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노란봉투법 본격 시행, "벌써부터 우려 목소리 높아"

2026.03.15 15:46:22 1면

노사관계 변화의 신호탄되나? 논란 소지 다분
플랫폼 산업 교섭 구조 변화 기대, 건설업계는 리스크 우려

 

15일 오전 평택시 칠괴동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본사. 주말인데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부슬 부슬 내려서인지 공장 분위기는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쌍용차는 한국 노동운동사에 한 획을 그은 ‘노란봉투법’의 시초가 됐던 곳이다. 2022년 KG그룹에 인수되면서 사명이 KG모빌리티로 바뀌었다.

 

공장 한 가운데에 우뚝 솟아있는 굴뚝에는 KG 모빌리티라는 회사 이름이 크게 적혀 있었다. 쌍용차라는 옛 회사이름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쌍용차 노조원들이 대규모 정리해고에 맞서 벌였던 무기한 천막 농성장과 고압선 철탑에 올라가 단식 투쟁을 했던 곳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도록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공장 앞 상가 건문마다 ‘임대문의’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실제 영업중인 곳은 식당 단 한곳 뿐이었다.

 

이날 오후 화성시에 있는 한 IT 플랫폼 기업 계열사 사무실. 몇몇 개발자들이 굳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었다.

 

책상위에 있는 모니터 화면에는 서비스 운영 현황과 함께 최근 시행된 ‘노란봉투법’ 관련 기사와 노조 공지가 동시에 떠 있었다. 사무실 한쪽에서는법 개정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나누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플랫폼 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최근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화제는 개정 노동조합법이다.

 

그동안 IT 플랫폼 기업 집단은 수십 개의 계열사와 자회사 구조를 통해 서비스를 운영해 왔다.

겉으로는 각각 독립된 회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회사나 그룹 차원의 전략과 예산, 인사 정책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법적으로 자신이 속한 자회사와만 교섭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 회사 계열사에서 근무한다는 A씨는 “서비스 방향이나 조직 개편은 대부분 본사에서 결정된다. 그런데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우리는 결정권이 없다’는 답이 돌아오곤 했다. 결정하는 곳과 교섭하는 곳이 다른 구조가 가장 답답하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노란봉투법이 본격 시행됐지만 노동계는 여전히 불안한 상태라며 벌써부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하청업체가 많은 제조기업들의 경우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높은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노사 갈등의 양상은 이전과 다른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용자 범위 확대, 노동쟁의 대상 확대,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 핵심 조항을 둘러싼 해석 차이가 산업 현장에서 새로운 분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쟁점으로 거론되는 부분은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다. 개정법은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결정하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규정한다.

 

원·하청 구조가 일반화된 산업에서 교섭 책임의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를 둘러싼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건설, 제조, 플랫폼 산업처럼 다단계 계약 구조가 많은 분야에서는 원청 기업이 어느 수준까지 노사 교섭의 책임을 져야 하는지가 향후 분쟁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손해배상 청구 제한 조항도 또 다른 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노사 분쟁 과정에서 기업이 노동조합이나 조합원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개정법은 폭력이나 시설 파괴와 같은 불법 행위가 동반되지 않은 정당한 쟁의행위는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도록 규정했다.

 

또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노조 전체에 일괄적으로 책임을 묻기보다 조합원 개인의 행위와 책임 정도에 따라 배상 비율을 산정하도록 했다.

 

단체행동 참여만으로 개인에게 거액의 책임이 돌아가는 상황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노동쟁의 대상의 범위가 확대된 점 역시 산업 현장에서 새로운 논쟁을 낳을 수 있는 부분이다. 개정법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의 경영상 결정도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예컨데 기업이 공장 이전이나 생산라인 축소를 추진하면서 인력 감축이 예상되는 경우, 노동조합은 이를 고용 안정과 근로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보고 쟁의행위를 추진할 수 있다.

 

반면 기업은 이러한 사안을 경영 전략에 해당하는 영역으로 보고 쟁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이러한 해석 논란을 줄이기 위해 마련한 해석지침에서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 ‘배치전환’의 범위를 보다 구체화했다.

 

단순한 인사 이동이 아닌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뤄지는 배치전환에 해당할 경우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민주노총 경기본부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노사 관계는 법 조항의 해석을 둘러싼 새로운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면서 "사용자 범위와 쟁의 대상, 손해배상 책임의 기준을 둘러싼 법적 판단이 향후 산업 현장의 노사 관계에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김태호 기자 ]

김태호 기자 th1243@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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