증을 받는 모습을 보니 감격스럽고 눈물이 났다"며 "아들로서 아버지의 잃어버린 청춘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관계자들에게 큰 감사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김수정 시 혁신민원과장은 "시는 '수원을 새롭게 시민을 빛나게'라는 표어 아래 시민 한분 한분 삶과 명예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며 "시민이 진정으로 빛나는 순간까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장진 기자 ]

장진 기자 gigajin2@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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