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명의 삶으로 이어진 16년”… 장기기증으로 희망 남긴 소녀

2026.03.03 16:19:40 4면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은 10대 소녀가 장기기증을 통해 여러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러운 비극 속에서도 가족은 숭고한 결단을 내렸고, 그 선택은 누군가의 새로운 내일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고(故) 박채연 양(16)은 지난해 12월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심장과 폐, 간, 신장, 양쪽 안구를 기증했다.

 

채연 양은 가족과 이동하던 중 졸음운전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고, 치료를 이어갔으나 끝내 뇌사 상태에 이르렀다.

 

의료진의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회복이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지면서 가족은 마지막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사랑하는 딸을 떠나보내야 하는 현실은 가족에게 감당하기 힘든 슬픔이었다. 하지만 가족은 “아이의 숨결이 다른 이의 삶 속에서 이어지길 바란다”는 뜻을 모아 기증을 선택했다.

 

누군가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다면 그것이 채연 양을 기억하는 가장 따뜻한 방법이라고 믿었다.

 

생전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던 아이의 마음을 떠올리며 내린 결정이었다고 유족은 전했다.

 

안산에서 태어나 외동으로 자란 채연 양은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아이였다. 학교에서는 리더십을 인정받아 반과 학생회를 이끌고 학업에도 누구보다 성실했다.

 

도움이 필요한 친구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품 덕분에 교우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터웠다.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알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따뜻한 감성을 지녔다고 주변은 기억한다.

 

장래희망은 사회복지사였다. 어려움에 놓인 이들의 곁을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워왔다.

 

아버지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와 함께한 날들은 큰 선물이었다”며 “새 삶을 얻은 분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가족은 여전히 깊은 상실 속에 있지만, 딸의 선택이 누군가에게 희망이 됐다는 사실이 작은 위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채연 양의 생은 멈췄지만, 그의 장기는 여섯 사람의 몸에서 다시 뛰고 숨 쉬고 있다. 한 소녀가 남긴 마지막 나눔은 세상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짧았지만 누구보다 따뜻했던 16년은 그렇게 또 다른 삶으로 이어지며, 우리 사회에 생명 나눔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

 

[ 경기신문 = 김태호 기자 ]

김태호 기자 th1243@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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