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좋은 제도”라고 평가한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가 30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납입이 완료된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을 생전 연금 또는 월 단위로 나눠 받을 수 있는 구조로, 고령층의 노후소득 보완과 상속 설계를 동시에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삼성·한화·교보·KB라이프·신한라이프 등 5대 생보사는 납입 완료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 일부를 생전에 연금처럼 나눠 지급하는 ‘유동화 특약’을 이달 30일 동시 출시한다. 전산 개발이 완료되는 대로 내년 초에는 월 지급형을 순차 적용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계약자에게 문자와 카카오톡을 통한 안내, 유동화 전·후 총수령액 비교표 제공, 철회권·취소권 보장 등 고령층 보호 장치를 마련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통령 지시사항을 충실히 이행해 계약자 전원에게 안내를 강화하고, 불완전판매 방지를 철저히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납입 완료 금리확정형 종신보험을 대상으로 하며, 최대 90%까지 최소 2년 이상 정기 지급받을 수 있다. 일시금 전환은 불가하며, 별도의 수수료도 없다.
예컨대 30세 가입자가 1억 원짜리 종신보험 계약을 70% 유동화하면, 55세 개시 시 연평균 약 164만 원, 65세 개시 시 218만 원, 75세 개시 시 268만 원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대상은 ▲금리확정형 종신보험 ▲납입·계약 10년 이상 ▲대출 없음 ▲계약자=피보험자 ▲사망보험금 9억 원 이하 ▲만 55세 이상으로, 기존 65세 기준을 55세로 낮춰 은퇴 시점부터 국민연금 수령 전 소득 공백을 보완하도록 했다. 업계는 대상 계약 규모를 약 75만 9000건, 총액 35조 4000억 원으로 추산한다.
이번 제도는 지난해 도입된 ‘보험금청구권 신탁’과 결합하면 생전 현금흐름 확보와 사후 자산 분배를 동시에 설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신탁은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보험금 청구권을 수탁자에게 이전해 유족에게 분할·조건부 지급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유동화는 생전 현금흐름 확보, 신탁은 사후 자산 분배 수단으로 단계적 설계가 가능하다”며 “자녀 학비·상속세 납부 등 목적별 설계로 생애 전반 자산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동화와 신탁을 함께 활용하면 고령자, 장애인, 미성년 등 취약 수익자를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 정기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면서 지급 한도와 용도를 제한할 수 있어, 일시금 탕진이나 가족 간 분쟁 예방이 가능하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삼성생명·교보생명이 지난해 11월부터 취급 중이며, 8월 말 기준 누적 1628건·4054억 원 규모에 달한다. 이에 한화생명, 메트라이프생명, ABL생명 등도 관련 상품 출시 및 은행 협업으로 서비스 확대에 나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장례비, 상속세, 요양·헬스케어 비용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강화됨에 따라 치매 등 인지저하 대비 수요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유동화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관리형 신탁 범위와 재신탁 기준 명확화, 고령층 맞춤 표준서식·전자서명 등 비대면 절차 보완, 목적형 신탁에 대한 합리적 세제·유인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계완 교보생명 종합자산관리팀장은 “이러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생전·사후 자산관리 통합 설계가 실질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공혜린 수습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