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APEC 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만날 필요가 없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미중 정상회담 성사가 불투명해졌다.
10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인근에 있는 군 병원으로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면서 소셜미이더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중국은 매우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 전 세계 여러 국가에 서신을 보내 희토류와 관련된 생산 요소 전반에 대해 수출 통제를 가하겠다고 통보하고 있다. 중국에서 제조되지 않은 것까지도 통제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런 일은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 주석과 통화하지 않았으며, 에이팩에서 그를 만날 필요도 없어 보인다"고 했다.
전날 중국 상무부는 희토류 및 희토류 채굴·제련·분리 등 생산 기술, 생산라인 관련 기술 등을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하는 공고를 발표한 바 있다. 이로 인해 해당 기술들을 수출하려면 중국 상무부가 발급한 이중용도 물자(군용·민간용 동시 활용 물자) 수출허가증을 발급받아야 해 더 까다로워졌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피해를 본 미국 등이 자체 희토류 개발에 돌입하자 제조 기술 수출을 통제하며 견제하는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적인 관세 부과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중국이 방금 발표한 적대적인 명령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는지에 따라"라고 단서를 달면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그 외에도 많은 반격 조치들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말레이시아와 일본을 거쳐 오는 29일쯤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전날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면서도 "시 주석도 나와 논의하고 싶은 사안이 있고 나 역시 그와 논의하고 싶은 사안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을 공식 취소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의 후속 조치나 입장에 따라 미중 정상회담이 불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콜 맥폴 조지타운대 보안·신기술센터 연구원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중국이 너무 과도하게 나갔다고 보고 협상 주도권을 쥐려는 듯 보인다"고 분석했다.
크레이그 싱글턴 미국 민주주의 수호 재단 중국 프로그램 국장은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양국이 낮춰왔던 관세 휴전이 끝나고 무역전쟁 2라운드가 시작된 신호일 수 있다"며
"양측 모두 경제적 무기를 동시에 꺼내 들었고, 어느 쪽도 물러설 기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회장은 논평에서 "베이징은 양자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믿으며 점점 더 공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트럼프도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를 용인할 생각이 없음을 보여줬다며 "양측이 이 상황을 누그러뜨려 정상회담을 성사시킬 의지가 있는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은 지난 4월 앞다퉈 관세율을 올리며 관세 전쟁을 벌이다가 지난 5월 스위스에서 열린 첫 무역 협상에서 각각 115%씩 관세율을 낮추기로 합의한 바 있다.
양국은 이 합의를 90일씩 연장하면서 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협상은 11월 10일에 만료된다.
[ 경기신문 = 안규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