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가운데 신한투자증권이 올해 말 금값이 온스당 40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단순히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만으로는 최근의 급등세를 설명하기 어렵고, 구조적인 요인이 가격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9일 보고서에서 “최근 금값 상승 배경으로 약달러와 금리 인하 기대가 거론되지만, 이는 보조적 요인일 뿐 지배적 요인은 아니다”라며 “세계 분절화 심화와 금융억압 정책의 부작용이 금 매수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 확대는 두드러진다. 2015~2019년 연평균 130톤(t) 수준이던 중앙은행의 금 보유 순증 규모는 2022년 이후 연평균 260t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210t이 순증하며 과거 대비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ETF(상장지수펀드)를 통한 금 매수세도 금값 랠리에 힘을 보탰다. 하 연구원은 “경기와 정책 불확실성으로 작년까지 위축됐던 ETF 금 매수가 올해 들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주요국이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나타난 금융억압도 금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하 연구원은 “재정건전성 악화와 물가 우려로 인해 채권 투자 매력이 줄어든 가운데, 금이 대체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3653.3달러로 마감됐으며, 현물 가격은 360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구조적 요인들이 여전히 유효한 만큼 금값은 추가로 10% 이상 상승할 여력이 있다”며 “올해 말 이론적 적정가격은 온스당 4000달러 수준”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하 연구원은 “중앙은행보다는 ETF 수급이 단기적으로 금값을 좌우하는 상황이어서 과열과 진정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골드만삭스도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의 독립성이 흔들릴 경우 투자자들이 미국채에서 금으로 자산을 재조정할 수 있다”며 금값이 온스당 50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 경기신문 = 공혜린 수습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