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시민사회단체, 강화군 ‘화개정원 국·시비 불법전용’ 기자회견

2025.10.29 16:38:33 15면

단순한 행정 실수 아닌 명백한 불법 행정
인천시 등의 관리·감독 실패가 빚은 결과

 

강화군이 행정안전부와 인천시로부터 보조금 90여억원을 받아 목적 외 용도로 집행한 것이 적발됐지만 담당자에게 훈계처분만 해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인천 시민단체는 인천시와 강화군이 담당자를 고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천 시민사회단체연대와 화개정원 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는 29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부와 인천시는 강화군의 보조금 전용을 방치하다가 뒤늦게 언론 보도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조금을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불법이 자행되는데 정부와 인천시는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질타했다.

 

두 단체는 “행안부 감사 결과 강화군이 승인 없이 보조금 93억 원을 전용했고, 이에 따른 제재 부과금 144억 원까지 포함해 총 256억 원의 혈세가 반환 조치됐다”며 “이는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닌 명백한 불법 행정이며, 인천시의 관리·감독 실패가 빚은 결과”라고 비판했다.

 

첫 발언자로 나선 박인규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공동대표는 “강화군은 행안부와 인천시의 승인 없이 교동도 문화마을 가꾸기 사업 예산 93억 원을 화개산 전망대 공사에 전용했다”며 “이로 인해 막대한 혈세가 환수되는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인천시는 상급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천시는 강화군의 불법 전용 사실을 수년간 감사망에서 놓쳤고, 문제는 행안부 감사가 실시된 후에야 드러났다”며 “이 사태를 단순히 강화군의 실수로만 치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강화군의 행정적 미숙이 아니라 전임 군수의 정치적 목적에 따른 ‘보여주기식 행정’이 빚은 결과”라며 “국고보조금 관리법 위반이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인천시는 이번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관련 부서 및 담당자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향후 모든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보조금 사업 전반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윤여군 화개정원 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 운영위원은 “강화군의 불법 전용으로 인해 1인당 37만 원꼴의 군민 세금이 반환 대상이 됐다”며 “이는 군민의 생계와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 위원은 “화개정원 조성 사업에는 총 100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전망대, 주차장, 모노레일 등 여러 부대시설이 포함돼 있는데, 그중 상당 예산이 목적 외로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공무원들은 ‘어차피 지역 사업에 쓴 것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이는 공공예산의 근본 취지를 망각한 심각한 일”이라며 “군수 개인의 치적을 위해 국민 세금이 유용된 것은 중대한 행정범죄”라고 말했다.

 

또 “행안부나 인천시, 강화군 모두 자체 감시 기능이 마비된 채 불법 전용을 방조했다”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유천호 강화군수의 책임 문제도 언급했다.

 

박인규 공동대표는 “이 사건의 핵심은 세상을 떠난 유천호 전 군수의 강압적 행정이었다”며 “당시 반대하던 공무원들이 있었지만, 압력에 굴복하며 불법 집행이 강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숨진 인물이라도 불법 행정의 진상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며 “그의 행정적 결정으로 인해 혈세가 낭비됐다면, 법적 절차를 통해 상속재산을 대상으로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여군 위원 역시 “최근 대법원이 용인시 사례에서 명백한 행정 잘못에 대한 구상권 청구를 인정한 만큼, 강화군 사건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며 “강화군이 이를 외면한다면 시민사회가 직접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정진영 기자 ]

정진영 기자 jjn8382@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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