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재판 내내 굳은 표정이었다. 형량이 선고되는 순간 법정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윤 전 대통령은 별다른 움직임 없이 정면을 응시했다.
◇무표정 속 선고 지켜본 윤 전 대통령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들어서며 재판부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수용복 대신 정장을 착용한 모습을 보였다.
흰 와이셔츠에 짙은 남색 정장을 입었고, 왼쪽 가슴에는 수인번호 ‘3617’이 적힌 명찰이 부착돼 있었다. 머리는 대부분 희게 변해 있었고 전반적으로 차분한 모습이었다.
약 1시간 동안 이어진 선고 과정에서 그는 거의 움직임 없이 재판부와 정면을 번갈아 바라봤다.
재판부가 내란죄 성립 여부와 국헌문란 목적 등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고개를 숙인 채 입술을 깨물거나 먼 곳을 응시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그러나 눈에 띄는 감정 표현은 없었다.
특히 무기징역이 선고되는 순간에도 표정 변화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방청석에 긴장감이 휩싸인 가운데서도 윤 전 대통령은 자세를 크게 바꾸지 않은 채 선고를 받아들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선고 직후 변호인단과 악수를 나누며 짧게 대화를 주고 받았다. 격한 반응이나 항의는 없었고,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법정을 떠나는 모습이었다.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
재판부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헌법상 권한 행사로서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고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려우나, 그 목적에 따라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비상계엄의 선포로도 할 수 없는 권한의 행사, 그것도 헌법이 설치한 기관의 기능을 상당 기간 저지하거나 마비시키려는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이는 헌법이 정한 권한 행사라는 명목을 내세워 실제로는 이를 통해 할 수 없는 실력행사를 하려는 것"이라며 이 경우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즉, 그 목적이 국회나 행정·사법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하는 것이라면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사실관계의 가장 핵심은 군을 국회로 보낸 것"이라며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계엄을 선포했다는 게 실체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또 "윤 전 대통령은 국회에 군을 보내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 등을 체포하는 방법으로 국회 활동을 저지·마비시켜 국회가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려는 목적을 내심으로 갖고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군대를 보내 폭동을 일으킨 사실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의 행위가 내란죄의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에 부합한다는 취지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야당의 줄탄핵·예산삭감 등에 따른 국가 위기를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계엄이었기 때문에 국헌문란 목적이 아니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명분과 목적을 혼동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국가 위기 상황으로 판단하고 바로잡고 싶어 했던 것은 그 정당성에 관한 판단을 별론(별도 논의)으로 하더라도 동기나 이유, 명분에 불과할 뿐"이라며 "이를 군을 국회에 보내는 등의 목적으로 볼 순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가 위기 상황 타개를 내걸었지만 이는 별도의 논의 대상으로 한다 치더라도, 결국 명분에 불과하며 본질은 국회 제압 등 헌법기관 기능 마비·저지를 위한 계엄이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내란죄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인정하며 이 사건 수사가 적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을 배척했다.
아울러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검찰은 공수처 송부 기록 외 다른 증거들을 종합해 기소한 것으로 보이고, 공수처가 수집한 증거를 다 빼더라도 피고인에 대해 유죄 판단을 할 증거가 충분하다"고 짚었다.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 중대 사건”… 외신, 尹 재판 긴급 속보로 생중계
주요 외신들은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되자 긴급 속보로 전하며 한국 정치 상황에 미칠 파장을 집중 조명했다. CNN, 뉴욕타임스(NYT), BBC, 중국 중앙(CC)TV 등은 이번 판결이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중대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CNN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한국의 권위주의 시절을 떠올리게 했고 헌정 위기를 촉발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든 행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NYT는 계엄 포고령을 통해 정치 활동이 전면 금지되고 언론이 군 통제 아래 놓였으며, 무장 병력이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시민들의 저항과 국회의 신속한 대응으로 계엄이 6시간 만에 해제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시민 역할에 주목했다.
또 NYT는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이 같은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사례를 언급하며, 내란 우두머리 범죄에 대해 한국 법이 사형과 무기징역만을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CTV 역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사례를 언급하며 군사 쿠데타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유사 사건이 다시 발생했다는 점을 지적했고, 검찰이 재범 가능성을 강조하며 중형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변호인단, "정해진 결론 위한 요식행위“ 비판
윤석열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무기징역 선고 직후 강하게 반발했다.
변호인단은 입장문에서 “정해진 결론을 위한 요식행위였다”며 “사법부 판단을 존중한다는 말조차 하기 어려운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재판이 공정하지 않았고 정치적 여론에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한낱 쇼에 불과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왜곡과 거짓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며 향후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인단 창구 역할을 맡은 윤갑근 변호사는 항소 여부와 향후 재판 참여 문제에 대해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김태호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